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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필'로 돌아온 BTS... 케이팝에 어떤 변화 가져올까

5시간 전
방탄소년단(BTS)의 RM과 뷔가 전역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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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RM과 뷔가 10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체육공원 축구장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전역 인사를 하고 있다

13일 정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BTS 페스타 현장. 큰 전광판으로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등장하며 그들의 대표곡 '소우주(Mikrokosmos)'가 울려 퍼지자 팬들의 환호성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수천 개의 아미밤(공식 응원봉)과 조명이 음악에 맞춰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풍경은 마치 벌써 이들이 다시 컴백한 듯한 인상을 줬다. 전 세계 팬들이 BTS의 12번째 생일을 그렇게 축하하고 있었다. 군복 벗고 돌아오는 BTS, 그들의 복귀가 케이팝에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남아공에서 온 BTS 아미들. 왼쪽부터 아산다, 심탄딜레, 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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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페스타에서 만난 남아공에서 온 BTS 아미들. 왼쪽부터 아산다, 심탄딜레, 부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 복귀를 앞두고 있다. 오는 21일 슈가의 소집해제를 끝으로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게 된다. 팬들에게는 '완전체' BTS의 귀환을 맞는 첫 공식 축제가 'BTS FESTA 2025(이하 페스타)'였다.

페스타는 매해 BTS 데뷔일을 기념하는 연례 행사로, 올해는 BTS 노래와 사진, 메시지를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멤버 제이홉의 월드투어 앙코르 콘서트도 함께 진행됐다.

하이브는 아직 일곱 멤버의 완전체 활동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BTS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한 팬들의 발길은 한국으로 몰렸다.

BTS 페스타에서 멤버들의 목소리를 수화기로 듣고 있는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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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페스타에서 멤버들의 목소리를 수화기로 듣고 있는 팬

네덜란드에서 페스타를 위해 한국을 찾은 파라 알라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BTS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며 "대부분의 아미도 똑같이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작년, BTS 멤버들이 군 복무 중에도 한국을 찾았고, BTS 관련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없는 시간을 채우며 지냈다고 했다.

BTS 페스타 행사장에는 총 50개의 트로피가 전시된 '트로피 존', 멤버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보이스 존' 등이 있었다. 특히 매일 정오마다 진행된 '소우주' 라이팅 쇼는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부요 마티와네(35)는 "소우주가 나오는 순간,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며 "그들이 돌아온 게 정말 믿기지 않았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18개월이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다시 이들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찼어요."

'군필' 아이돌의 의미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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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병역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멤버들의 입대를 비교적 짧은 기간에 분산해 진행했다. 지난 2022년 12월, 맏형 진이 가장 먼저 입대한 이후 모든 멤버가 불과 몇 개월 간격으로 입대했다. 결과적으로 두 해 조금 넘는 시간 만에 전원이 복귀하게 된 셈이 됐다.

하지만 팬들에게 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브라질에서 온 스테파니(30)는 덕질 메이트(팬 활동을 함께하는 친구)인 카밀라(36)와 함께 페스타 현장을 찾았다. 그는 BTS의 축제에 감격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BTS는 저에게 한국 문화를 알게 해주는 문이었어요."

그는 군 복무 중에도 멤버들이 남긴 콘텐츠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솔로 콘텐츠를 많이 준비해 줘서 외롭지는 않았어요. 슬프면서도 행복한 시간들이었어요. 이제 다시 완전체로 돌아오는 게 꿈만 같아요."

브라질에서 온 스테파니(30)는 카밀라(36)와 함께 페스타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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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온 스테파니(오른쪽)는 친구 카밀라와 함께 페스타 현장을 찾았다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고, UN 연설과 백악관 방문, 그래미 어워즈 노미네이트까지. 입대 전 BTS는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21세기 비틀즈'라는 별칭과 함께 K-팝을 세계에 각인시킨 유일한 그룹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병역 면제를 요구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이들은 자진 입대를 선택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 병역 문제는 오랫동안 남성 아이돌과 배우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매주 수많은 신인 그룹이 쏟아지는 K-팝 시장에서 2년간의 공백은 팬덤 유지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의 병역 이행은 국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연구·문화인류학 전문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군 복무를 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고,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는 사실은 팬들과의 신뢰를 지키는 데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BTS: THE REVIEW'의 저자이기도 한 김영대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BTS의 선택이 장기적으로 현명했다고 본다.

그는 "만약 병역 혜택을 받았다면 '국가에 의존한다'는 인식이 생겼을 수 있다"며 "오히려 깔끔하게 의무를 마침으로써 불필요한 부담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멤버가 차분히 솔로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인기도나 그룹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매우 모범적인 모델을 보여줬고, 이번 완전체 복귀도 자연스럽고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달라진 케이팝 판도

하지만 BTS가 자리를 비운 2년 동안 K-팝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BTS와 블랙핑크가 주도하던 3세대 K-팝 시대에서, 현재는 4세대·5세대 아이돌이 중심이 되는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데뷔한 신생 그룹들은 BTS처럼 뚜렷한 '원톱'은 없지만, 장르의 다양성과 개성이 더욱 뚜렷해졌고 인기 또한 여러 그룹으로 분산되는 양상이다.

