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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숨을 쉬면 생기는 놀라운 효과

5시간 전
코와 입을 콜라주한 그래픽. 코로 공기가 들어가고 있다.
Serenity Strull/ BBC

나는 최근 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알레르기 문제와 정신 건강 등 내 삶의 많은 부분이 개선된 듯하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코로 호흡하는 것, 즉 비강호흡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내 기억에 수술 전 나의 호흡은 마치 수영을 하는 것과 같았다. 공기를 힘겹게 마시지만, 폐를 완전히 채우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콧속에 호루라기라도 들어 있는 듯, 이상한 소리가 날 때도 있었다. 행여 누가 들을까봐 걱정될 만큼 큰 소리였다.

하지만 나의 가장 큰 괴로움은 아주 사소하지만 남들은 믿기 힘든 문제였다. 코의 잔인한 구조 때문에, 나는 코를 풀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킁킁거리며 살아야만 했다.

휘어진 비중격(콧구멍을 좌우로 나누는 역할을 하는 연골과 뼈)은 삶이 내게 내린 저주와 같았다. 날씨가 좋을 때도 내 오른쪽 코는 막혔고, 소량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도 나는 숨을 입으로 쉬어야 했다. 이런 상황은 수면 무호흡증으로 이어졌다.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나면, 수 차례 밤잠에서 깨고 특정 원인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올라간다.

그렇게 수십 년간 고통을 겪어온 내게 어느 날 의사는 수술을 제안했다. 비중격을 곧게 펴고, 비갑개(숨을 쉴 때 공기를 조절하는 점막으로 덮인 뼈 구조물로 나는 이것이 내 몸에 있는 줄도 몰랐다)를 작게 만드는 수술이었다. 무엇이든 시도할 준비가 되어 있던 나는 그렇게 2025년 1월 3일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후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내 코는 새로운 기능을 발휘했다. 나는 생애 최초로 양쪽 콧구멍으로 맑고 깊은 숨을 쉴 수 있었다. 코를 푸는 것이 황홀할 만큼 짜릿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수면 무호흡증은 완치는 아니더라도, 호전됐다. 수술로 인한 축복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비강호흡은 많은 이점이 있는데,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러한 이점은 꼭 수술을 받지 않아도 누릴 수 있다.

개인용 공기 필터

캘리포니아대학 이비인후과 의사인 재클린 캘런더에 따르면, 비강호흡의 주요 이점은 비갑개에서 나온다.

캘런더는 "비갑개는 공기를 데워주고 습도를 높여주는 등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 기관은 공기 여과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비갑개는 코털과 함께 우리 몸에 들어오는 먼지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걸러낸다. 구강호흡으로는 얻을 수 없는 이점이다. 캘런더는 "비갑개는 우리 면역 체계의 1차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코로 호흡하는 두 쌍의 코 이미지
Serenity Strull/ BBC
구강호흡보다 위생적이고 충치 예방에도 유용한 비강호흡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구강호흡은 건강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스탠퍼드 대학 메디컬 센터에서 수면과 연하(음식물을 삼키는 것)를 연구하는 앤 키니는 "많은 연구에서 구강호흡이 구강 내 건강 문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구강호흡은 충치, 치아 속 칼슘 이온 분해, 잇몸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 입으로 숨을 쉬면 입안이 건조해지고, 산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릴 때 구강호흡을 하면, 치아가 비뚤어지고 얼굴 모양이 변할 수 있다는 연구도 많다.

키니는 "쉽게 말해서, 코는 호흡을 위한 것이고 입은 음식을 먹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비중격이 심하게 휘어졌거나 또 다른 원인으로 코가 막힌 사람들은 비강호흡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키니는 구강호흡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비강호흡으로 바꿀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환에 적응이 필요해서,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호흡 방식을 바꾸고 나면, 숨을 쉴 때마다 그 장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 중 호흡의 차이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수면 중에 코로 숨을 쉰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잠을 잘 때 입으로 공기를 마신다. 키니는 이는 "혀의 위치가 문제를 일으키는"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말했다.

수면 중 구강호흡의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잠시 입을 다물어 보자. 혀끝은 입천장에 붙고, 혀 뒤쪽은 이완되어 기도가 열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반대로 입을 벌리고, 얼굴 근육을 느슨하게 풀어보자. 여기에서 고개를 뒤로 젖히면 혀가 목구멍을 막는 듯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키니는 "혀 뒤쪽이 목구멍을 가리면, 공기 흐름이 제한돼 호흡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숨을 쉬면, 자다가 코를 골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코가 막힌 사람은 수면 중에 구강호흡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수면 무호흡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전 세계 약 10억 명이 갖고 있다고 추정되는 질환이다. 수면 무호흡증의 영향 중 그나마 약한 것이 삶의 질 악화다. 최악의 경우, 조기 사망과 같은 극단적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수면 무호흡증이 아니더라도, 수면 중 구강호흡은 코골이 등 많은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많은 건강 인플루언서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구강 테이프를 추천한다. 구강 테이프란 말 그대로 테이프를 붙여 입을 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수면 중 코로 숨을 쉬게 해준다. 하지만 이 처방에 따르는 심각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있을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방법이다.

