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국가가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투자자들은 대단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왜 아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펜 놀림으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며 시계를 70년 전으로 되돌려놓았다. 지난 수십 년간의 세계화는 이제 지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란 미국 내 일자리와 부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무역 전쟁에서 먼저 공격을 가하는 쪽 또한 큰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무엇이든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번 관세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추가 세금으로 인해 미국인들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1930년대 이후 가장 높은 관세율을 마주하게 되었다.
멕시코산 채소, 캐나다산 밀, 중국산 장난감과 티셔츠 등이 모두 타깃이 되었다. 이러한 상품을 다루는 소매업체들은 이윤 폭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번 관세를 만회하고자 빠르게 소비자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식료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미 유권자들은 곧 식료품점에서 받게 될 영수증의 숫자를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추가 관세가 없다는 가정하에 이미 예상치를 웃도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하반기에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 과연 지불할 가치가 있는 대가일까. 가정의 세탁실만 봐도 교훈이 떠오른다.
1기 행정부 취임 첫해였던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세탁기 생산업체 '월풀'이 한국 기업들의 저가 경쟁에 불만을 표하자 수입 세탁기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삼성, LG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세웠고 2000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관세가 철폐되기 직전인 2023년 초, 미국 소비자들은 수입산 세탁기를 5년 전보다 거의 3분의 1이나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만 했다.
관세 비용을 합치면 미국인들이 이러한 일자리 하나당 지불하는 비용은 8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이었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이러한 관세는 미국 정부의 수입원이 되고, 최근 몇 년간 이는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에 부과한 다양한 관세 덕분이었다. 이 같은 대중 관세 대부분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부분 유지되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미국 가구는 최대 300달러에 달하는 세금 인상을 부담했다. 결국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캐나다, 멕시코, 심지어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전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최대 1%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물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절대 반갑지 않은 예측이다.
한편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순수하게 수치로만 보면 캐나다 경제가 입는 타격은 더 클 수도 있다. 캐나다는 매년 약 4000억달러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는데, 이는 전체 국민 소득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캐나다는 금리를 낮출 여력도 있고, 공공 재정도 건전한 상태이기에 정책입안자들이 캐나다 국민들에게 돌아갈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멕시코의 경우 국민 소득에 미칠 피해는 덜 심각할 수 있으나, 금리 인하 여력이 적어 고통을 완화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관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럽연합(EU)은 긴장하며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미 취약한 상태인 독일은 EU의 대미 수출품의 약 3분의 1을 담당한다.
중국의 경우 번번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공격의 표적이 되는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덜 취약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국민 소득의 3% 미만으로, 쉽게 다른 곳에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회복력은 부분적으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영국과 같은 나라들도 이런 무역 전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며 더 저렴한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면 국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무역 전쟁의 핵심은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정권 안에 있지 않는 국가들은 더더욱 그렇다. 일례로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미국에 판매하는 중국산 제품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애쓴 덕에 대미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기쁨을 누렸다.
만약 영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계속해서 피해갈 수만 있다면 미국과 더 긴밀한 무역 관계를 맺으며 실제로는 외국인 투자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영국의 환경이 다른 경쟁국들보다 더 확실하다고 판단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물론 우리의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2025년 글로벌 성장 전망은 어두워졌으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의 세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매우 빨리 배웠고, 앞으로의 상황 전개는 여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 자체가 미국과 전 세계의 비즈니스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관한 중요한 결정도 미루게 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무기화하는 것에도 대가가 따른다. 심지어 자국내에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