13세 한 케이팝 팬은 "요즘 제 또래는 대부분 4세대 아이돌을 좋아해요. 3세대 그룹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BTS는 이제 좀 '윗세대' 같아요"라며 "BTS가 없는 사이 데뷔한 아이돌들도 많고, 그 사이 인기를 얻은 팀들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나뉘었어요"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K-팝을 즐겨온 40대 헤일리 리 씨 역시 시장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에스파, 키스 오브 라이프 같은 여자 아이돌 음악을 다양하게 듣고 있어요. 다양한 콘셉트에 맞춰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는 팀들에 매력을 느끼죠."

다만 그는 BTS의 공백이 K-팝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백 동안 다른 그룹들도 각자의 색깔을 보여주는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BTS의 곡이 한동안 음원 순위에서 보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신인이나 인지도가 낮은 팀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되기도 했죠."

더 큰 변화는 K-팝 산업 전반의 흐름에서 감지된다.

공연 수익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시장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는 앨범 판매량은 2023년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7% 감소했고, 음원 이용량 역시 7.6% 줄었다. 2023년 1억 장을 돌파했던 음반 판매량은 2024년 들어 9328만 장으로 19.4%나 감소했다. 이 흐름은 BTS와 블랙핑크의 공백기와도 맞물려 있다.

BTS가 군 복무 중이던 시기, 블랙핑크는 소속사와의 첫 계약이 만료되며 팀보다 개인 활동에 집중했다. 간헐적으로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그룹 활동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여기에 연예계 각종 논란과 정신건강 문제 등 K-팝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때 차세대 '원톱'으로 주목받았던 걸그룹 뉴진스조차 소속사와의 갈등 이후 활동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여러 보이그룹들도 등장했지만 POST-BTS라고 불릴 그룹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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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러한 상황을 1990년대 '홍콩 문화의 몰락'에 비유하며, K-팝의 위기를 거론한다.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거야'등 여러 케이팝 관련 저서를 펴낸 바 있는 박희아 문화예술평론가는 "BTS의 단체 활동 공백기 동안 K-팝 시장은 일종의 위기 상황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앨범 판매량이 줄고, ESG 문제로 인해 윤리적 경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BTS의 부재 때문은 아니에요. 그 시기에 K-팝 시장에 쌓여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뿐이죠."

김영대 음악평론가 역시 K-팝 시스템 자체를 돌아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는 언제든 유행이 식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유행을 지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거죠. BTS 이후에도 다양한 그룹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K-팝이 산업으로서 자립적인 기반을 갖추는 것이 과제가 될 겁니다."

이 때문에 팬들은 물론 업계도 BTS의 복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이 다시금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란 기대감 때문이다.

"BTS의 복귀는 단순히 음악 산업을 넘어 한국 문화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예요. 팬들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더 나아가 국가 문화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 될 수 있죠."

이제 K-팝 시장은 '완전체 BTS'의 다음 신곡이 어떤 모습일지 주목하고 있다.

전역한 멤버들은 이미 컴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리더 RM은 제대 당일 "공연이 제일 하고 싶다. 빨리 앨범을 만들어 다시 무대로 복귀하겠다"고 말했고, 지민 역시 "우리가 그려나가던 그림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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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자리를 비운 2년 동안 K-팝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특히 여자 아이돌들이 부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완전체 신보가 올 하반기, 늦을 경우 내년 상반기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제이홉의 국내 공연 일정이 남아 있고, 진은 내달 한국 고양을 시작으로 8월까지 전 세계 팬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 논란으로 알려진 멤버 슈가에 대한 관망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복귀가 새로운 활기를 줄 것이라면서도 과거의 판도와는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제 사람들은 BTS에게 과거의 혈기 넘치는 청년의 이미지를 넘어, 보다 성숙하고 안정적인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기대할 것"이라며 "음악, 퍼포먼스, 외적 이미지에서 어떤 식으로 이러한 성숙함을 담아낼 수 있을지가 BTS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 역시 팬들의 니즈나 K-팝 소비 행태가 변화했다는 점도 그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K-팝 위기론'과 타 그룹들의 인기몰이 속에서도 BTS가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고 롱런하기 위한 전략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의 앞으로의 커리어가 K-팝 시장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지렛대로 작용하리라는 분석도 있다.

김영대 평론가는 "BTS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이 소프트 파워의 힘을 가장 크게 느꼈던 시기와 많이 겹친다"며 "K-팝의 상징적인 존재가 돌아옴으로써 전 세계적인 K-팝에 대한 관심, 이런 것들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들의 컴백은 한국의 문화 산업과 소프트 파워가 주목을 받는 기회가 될 것이고, 한국의 음악 콘텐츠가 BTS 커리어처럼 계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BTS 페스타 현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팬들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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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페스타 현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팬들의 행렬

하지만 BTS의 팬덤 '아미'는 지금 단지 7명이 한 무대에 함께 선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왕의 귀환입니다." 브라질 팬 스테파니의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팬 파라도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충성심을 지켰고, 오히려 더 헌신하게 됐어요. BTS 컴백 자체로 충분해요.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고, 계속 응원해요… 여기에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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