키니는 구강 테이프를 쓰면 호흡이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의료진의 진찰뿐이다. 따라서 의료 전문가의 조언 없이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된다. 키니는 "자면서 코를 골거나 코로 숨쉬기가 어렵거나 수면 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이비인후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으로서 구강 테이핑은 아직 초기 단계다.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그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비록 몇 가지 초기 연구는 구강 테이핑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결정적인 근거를 찾아낸 것은 아니다.

대만에서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를 예로 들면, 구강 테이프는 수면 무호흡증과 코골이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진은 해당 연구의 표본 규모가 작고 대조군이 없어 결론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캘런더는 "아직까지 구강 테이프가 수면 무호흡증을 줄여주거나 야간 수면 중 호흡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이면서 강력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방법은 비용이 적게 들고, 치료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는 구강 테이핑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쓰려면 의학적 조언을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따라서 구강 테이핑을 시도하려면, 먼저 수면 전문가나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캘런더는 수면 중 구강호흡에 대한 해법으로 비강을 외부에서 열어주는 코 확장기(nose strips)를 써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기 흡입 시 비강에 음압이 발생하는 '코팔 변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코 확장기가 도움이 될 수 있죠."

코 확장기를 운동할 때 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나처럼 비중격이 휘어졌거나 비갑개가 비대해진 경우에는 코 확장기가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을 위한 풍경

비강호흡이 우리 몸에 주는 이점들이 점점 더 많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코와 두뇌 사이의 연결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코로 숨을 쉬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신체적으로 많은 안정을 얻었다. 그런데 비강호흡은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압기
Serenity Strull/BBC
수면 중에 콧속으로 공기를 지속 공급하며 비강호흡을 유도하는 양압기는 수면 무호흡증의 주요 치료법이다

우리 몸에서 코는 '정신을 위한 풍경(처마 끝에 달아서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종)'과 같다고 한다. 코를 통해 공기가 이동할 때, 우리의 인지 과정에 상당한 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강호흡은 두뇌에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변연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한다. 반면 구강호흡은 그렇지 못하다.

2023년에 나온 한 연구는 비강호흡이 혈압 및 심박의 변동성을 낮춰준다고 말한다. 즉 신체를 이완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이끈 플로리다 주립대의 응용 생리학자 조 왓소는 "비강호흡이 고혈압을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행위는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 숨을 쉬면 공간 작업 수행 능력이 향상되고 기억력이 좋아지며 신체 반응 속도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코로 숨을 쉬면, 냄새를 맡을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도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신경이 활성화된다는 것 정도만 밝혀졌다. 이와 관련된 유력 가설은 활성화된 후각 신경이 편도체와 해마 등 두뇌의 여러 영역에서 전기적 활동을 동기화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무엇이든, 비강호흡이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 몸은 이를 통해 에너지를 보존하고, 긴장을 푸는 것 같다.

명상가와 요가 수련자들은 수천 년 동안 코로 숨을 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현대 과학이 이 주장을 입증해 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강호흡을 길고 리듬감 있게 하면 대뇌 피질 전체의 뇌파가 느려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왓소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비강 자극 개념을 활용하면, 명상의 이점을 생리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코 수술을 받고 몇 달 새, 나의 삶은 거의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정신 건강도 마찬가지다. 불안감이 줄고 집중력은 향상되었으며 기분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이는 분명 우연히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캘런더는 비강호흡이 나를 보다 차분하게 해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캘런더는 "수면의 질 향상은 본질적으로 삶의 질 및 행복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생리학적으로는 당신의 부교감 신경계가 전보다 더 자주 활성화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는 심호흡을 하라"는 오랜 조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는 그 심호흡을 코를 통해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에서 다룬 모든 내용은 일반적인 차원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이 글에 나온 내용으로 의사 또는 의료 전문가의 의학적 조언을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BBC는 독자가 이 칼럼 내용에 근거해 내린 자체 진단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아울러 BBC는 BBC 사이트에 노출되는 외부 웹사이트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으며, 외부 사이트에서 거론하는 제품이나 조언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보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건강이 염려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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