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기각'·'각하'... 미리 보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후의 시나리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4일 나온다. 탄핵소추안 접수 111일 만이자, 탄핵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이다.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윤 대통령이 파면되는 '인용', 혹은 윤 대통령이 직무로 다시 복귀하게 되는 '기각'과 '각하' 결정으로 갈린다.
각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의 운명과 한국의 정치 상황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우의 수를 정리했다.
1. 인용
인용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가 제기한 대통령의 탄핵안을 헌재가 타당하다고 판결을 내린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에 따라 재판관 8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 사유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위법으로 판단한다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탄핵 심판 결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와 파면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아닌지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지만,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 결과 국회의 탄핵 소추가 기각되어 직무에 복귀하고 임기를 마쳤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돼 파면됐다.
이번에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8년 만에,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게 된다.
선고와 동시에 대통령직 상실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김건희 여사와 함께 떠나야 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누릴 수 있는 부분은 신변 보호를 위한 경호와 경비로 한정된다.
윤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로 돌아가 불구속 상태, 일반인 신분으로 내란죄를 관련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로 제공되는 비서관 3명에 운전기사 1명도 둘 수 없다.
현직 때 연봉의 95%를 매달 받을 수 있는 연금 자격, 서거 시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예우도 박탈된다.
현재 전직 대통령 예우는 문재인 전 대통령만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탄핵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전적 때문에 경호와 경비 지원만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필요한 경호·경비를 제외한 교통·통신·의료·사무실 등 지원은 제공되지 않는다.
더불어 한국 사회는 '조기 대선' 국면으로 돌입하게 된다.
그 기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대행직을 유지하게 된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6월 3일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해 공표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됐을 때,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60일 시한의 마지막 날인 5월 9일, 화요일을 대선일로 정한 바 있다.
2. 기각
기각은 원고의 청구가 타당하지 않다고 헌재가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의미한다.
탄핵이 기각되면 국군통수권을 비롯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그 즉시 회복된다.
선고 직후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대국민 담화 혹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헌재 최후 변론에서 약속한 임기단축 개헌이나 정치개혁과 관련한 안을 제시하는 것에도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변론 당시 그는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 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대통령실 내에서는 일부 참모진 교체 등이 후속으로 따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그간 추진해 온 각종 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방향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기와 더불어 탄핵을 주도했던 야당과의 갈등이 큰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식 천명해야 한다"며 '불복·저항'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3. 각하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이나 기각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할 수도 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자체가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그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종료시키는 결정을 의미한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의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인용이나 기각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이 경우에도 기각과 동일하게 윤 대통령의 정지됐던 역할과 직무는 모두 회복된다.
이러면 국회가 다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승 곡선을 찍어온 여야 간 갈등과 사회 분열을 고려해 봤을 때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도 처음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불참으로 폐기됐지만 재의결을 거쳐 일부 국민의힘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정치적 혼란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BBC 코리아에 "기각이든 인용이든 결정이 나면 뜻대로 안 된 쪽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며 "시위와 집회가 이어질 것이고 정치 구도 양상은 당분간은 극한 대결로 표출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럴 때일수록 거대 양당이 자제를 좀 해야 하는데, 너무 거리 정치로 나오고 있어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역시 "어떤 결과든지 그 반대 측은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양쪽 진영 지지자 간에 극한 증오와 정치 대결, 정치 분열의 정치가 심화해 통합해 내는 데 굉장히 힘이 들고 잘못하다가는 심리적 내전 상태까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와 관련, "정치인들께 당부드린다. 불법 시위와 폭력을 자극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발언들은 삼가달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범 체포 원칙과 무관용 원칙으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그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우리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그 결과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