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IOC 위원장 탄생…짐바브웨 출신 커스티 코번트리

짐바브웨의 스포츠 장관인 커스티 코번트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130년 IOC 역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아프리카 출신 위원장이다.
2차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수영선수 출신인 코번트리(41) 당선인은 2013년부터 IOC를 이끌어온 토마스 바흐 현 위원장의 뒤를 이어 활동하게 되며, IOC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그리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열린 IOC 총회 투표에서 서배스천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코번트리는 1차 투표에서 97표 중 49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위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 후보는 28표를, 코 회장은 8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 외에 프랑스의 다비드 라파르티앙, 일본의 와타나베 모리나리는 각각 4표를, 요르단의 파이잘 알 후세인 왕자와 스웨덴의 요한 엘리아쉬는 각각 2표를 얻었다.
이미 IOC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바흐 위원장이 선호하는 후보로 알려졌던 코번트리 당선인은 오는 6월부터 위원장 임기를 시작하게 되며, 임기는 최소 8년이다.
코번트리는 2004년, 2008년 올림픽에서 배영 200m 부문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고국 짐바브웨가 역대 올림픽에서 딴 메달 8개 중 7개를 획득했다.
당선 확정 후 코번트리는 "수년 전 짐바브웨에서 처음 수영을 시작한 어린 소녀는 이러한 순간이 오리라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저는 특히 IOC 최초의 여성 및 아프리카 출신 위원장이 될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투표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는 "오늘 유리 천장이 깨졌고, 롤모델로서 내 책임이 무겁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번트리는 수락 연설에서 자신의 당선을 "특별한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을 선택해 준 IOC 위원들의 결정이 자랑스러울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운동 기간 코번트리는 현대화, 지속가능성 증진, 기술 수용, 선수들의 역량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여성 스포츠 보호에 중점을 두며 트랜스젠더 여성의 올림픽 여자 스포츠 부문 출전 전면 금지를 지지했다.
한편 코번트리는 2018년부터 고국에서 스포츠 장관으로 활동하며 여러 비난에 직면한 바 있지만, 그는 논란이 많은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 행정부와 자신의 관계를 옹호한다.
정부의 축구 개입으로 인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2년 짐바브웨의 국제 경기 출전을 금지했으며, 지난해 미국은 부정부패 및 인권 침해 혐의로 음낭가과와 다른 짐바브웨 고위 공직자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한편 이번 위원장 선출 투표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올림피아에서 남쪽으로 약 60마일(약 96km) 떨어진 해변 휴양지의 고급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IOC 위원들은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오후 2시 30분(GMT)에 열리는 비밀 전자 투표에 참여했다.
후보자들은 올해 1월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15분간의 발표만이 허용됐으며, 당시 언론의 출입도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에 대한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회원들의 지지 표명 또한 금지됐으며, 경쟁 후보들에 대한 비판도 허용되지 않아 막후 로비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앤디 앤슨 영국올림픽협회 CEO는 코번트리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우리는 그를 잘 알고 있고, 올림픽의 세계적인 영향력과 상업적 성공을 함께 발전해나갈 날들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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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세계 스포츠의 기념비적인 순간'
댄 로안, BBC 스포츠 에디터
이는 IOC와 세계 스포츠에 있어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커스티 코번트리는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직책을 맡게 된 최초의 여성으로서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IOC 집행위원회 위원으로서 IOC 내부자이기도 하다.
코번트리는 이번에 퇴임하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선호하는 후보로 여겨졌다. 조용한 선거운동 끝에 거머쥔 이번 확실한 승리는 그의 영향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IOC 위원들은 논란이 있는 짐바브웨 정부와 코번트리 간 밀접한 관계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코번트리 당선인은 올림픽 달력에서 중요한 시기인 6월부터 위원장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과 러시아 재참여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상대해야 할 전망이다.
또한 성평등, 기후 변화와 같은 사안 및 올림픽이 앞으로도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행사로 남는 데 필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