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진행 중' 제인 구달의 경고
제인 구달 박사는 자신의 상징적인 숄을 어깨에 둘러쓰고, 은빛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다. 흐릿한 화상 통화 속에서도 평온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비엔나의 한 호텔 방이었다. 그의 최신 강연 투어를 기록하는 영화 제작자들과 기자들이 구달 박사 주변을 바쁘게 돌아 다니고 있었다. 유명한 영장류학자이자 환경 보호 운동가는 큰 의자에 앉으며 가느다란 몸을 감싸듯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화상 화면 속 뒤편 선반에는 원숭이 인형 ‘미스터 H’가 놓여 있다.
구달 박사는 약 30년 전에 친구로부터 원숭이 인형을 선물받았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오랫동안 세계를 여행했다.
현재 90세인 구달 박사는 여전히 미스터 H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조금 피곤하다”고 말하며, “파리에서 왔고, 여기서 끝난 후에는 베를린, 다음에는 제네바로 간다. 환경에 대한 위협과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투어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구달 박사는 자신의 재단과 비영리 기술 기업 에코시아(Ecosia)가 우간다에서 진행하고 있는 나무 심기와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단체들은 지난 5년 동안 지역 사회와 소규모 농부들의 도움을 받아 약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BBC 라디오 4 인사이드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구달 박사는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자연을 복원하고 기존 숲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우간다에 서식하는 약 5000마리의 침팬지가 처한 위협받는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수십 년간 침팬지를 연구하고 이들의 보호를 위해 캠페인을 펼쳐온 구달 박사는 산림 벌채가 기후에 미치는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나무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일정 크기까지 자라야 한다”면서 “나무 심기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세계 지도자들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 모였다.
구달 박사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행동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아직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을 늦추기 시작할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죠."
그는 숲과 자연 서식지의 파괴가 기후 위기와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구달 박사는 탄자니아 숲에서 60년 전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두 번의 우기를 기준으로 달력을 맞출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건기에도 비가 오고 우기에도 가뭄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나무 열매가 잘못된 시기에 열려 침팬지뿐만 아니라 곤충과 새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수십 년 동안 야생 침팬지의 서식지를 연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구달 박사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숲이 파괴되고 침팬지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모두 협력해서 환경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강하게 규제하지 않고, 화석 연료 사용을 신속히 줄이지 않는다면, 환경을 파괴하고 토양을 황폐화시키며 생물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 농업을 멈추지 않는다면 암울한 미래가 다가올 것입니다."
'눈을 바라보며 내 손가락을 꽉 쥐었다'
구달 박사가 탄자니아 곰베 스트림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이 분야의 길을 개척한 선구자였다. 지금은 획기적이라고 평가받는 그의 연구는 당시에는 논란이 많았다.
그는 침팬지가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기록한 인물이었다. 침팬지들은 흰개미를 잡기 위해 나뭇가지를 준비해 사용했다. 그의 관찰 이전에는 이런 행동이 인간에게만 독특한 특징이라고 여겨졌다.
그는 침팬지들이 강한 가족 유대를 형성하며, 심지어 영토를 두고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연구 대상인 동물들과 밀접히 교감하고, 이름을 붙이며 심지어 그들을 “나의 친구들”이라고 부른 구달 박사의 접근법은 일부 과학자들, 특히 남성 과학자들에게 조롱을 받았다.
구달 박사의 지도교수이자 멘토였던 루이스 리키 교수는 그의 연구 방식에 가치를 뒀다. 구달 박사는 “(멘토가) 동물에 대한 과학적 환원주의적 태도로 인해 사고가 굳어지지 않은 사람을 원했다”며 “우리는 개나 고양이, 토끼, 말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고 기를 수 없다. 내가 어릴 적 정원에서 다람쥐를 관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다람쥐에게 이름이 있다.”고 전했다.
구달 박사가 일생을 바쳐 연구한 영장류들과의 친밀감은 그만의 독특한 시각을 만들어냈다. 구달 박사는 자신이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이름 붙인 침팬지와의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구달 박사가 처음으로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것을 관찰한 수컷 침팬지였다.
구달 박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으로 저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침팬지였어요. 저는 그의 가까이에 앉아 땅 위에 놓여 있던 붉게 익은 오일 팜 열매를 들었습니다. 그것을 침팬지에게 내밀었지만 그는 고개를 돌렸어요. 내가 손을 좀 더 가까이 내밀자 그는 내 눈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을 내밀어 내 손가락을 아주 부드럽게 쥐었습니다.”
“그것은 침팬지들이 서로를 안심시킬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몸짓 언어를 통해 완벽히 소통했어요. 이는 분명히 인간 언어가 탄생하기 이전의 소통 방식일 것입니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
구달 박사가 걸어온 길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는 저명한 과학자이자 자신의 경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리키 교수를 위해 일하던 초창기 시절에 대해 글을 썼다. 리키 교수는 반복적으로 구달 박사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며, 오늘날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식으로까지 구달 박사에게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구달 박사는 그를 거절하고, 자신의 연구와 사랑하는 침팬지들에 집중했다. 올해 90세가 된 구달 박사는 여전히 기력을 잃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며 환경 운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구달 박사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건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확고하게 답했다.
“사람들은 분명 아이들의 미래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환경] 법률에 대해 더 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환경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