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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검증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얼마를 지원했을까?

2025.03.04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고 여러 번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의 주장 중 일부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 의문이 남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원조에 3000억~3500억달러를 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접견했을 때를 포함해 이 같은 주장을 여러 차례 해왔다.

요약: 실제 미국이 지출한 금액은 훨씬 낮은 것으로 보인다.

BBC 검증팀은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관련 지출을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수치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수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지출을 보여주는 BBC 그래픽
BBC

독일 소재 싱크탱크인 킬 인스티튜트(Kiel Institute)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를 추적하고 있다. 이 기관은 미국이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197억달러(약 175조1200억원)를 원조했다고 계산했다.

일부에서는 더 높은 금액을 산정하기도 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관련 지출을 보다 넓게 정의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책인 '대서양 결의 작전(Operation Atlantic Resolve)'에 대한 모든 지출을 살펴본 수치를 제공했다.

미 국방부는 1828억달러(267조4400억원)가 "책정(appropriated)"됐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유럽 내 군사 훈련 비용과 국방 물자 보충 비용도 포함된다.

어느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금액보다 훨씬 낮다.

BBC 검증팀은 백악관에 3500억달러(512조원) 주장의 근거를 요청했지만, 아직 설명을 듣지 못했다.

미국이 유럽보다 2000억달러를 더 많이 지출했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3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고 유럽은 약 1000억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큰 차이"라고 주장했다.

요약: 유럽이 전체적으로는 미국보다 더 많은 지원을 했다. 또한, 앞서 설명한 것처럼 3000억달러(438조9000억원)라는 수치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원조 지출을 보여주는 BBC 그래픽. 이 그래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총 정부 지원 중 42.7%가 미국, 49.5%가 미국 국가, 7.8%가 기타 국가로부터 지원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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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 최대 단일 지원국인 것은 맞지만, 킬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유럽 전체 지원액이 미국보다 많다.

이 수치에는 유럽연합(EU)의 직접 원조뿐만 아니라 EU 안팎으로 이뤄진 유럽 국가와의 양자 간 거래도 포함된다. 여기에는 군사, 재정 및 인도주의적 원조가 포함된다.

킬 인스티튜트는 2022년 1월 24일부터 2024년 말까지 유럽 전체가 우크라이나에 1387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계산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97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루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캐나다를 계산에 포함시키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루테 총장은 지난 2월에 이렇게 말했다. "2024년에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500억유로 이상의 안보 지원을 제공했으며, 이 중 거의 60%가 유럽과 캐나다에서 제공됐습니다."

검증팀은 나토 측에 구체적인 수치를 요청했지만, 해당 자료는 기밀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유럽은 돈을 돌려받고 미국은 돌려받지 못하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접견했을 때 제기한 주장이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과 미국 모두 보조금과 대출을 혼합해서 제공했다며 반박했다.

요약: EU는 대출뿐만 아니라 보조금도 제공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가별 원조 유형을 보여주는 BBC 그래픽. 미국의 원조는 대부분 보조금 형태로 이루어졌다. 반면, 유럽연합의 원조는 대부분 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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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인스티튜트 분석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말이 맞다. 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보조금을 보낸 반면 EU는 더 많은 대출금을 보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수치가 존재한다.

유럽연합은 지금까지 EU 국가들이 약 1450억달러(212조1400억원) 원조를 제공했으며 그 중 35%만이 대출이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와 마찬가지로 EU는 우크라이나 원조에 있어서 더 넓은 정의를 사용했다.

EU의 대출은 관대한 조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평소보다 적은 이자를 상환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 동결 자산 수입에서 상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는 대출과 보조금이 혼합되어 왔다는 것이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얼마를 지원했나?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개별 지원국 중 하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런던을 방문했을 때 체결한 28억달러(4조1000억원) 규모 대출 계약이 있다.

킬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 국가는 미국과 독일뿐이다.

개별 기부자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보여주는 BBC 그래픽. 영국은 단일 기부국 중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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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국의 분담금은 미국보다 훨씬 적다.

이는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일 경우 다른 국가들이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국의 분담금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추가 보도: 토마스 스펜서, 타마라 코바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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