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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물길을 정말 막을 수 있을까

2025.05.07
카라코람 산맥의 인더스 강
Getty Images
인더스 강줄기는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흐른다

인도는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과 두 지류를 정말로 막을 수 있을까.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끔찍한 공격 이후, 인도 정부가 인더스강 유역의 6개 지류의 수자원 관리에 대해 파키스탄과 맺은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1960년 체결된 '인더스 수자원 협정(IWT)'은 라이벌 사이인 두 핵보유국 간 벌어진 2차례의 전쟁에도 파기되지 않았으며, 국경 지역 수자원 관리의 모범 사례로 여겨져 왔다.

이번 협정 중단은 인도가 파키스탄을 향해 취한 여러 보복 조치 중 하나다. 인도 측은 파키스탄 정부가 국경 너머 테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파키스탄 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는 한편 수류를 막는 행위는 "전쟁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면서 보복 조치에 나섰다.

IWT에 따라 라비, 비아스, 수트레지 등 인더스 유역의 동쪽에 자리한 세 강은 인도에 할당되었으며, 인더스, 젤룸, 체납 등 서쪽의 세 강의 경우 80%가 파키스탄에 할당되었다.

파키스탄이 인도의 일부 수력 발전 및 수자원 인프라 프로젝트로 인해 자국 내 유량이 감소했으며, 이는 조약 위반 행위라고 주장하며 과거에도 이를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진 바 있다. (파키스탄 농업의 약 80%와 수력 발전의 약 3분의 1이 인더스 유역의 수자원에 의존한다)

지난 4월 24일 인도 스리나가르 지역 달 호수 강가에서 경계 근무 중인 인도 준군사조직 대원의 모습
EPA
지난달 22일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 측은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인해 관개용수, 식수, 수력 발전 등 수요가 변하고 있다며 해당 협정을 재검토 및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세계은행(WB)의 중재로 해당 협정을 맺은 뒤 양국은 수십 년간 경쟁적으로 법적 분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조약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상류를 차지해 지리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가 이같이 선언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번 중단 조치가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도는 정말 인더스 유역의 수류를 차단하거나 우회시켜 파키스탄의 생명선을 끊을 수 있을까. 실제로 그러한 조치를 실행할 능력이 있을까.

우선 전문가들은 수위가 높아지는 시기 인도가 서부 강의 수십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물을 차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도에는 그 정도의 수량을 저장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대규모 저수 시설이나 광범위한 운하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남아시아 댐, 강, 사람 네트워크(SANDRP)'의 지역 수자원 전문가인 히만슈 타카르는 "인도의 시설 대부분이 수로식 수력발전소로, 대규모 저장 시설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로식 수력발전소의 경우 흐르는 물의 힘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기에 대규모 저수 시설을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인도 측 전문가들은 열악한 시설 상태로 인해 자국이 협정에 따라 할당받은 인더스, 젤룸, 체납 강물의 20%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저수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에 대해 파키스탄은 협정 위반이라며 반대한다.

현재 전문가들은 인도가 기존 인프라를 개조하거나 새로운 시설을 구축해 파키스탄에 통보하지 않고도 더 많은 물을 저장하거나 우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타카르는 "과거와 달리 인도는 파키스탄과 이러한 프로젝트 관련 문서들을 파키스탄과 공유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산간 지역의 댐
Getty Images
인도의 댐들은 파키스탄과의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젝트에 대한 인도 내 반발 의견, 공사가 까다로운 지형 등 여러 도전 과제로 인해 인더스 유역의 수자원 시설 건설은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무장단체의 공격 이후 인도 수자원 당국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더스 유역의 여러 댐 및 저수 시설 건설 속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이 같은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없으며, 소식통에 따르면 진전 속도도 제한적이라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가 기존 및 미래에 건설한 시설을 통해 수류를 통제하기 시작하면 물이 매우 부족해지는 건기에 파키스탄이 특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에서 도시 환경 정책 및 환경학을 연구하는 하산 F. 칸 부교수는 ''지에 "유량이 감소하고, 저수량이나 (댐 개방) 시기가 중요해지는 건기의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기고했다.

"협정에 의한 제약이 사라진 이후의 영향이 가장 체감되기 시작할 때입니다."

라다크의 콜드 데저츠에 위치한 인더스 강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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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강물을 막기 시작하면 파키스탄은 특히 건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IWT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은 수자원 데이터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 이 같은 정보는 홍수 예측, 관개, 수력 발전뿐만 아니라 식수 공급 계획 수립 시 필수적이다.

인도 측 IWT 위원회를 이끌었던 프라데프 쿠마르 삭세나 전 위원장은 자국 언론사 '프레스 트러스트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이제 파키스탄과 홍수 데이터를 더 이상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보통 6~ 9월인 우기 시기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파키스탄 측은 이미 예전부터 인도가 매우 제한된 정보만을 공유해왔다고 주장한다.

파키스탄 측 IWT 위원회의 시라즈 메몬 전 부위원장은 BBC 우르두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측은 이전부터 자신들이 소유한 데이터의 약 40%만 공유해 왔다"고 했다.

한편 이 지역에서 수자원 관련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상류 국가가 하류 국가를 상대로 수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는지 또한 문제로 제기된다.

이는 '물폭탄' 즉, 상류 국가가 물을 일시적으로 차단한 뒤 갑자기 어느 날 경고 없이 방출하며 하류 지역에 대규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과연 인도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인도의 댐들은 파키스탄과의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대규모 방류 시 파키스탄보다 먼저 인도 내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도가 사전 경고 없이 저수지의 토사를 방출해 파키스탄 하류 지역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다.

인더스와 같은 히말라야 지역 강의 경우 토사가 많아 이곳의 댐, 보 등의 시설에는 토사가 빠르게 축적된다. 이러한 토사를 갑자기 내보내면 하류 지역에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시야를 넓혀 보면, 인도는 브라마푸트라 강 유역에서는 중국의 하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더스 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한다.

지난 2016년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무장 단체 공격 사건이 발생하자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을 그 배후로 지목하며 "피와 물은 함께 흐를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런데 중국이 나서 인도 북부 브라마푸트라강이 되는 얄룽창포강 지류를 차단했다.

파키스탄을 동맹으로 둔 중국은 근처 국경 지역에서 건설 중인 수력 발전 프로젝트에 필요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이는 중국의 파키스탄 지원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당국은 티베트 지역에 여러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데 이어, 얄룽창포강 하류에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을 건설하는 계획도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인도는 이로 인해 중국이 수류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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