APEC 정상회의 개막…미중 무역갈등 속 '경주 선언' 가능할까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한 가운데 '자유 무역'이 명시된 경주 선언이 채택될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오전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개막식에는 의장국 정상인 이재명 대통령이 21개 회원국 정상과 인사를 나눴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 연결·혁신·번영'을 주제로 이날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특별 초청된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칼리드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를 비롯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주석,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회원국 정상들이 입장한 후 마지막으로 다음 APEC 의장국 정상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등장해 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 부산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했지만 APEC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30일 귀국했다. 대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첫 번째 세션에서 회원국들은 무역 및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날 이어지는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동력 창출 방안을 논의한다.
APEC 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이 대통령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있다"며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무역 및 투자 활성화에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혁명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위기이자 동시에 전례 없는 가능성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APEC이 걸어온 여정에 지금의 위기를 헤쳐갈 답이 있다고 믿는다"며 "각자의 국익이 걸린 길이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가 같은 입장일 수 없다는 건 분명하지만, 힘을 합쳐 공동번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경주 선언' 가능할까
APEC과 같은 다자간 국제회의의 꽃은 회원국 간 공동 인식과 합의를 담은 '공동 선언문'이다.
공동 선언문은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되기 때문에 한 국가라도 반대하는 문구는 선언문에 포함될 수 없다.
최근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동 선언문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등의 문구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지난 2018년 APEC 정상회의에서도 무역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대립으로 인해 1993년 회담 개최 이래 최초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된 적 있다. 당시 미국은 공동선언에 '다각적 무역체계'를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 관련한 문구로 변경하길 요청하고,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 철폐' 문구를 포함하길 바라며 의견을 통일시키지 못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APEC이 개방적 발전을 통해 기회를 공유하고 상호 이익을 누려야 하며,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고, 아태 지역 커뮤니티를 조성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이루기 위한 다섯 가지 방안으로 △다자간 무역체제 유지 △개방된 지역 경제 환경 △산업 및 공급망 안정성 유지 △디지털·친환경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을 제안했다.
반면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한 연설에서 "미국은 글로벌 성장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무역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다"라며 "이는 각국이 공정하고 상호적인 조건 하에서 운영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무역 균형을 맞추고, 불법 펜타닐과 전구물질 유입을 차단하며, 현대 공급망에 필수적인 희토류 원소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조치는 특별한 상황에서 취해진 것으로, 글로벌 경제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양국의 무역 관련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듯하지만, 앞서 부산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의에서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긴장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은 '경주 선언' 채택에 "매우 근접"했다면서도 '자유무역' 문구가 선언문에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다수 회원들이 막판 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6년 만의 방한
한국으로서는 시 주석의 6년 만의 방한으로 이튿날 개최되는 한중 정상회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중 정상회의에서 민생 문제 해결과 그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에 대해 논의하기로 의제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3자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서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비핵화 논의는 의미가 크다.
다만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중 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핵잠은 디젤 잠수함에 비해 기동성 등이 뛰어난 만큼 더 넓은 수역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지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