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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형사 사건서 유죄 평결 … ‘중범죄자’로서 대선 출마 가능할까?

2024.05.31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Reuters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을 둘러싼 재판은 무려 34건의 혐의, 종종 격분하던 판사, 끝없이 나오던 증인 행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2일간의 평의 끝에 미국 뉴욕 시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검찰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제기한 혐의 34건에 대해 모두 유죄 결정을 내렸다.

역사적인 재판에 이은 역사적인 평결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형사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자 중범죄자로서 주요 정당 소속 후보 자격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최초의 후보가 됐다.

향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번 평결을 둘러싼 핵심 질문 몇 가지를 살펴봤다.

트럼프는 여전히 대선 출마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

미국의 헌법이 정한 대통령 후보 자격 요건은 비교적 자유롭다. “태어날 때부터” 미국인인 35세 이상의, 미국에서 14년 이상 거주한 시민이면 된다. 범죄 기록이 있어도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유죄 판결은 여전히 오는 11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초 ‘블룸버그’와 ‘모닝 컨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요 경합 주의 유권자의 53%가 유죄 판결 시 트럼프에 표를 주지 않겠다고 답했다.

코네티컷주 퀴니피악대학이 이번 달 실시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선 유죄 판결 시, 트럼프에 투표할 유권자 6%가 돌아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접전인 상황이기에 이는 중대한 차이다.

앞으로 트럼프의 상황은?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로, 이번 유죄로 평결 났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후안 머천 뉴욕주 지방법원 판사가 선고 기일로 정한 오는 7월 11일, 트럼프는 법정에 출석하게 된다. 머천 판사는 트럼프의 나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벌금형, 보호 관찰 명령, 혹은 징역형 등이 선고될 수 있다.

스토미 대니얼스
Getty Images
트럼프 측이 스토미 대니얼스의 증언을 항소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평결에 대해 “수치”라고 표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은 수개월 혹은 그 이상까지 길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뉴욕주 맨해튼의 항소부 혹은 항소법원으로 사건을 가져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오는 7월 11일 최종 선고 이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로 법원을 떠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항소하는 동안 보석으로 풀려날 것이기 때문이다.

항소 근거는?

우선 성인 영화배우 출신으로, 트럼프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 된 스토미 대니얼스의 증거가 항소 근거가 될 수 있다.

뉴욕대학교 로스쿨 소속 안나 코민스키 교수는 “[대니얼스는] 매우 자세하게 말했는데, 사실 이 정도까지 필요하진 않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세부 사항이 증언의 신뢰도를 높이고, 검사들은 배심원들이 대니얼스의 말을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자세한 이야기를 제공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적정 선이 있다. 너무 과하면 증언이 핵심과 멀어지거나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대니얼스의 증언 내용이 불리하다며 재판 중 2차례나 판사에게 심리 무효 선언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한편 지방검사가 취한 새로운 법적 전략 또한 항소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성 돈을 지급했으며, 이와 관련해 회사 장부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록 위조의 경우 뉴욕에선 하급 경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불법적인 시도를 했다는 2번째 범죄 혐의로 인해 더 심각한 중범죄 혐의도 받고 있다.

그리고 검사 측은 해당 사건에 세금 사기는 물론 연방 및 주 선거법 위반도 이뤄졌다며 광범위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검사는 배심원단을 대상으로 정확히 어떤 법을 위반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항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해당 연방법의 범위와 적용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 검찰이 기소되지 않은 연방 범죄를 인용한 전례가 없으며, 맨해튼 지방검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관할권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수감될 가능성은?

가능성이 매우 낮긴 하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감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번에 유죄 평결이 나온 혐의 34건은 모두 뉴욕 주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인 E 급 중범죄에 해당한다. 각 혐의마다 최대 4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머천 판사는 트럼프의 나이, 전과가 없다는 점, 비폭력 범죄 관련 혐의인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더 낮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다.

판사가 재판 도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의 증인 비방 금지 명령을 위반했다는 점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아울러 워낙 전례 없는 사건인 만큼 전직 대통령이자 현 대선 후보인 인물의 감옥행을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구속을 원하는 시위
Getty Images
관측통 대부분이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이기에 평생 미 ‘비밀경호국’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런데 트럼프가 투옥되면 경호인들이 그를 교도소 안에서 경호해야만 한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을 수감자로 둔 교도소는 시스템 운영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데 따르는 위험성과 비용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교도소 컨설팅 기업 ‘화이트칼라 어드바이스’의 저스틴 파퍼니 이사는 “교도소 시스템은 보안과 비용 절감, 이 2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트럼프가 수감자로 들어온다면 “서커스가 될 것이다 … 그 어떠한 교도소장도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투표할 수 있나?

올가을 선거에서 트럼프 또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거주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법상 다른 주에서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일지라도 “유죄 판결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주에서 투표할 수 없는 경우”에만 투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은 곳은 뉴욕 주인데, 뉴욕주 법상 중범죄자일지라 하더라도 수감된 상태가 아니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는 11월 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교도소 안에 있지 않는 이상 투표할 수 있다.

트럼프가 자기 자신을 사면할 수도 있나?

그런데 만약 오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자신에게 사면령을 내릴 수 있을까. 아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연방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해서만 사면할 수 있다.

뉴욕주의 이번 ‘입막음성 돈’ 사건은 주정부 사건이므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 해도 권한이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후보와의 근소한 차이를 뒤집고자 범죄를 공모했다는 조지아주 사건도 마찬가지다. 현재 해당 사건은 항소심에서 계류 중이다.

한편 기밀문서 유출과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공모 혐의 등 트럼프가 직면한 연방 사건 2건에 대한 사면 권한이 있을진 불분명하다.

첫 번째 사건의 경우, 트럼프가 임명한 플로리다주의 판사가 증거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전 재판 기일 설정은 “경솔하다”면서 재판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계류 중인 두 번째 연방 사건의 경우에도 트럼프의 항소로 지연된 상태다.

두 연방 사건 모두 11월 대선 전엔 진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권한 상 사면할 수 있는 대상이 자기 자신이 포함되는지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트럼프가 자기 자신을 사면하고자 시도하는 첫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추가 보도: 매들린 할퍼트, 카일라 앱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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