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 선고에서 징역형·벌금 면해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형사 재판 끝에 "무조건 석방"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는 형벌, 벌금, 징역형 없이 풀려나게 됐으며,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첫 미국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후안 머천 판사는 판결 직후 "이 법정은 그동안 이렇게 독특하고 놀라운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라며 "정말로 특별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화상으로 출석한 트럼프는 자신의 변호사와 함께 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자신이 "완전히 무죄"라고 선언했다.
선고를 앞두고 발언 기회를 얻은 트럼프는 몇 분 동안 사건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매우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법 체계의 "무기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며, 맨해튼 지방 검사 앨빈 브래그가 정치적 이유로 사건을 제기한 것이라 주장했다.
트럼프는 "나는 매우 부당하게 대우받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하고 싶다. 매우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조용히 발언을 마쳤다.
브래그가 트럼프의 발언을 직접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재판 내내 대부분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트럼프가 브래그가 사실은 이 사건을 제기하길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을 때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발언 후 머천 판사는 재판의 "역설"에 대해 몇 가지 언급을 했다.
머천 판사는 "법정 문이 닫힌 이후에는, 다른 사건들과 다를 바 없이 진행되었다"고 말하며, 언론과 정치적 소란과는 대조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지난 11월 미국 국민들이 그를 두 번째 대통령 임기에 선출하면서 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검토 끝에 그는 "국가의 최고 직위를 침해하지 않는 유일한 합법적 선고"는 무조건적인 방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미결 재판 절차에 구속되지 않은 상태로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게끔 하는 판결이다.
역사적인 재판의 끝
트럼프는 2024년 5월 뉴욕 배심원단에 의해 사업 기록 위조 혐의로 34건의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선고는 여러 차례 연방 대법원의 판결과 11월 대통령 선거로 인해 연기된 바 있다.
혐의는 2016년 선거 막바지에 성인 영화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 돈'을 지급한 공모와 관련이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유권자들이 반드시 알았어야 할 중요한 정보를 숨기기 위한 선거 방해 행위였으며, 따라서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10월, 당시 트럼프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은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여성에게 트럼프와의 몇 년 전 성적 접촉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대가로 13만 달러 (약 1억 7천만 원)을 지급했다.
트럼프는 선거 이후 코헨에게 분할 지급 방식으로 상환했으며, 이를 법률 비용으로 허위 기록했다. 트럼프의 유죄 판결은 은폐와 관련된 허위 문서와 연관이 있다.
트럼프는 혐의를 부인하고, 대니얼스와의 만남을 부정했으며, 이 사건이 정치적 동기로 제기된 박해라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6주간 진행된 재판은 법적, 정치적, 언론적 소동으로 번져갔다. 코헨과 대니얼스 등 주요 인물들이 증언대에 올라 트럼프 변호인단의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는 매일 자신의 방청석을 채우기 위해 가족들과 공화당 동료들을 법정으로 데려왔다. 또한 법정 밖 복도에 마련된 작은 언론 구역을 자신의 개인 연단으로 사용하며, 사법 체계, 언론, 그리고 자신의 대항 세력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트럼프는 또한 재판 소동을 이용해 지지자들로부터 법적 투쟁 및 백악관 복귀를 위한 선거 자금을 수백만 달러 모금했다.
대통령 임기 사이 4년 동안 트럼프는 뉴욕 사건을 포함해 4건의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만이 유일하게 재판에 올랐다.
선거 운동과 소셜 미디어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겪고 있는 법적 어려움을 이용해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들을 조작된 사법 체계의 희생자로 묘사했다.
여러 기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지난 11월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크게 꺾었다.
그의 승리는 연방 선거 개입 사건과 기밀 문서 처리 혐의를 포함한 연방 검찰의 두 가지 기소를 무효화시켰다. 세 번째인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선거 개입 사건은 수차례의 지연과 부수적 논쟁 속에서 멈춰 있다.
트럼프의 뉴욕 재판만이 결론에 도달했으며, 머천 판사가 1월 초 트럼프의 화상 또는 대면 출석을 요구하며 선고를 강행했다.
법정 밖 전투는 여전히 계속됐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현지시간 금요일에 열린 심리를 중단시키기 위해 긴급 항소를 제기했으며, 미국 대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목요일 밤 짧은 명령으로 이를 기각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 당선자가 형사 소송에서 면책을 가진다는 주장을 하며 사건 기각을 시도했지만, 머천 판사는 이를 거부했으며 이 주장은 상위 법원에서도 계속 논의됐다.
현지시간 금요일, 트럼프의 뉴욕 재판이 최종적으로 종결되면서 그의 개인적, 정치적 역사에서 격동적인 장도 마무리되었다.
트럼프는 약 열흘 뒤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서 취임하게 된다.
금요일 선고를 마치며, 머천 판사는 트럼프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당신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는 데 있어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