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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들이 인도에 무료 AI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

6시간 전
휘날리는 인도 국기 앞에 오픈AI 로고가 그려진 휴대전화 화면이 놓여 있다
Future Publishing via Getty Images
AI 서비스 제공 기업들이 현지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인도 소비자들에게 무료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11월 둘째 주부터 인도에선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오픈AI사의 저가형 챗봇 'ChatGPT Go'의 1년 무료 이용 혜택을 받게 된다.

이미 구글과 퍼플렉시티AI가 인도 이동통신사들과 손잡고 자사 인공지능(AI) 도구를 일정 기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오픈AI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퍼플렉시티AI는 인도 2위 이동통신사인 에어텔과, 구글은 인도 최대 통신기업 릴라이언스 지오와 제휴해 월간 데이터 요금제에 AI 도구를 무료 혹은 할인 형태로 포함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혜택을 '선심성'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투자이자 인도의 디지털 미래에 대한 장기적 베팅이라는 것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인도인들을 생성형 AI에 익숙하게 만든 뒤, 나중에 유료화하는 겁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타룬 파탁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가 이들 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규모와 젊은 인구입니다." 파탁은 "중국 역시 인구 면에서는 인도에 필적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규제된 기술 환경 탓에 외국 기업의 접근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인도는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디지털 시장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많은 신규 사용자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는 셈이다.

오픈AI, 퍼플렉시티AI, 구글은 BBC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인도는 9억 명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데이터 요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인터넷 이용자의 대부분은 24세 미만의 젊은 세대로, 스마트폰을 통해 일하고, 소통하고, 여가를 즐긴다.

이들에게 AI 도구를 데이터 요금제에 묶어 제공하는 것은 기술기업들에 거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인도의 데이터 사용량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고, 사용자가 많을수록 기업은 더 많은 1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나라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AI 활용 사례들은 전 세계의 귀중한 참고 사례가 될 겁니다." 파탁은 이렇게 말했다.

"AI 기업이 얻는 데이터가 많고 다양할수록, 특히 생성형 AI 모델의 성능은 더욱 향상됩니다."

AI 기업들에겐 '윈윈'처럼 보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측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편리함이나 무료 혜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델리 기반 기술 분석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프라산토 K 로이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데이터를 너무 쉽게 넘겨주는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지하철 안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인도는 9억 명 이상의 인터넷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는 인공지능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별도의 법이 없다.

2023년 제정된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법'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법은 개인 데이터 보호에 대한 포괄적인 틀을 제시하지만, 세부 시행 규칙이 마련되지 않았고 AI 시스템이나 알고리즘의 책임성 문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컨설팅 회사 언스트앤영(EY)의 마헤시 마카자 기술 책임은 일단 시행되면 "디지털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진보된 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인도의 유연한 규제 환경 덕분에 오픈AI와 구글 같은 기업들이 통신 요금제에 무료 AI 도구를 손쉽게 결합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선 훨씬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의 AI 규제는 투명성과 데이터 관리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으며, 한국의 새 AI 규제안은 한발 더 나아가 AI 생성 콘텐츠에 라벨을 붙이도록 하고, AI 시스템 운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조항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사용자 동의나 데이터 보호 관련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인도처럼 대규모로 무료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애널리스트 로이는 "인도에는 더 강력한 이용자 인식 제고와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혁신을 억누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가벼운 규제'가 적합하지만, 잠재적 위험이 명확해질수록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때까지 글로벌 AI 기업들은 이러한 '무료 전략'을 통해, 과거 인도에서 초저가 데이터 요금제로 수억 명의 신규 인터넷 사용자를 확보했던 경험을 되풀이하길 기대하고 있다.

AI 서비스는 고가 유료 모델보다는 저가·가치 중심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지만, 인도의 엄청난 사용자 규모는 여전히 큰 잠재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무료 이용자 중 단 5%만 유료 구독자로 전환돼도, 그 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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