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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개발 직전?' 이란의 핵 개발 어디까지 왔나

2시간 전

이스라엘이 이란에 있는 여러 핵 시설을 공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의 생존과 관련한 이란의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한 대규모 공습의 일환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첫 번째 공격으로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이 일부 파괴되고 주요 핵 과학자들이 암살당한 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행동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멈추게 하지 않으면, 이란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 기간이 "1년이 될 수도, 몇 달이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5일 이스라엘이 핵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국제법상 새로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라며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함으로써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은 또한 이란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이며, 이란의 원칙은 "핵무기 금지와 불법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증거가 있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나탄즈를 표적으로 삼음으로써 "이란의 무기화 프로그램의 심장부를 공격했다"라며 사망한 이란 측 핵 과학자들은 "폭탄을 연구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몇 달 동안 우라늄 금속 노심과 핵폭발을 촉발하기 위한 중성자원 발생장치 등을 포함해 "핵폭탄에 적합한 무기 부품을 생산하려는 이란 정권의 노력"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소재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의 켈시 대븐포트 비확산정책 담당 국장은 지난 13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이 무기화를 앞두고 있다는 명확하거나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브레이크아웃(breakout)이 0에 가까운 상태"라고 말했다. 브레이크아웃 타임이란 한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할 경우 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분열성 물질을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이란이 몇 달 안에 낮은 단계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분석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대븐포트 국장은 이란의 일부 핵 활동을 폭탄 개발에 적용할 수 있지만,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주요 무기화 활동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의회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버드 국장은 미국 정보기관이 "여전히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으며,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003년에 중단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 부셰르주의 걸프만 북부 해안 마을에서 보이는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2024년 4월 24일)
NurPhoto via Getty Images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평화적이며 부셰르와 같은 발전소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븐포트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순전히 이란의 핵확산 위험 때문에 움직인 것이라면, 이스라엘은 관련 정보를 미국과 공유했을 것이고 최초 공격도 이란의 모든 주요 핵 시설을 대상으로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한 BBC의 질문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는 상황에 대한 그들의 평가"며 "그들이 갖고 있을 수 있는 내부 보고나 정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은 5월 말에 발표된 IAEA 최신 분기 보고서에서 이란이 무기급(90%)에 근접한 순도 60% 수준까지 농축한 우라늄을 충분히 축적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핵폭탄 9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경고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를 두고 "정당한 우려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로시는 또한 이란이 미신고 핵시설 3곳에서 사찰단이 발견한 인공 우라늄 입자에 대한 조사에 응하지 않아 이란 핵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평화적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시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핵장치(nuclear device) 차원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란 핵 시설을 표시한 지도 그래픽
BBC
이란 핵 시설을 표시한 지도. 혼다브*의 경우 부분적으로 건설된 연구용 중수로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이란은 항상 핵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평화적이며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IAEA는 1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1980년대 말부터 '아마드 프로젝트'가 중단된 2003년까지 "핵폭발 장치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IAEA는 이란이 서방 국가들이 지하 농축 시설 '포르도' 건설을 밝혀낸 2009년까지 일부 활동을 계속했지만, 이후에는 무기 개발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징후"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2015년 이란은 세계 열강 6개국과의 핵합의를 통해 핵 활동 제한과 IAEA 사찰단의 엄격한 감시를 수용하는 대신 강력한 제재를 완화하는 데 동의했다.

주요 제한 사항은 원자로 연료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 생산에 적용된다. 순도 3.67%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금지하고 육불화우라늄(UF6)을 초고속으로 회전시키는 1세대 원심분리기만을 가동, 그리고 지하 포르도 시설에서 농축을 중단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당 합의로는 핵폭탄 개발을 막기 역부족이라며 2018년 첫 임기 중에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미국 측 제재를 복원했다.

