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휴대폰까지 살펴보는 '헌법존중 TF'…내란청산인가, 인권침해인가
한국 정부가 이른바 '헌법 존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야당은 "공산당식 상호감시", "숙청용 기구"라며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공직자 휴대전화 제출 강요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번 전담팀 구성에 대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공직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헌법존중 TF란?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공직자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헌법 존중 정부혁신 TF'를 가동했다.
이 TF는 전 부처 공직자를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동조자를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사 대상은 대통령 직속 기관과 일부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중앙행정기관으로, 군(합동참모본부), 검찰·경찰,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 12개 기관은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기관별 TF는 지난해 계엄 선포 6개월 전부터 4개월 후까지, 총 10개월 동안의 행적을 들여다보고, 비상계엄 모의·집행·정당화·은폐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야당 '사찰·숙청 기구' 반발
논란의 불씨는 TF가 조사 과정에서 공직자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자발적'으로 유도하되, 의혹이 있음에도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까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확산했다. 공직 사회에서도 조사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TF 구성 직후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부가 국무총리실과 49개 중앙행정기관에 TF를 설치해 사찰하겠다고 한다. 컴퓨터와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며 "이것이 바로 북한식 생활총화, 공산당식 상호감시"라고 말했다.
TF가 공직자의 개인 휴대전화를 제출받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야당은 "TF의 휴대전화 제출 압박과 제보센터 운영이 정치적 반대세력 색출과 공무원 길들이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공무원 75만 명의 휴대전화와 개인용 컴퓨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필요하면 (디지털)포렌식도 한다"며 "한국은 전체주의로 질주하는가"라고 썼다.
논란이 일자 정부 측은 TF가 공직자 본인의 동의 없이는 어떤 경우에도 조사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 '신상필벌은 기본'
정부 여당은 TF가 '내란 청산'과 '행정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내란극복도, 적극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헌법 존중 TF'에 대해 "당연한 일로, 정치 보복 프레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2.3 불법 비상계엄 관련해 공직 사회 연관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후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우리는 친일 청산 역사에서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야당은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공격하지만 적절하지 않다"면서 "우리 후손에게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남겨주지 않으려는 우리 시대의 큰 책무"라고 했다.
'휴대폰 제출 강요 금지법' 발의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감찰·감사·조사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이 공무원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기관이 감찰·감사·조사 등의 명목으로 공무원·직원의 휴대전화 제출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직자가 휴대전화 등의 제출을 거부할 경우 직위해제나 전보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 외 공공기관의 감찰·감사·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등 디지털 저장 매체 제출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상범 의원은 "휴대전화에는 사생활 전체가 담겨있어 단순한 자료 제출이 아니라 사실상의 압수수색에 해당한다"면서 "공무원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압박하는 건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영장주의 정신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