이에 이란은 제재를 점점 더 많이 위반함으로써 보복했다. 특히 농축 관련 제재 위반이 많았다.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포르도에서의 농축 활동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하기 전날, 35개국으로 구성된 IAEA 이사회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의 비확산 의무 위반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란은 "안전한 장소"에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설치하고, 포르도에 있는 1세대 원심분리기를 6세대 기기로 교체함으로써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구조대원들이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2025년 6월 13일).
Reuters
이스라엘의 초기 테헤란 공습 중 일부는 핵 과학자들과 군 지휘관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란 핵 시설이 입은 피해는?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1차 공습으로 이란 나탄즈 지하 원심분리기 시설을 비롯해 해당 시설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기반 시설)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는 않았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 공격으로 지상에 노출된 시범연료농축시설(PFEP) 일부와 현장의 전기 인프라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PFEP는 원심분리기 여러 대로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던 곳이다.

그는 PFEP 일부가 있는 지하 캐스케이드 홀(원심분리기 설치 공간)과 연료농축시설(FEP) 메인 공간은 물리적 공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 인프라 손상으로 시설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BBC에 "우리는 갑작스러운 외부 전력 손실로 인해 원심분리기가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더라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라며 "(원심분리기가) 직접적으로 파괴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손상을 입었다"라고 말했다.

원심분리기는 깨지기 쉽고 미세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기계다. 전원 차단과 같은 사소한 문제만으로도 부품끼리 서로 부딪쳐 전체 캐스케이드에 차질을 일으키는 등 제어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한 현장에 방사능 및 화학적 오염이 있었지만 외부 방사능 수준은 변하지 않고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에서 발생한 방사능 위험은 주로 알파 입자(알파선)이며 호흡기 등을 활용한 적절한 보호 조치로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탄즈 핵 시설이 입은 피해 (2025년 6월 14일)
BBC

그로시 사무총장은 13일 이스파한 원자력 기술 센터 공격으로 중앙 화학 실험실과 우라늄 변환 공장, 테헤란 원자로 연료 제조 공장, 그리고 아직 건설 중이던 육불화우라늄을 금속우라늄으로 변환하는 시설 등 4개 건물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탄즈와 마찬가지로 외부 방사능 수준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이스파한 공습으로 "금속우라늄 생산 시설과 농축 우라늄 재변환 시설, 실험실, 그리고 추가 인프라가 해체됐다"라고 밝혔다.

이스파한과 관련해 그로시 사무총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하 공간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포르도 시설에 대해서는 "피해가 있었다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란 반관영 이스나통신은 지난 14일 이란원자력청(AEOI)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공격으로 포르도 "일부 지역에 제한적인 피해"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해당 지역에 공격을 단행했다고 발표한 바 없다.

IAEA는 지난 18일 두 개의 원심분리기 생산시설인 TESA 카라지 작업장과 테헤란 연구 센터가 공격을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IAEA는 "테헤란 현장에서는 첨단 원심분리기 로터(rotor·회전자)를 생산 및 시험하는 건물 한 채가 타격을 입었다"라며 "카라지에서는 서로 다른 원심분리기 부품을 제조하는 두 개 건물이 파괴됐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가 원심분리기 생산 시설과 "이란 정권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연구 및 개발 현장"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대븐포트 국장은 나탄즈 공습으로 이란의 "브레이크아웃 타임"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IAEA가 현장에 접근할 수 있을 때까지 이란이 얼마나 빨리 그곳에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는지 또는 우라늄을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포르도 농축 시설을 보여주는 주석이 달린 위성 이미지
BBC

그는 또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고자 한다면 포르도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포르도가 계속 가동되는 한, 이란은 여전히 단기적인 핵확산 위험을 안고 있다"라며 "이란에는 이곳에서 무기급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을 강화하거나, 우라늄을 다른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옮기는 선택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포르도는 공습으로부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산속 깊은 곳에 지어졌으며, 오직 미국만이 이를 파괴할 수 있는 재래식 '벙커버스터'(bunker-buster)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위협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만큼"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븐포트 국장은 이것이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지적한다.

그는 "공습을 통해 시설을 파괴하고 과학자들을 표적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이란이 보유한 핵 관련 지식을 없앨 수는 없다"라며 "이란은 우라늄 농축 발전에 힘입어 과거보다 더 빠르게 재건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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