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BBC 인터뷰서 '북한군의 우크라전 참여는 갈등 격화시킬 것'
전 세계적으로 30년 동안 집권 중인 지도자는 많지 않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선거를 조작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며, 민주주의를 해체했다는 비난을 받는 인물이다.
영국, 유럽연합(EU), 미국에서는 루카셴코를 합법적인 벨라루스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 대해 여러분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점이 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지도자를 꼽으라면 바로 루카셴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수년간 서로 알고 지냈으며,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다.
나는 신흥경제국협의체 ‘브릭스(BRICS)’ 정상회담 기간 중 따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벨라루스도 브릭스의 회원국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먼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설에 대해 논평해달라고 했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터무니없다”면서 “푸틴의 성격을 아는데 그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특별 군사 작전에 다른 국가의 군을 참전시켜달라고 설득할 사람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나는 “그런데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어떡하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그렇다면 특정 국가의 병력이, 심지어 벨라루스라 할지라도, (적군과 아군이 대치 중인) 접촉선에 배치된다면 이는 긴장 고조를 향해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벨라루스)가 전쟁에 참여하더라도 이는 확전으로 향하는 길이 되겠죠. 왜냐고요? 당신 같은 사람들, 앵글로색슨계 국가들이 곧장 특정 국가가 한 편에 개입했다고 말할 테니까요 … 그래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우크라이나에 군을 파병하겠죠.”
아울러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벨라루스 군대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 있는지 물었다.
“전혀 없다. 푸틴 대통령도,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도, 현 국방장관인 안드레이 벨루소프도 그런 요청을 한 바 없습니다.”
하지만 벨라루스는 이번 러시아 전쟁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은 부분적으로 벨라루스의 영토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왜 그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이런 일을 하도록 허용했을까.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가 벨라루스 영토를 사용하도록 허가했는지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벨라루스 영토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됐으니까요.”
“러시아 군인 수천 명도 참여하는 훈련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남부에 있던 이 병력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을 따라 철수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푸틴 대통령은 이 병력 중 일부를 키이우로 재배치했습니다. 아마도 상대가 먼저 도발했겠죠.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병력을 어떻게 철수할지는 푸틴 대통령의 마음이니까요. 키이우를 통해서일 수도 있고, (벨라루스의 수도인) 민스크를 통과할 수도 있죠.”
이에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 않았냐”고 물었다.
“아니요. 그는 내게 전화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전화하지 않았고요. 그들은 푸틴 대통령의 군대이고, 푸틴 대통령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이동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러한 대답은 러시아 크렘린궁이 이웃국 벨라루스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러시아가 자신들의 전술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나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됐냐”고 물었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벨라루스에 배치한 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대통령께서는 핵무기 사용을 허용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완전히 준비됐죠. 그렇지 않으면 왜 이 무기를 두겠습니까? 하지만 이는 단 1명이라도 (외국) 군인이 벨라루스의 영토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공격할 계획이 없습니다.”
한편 인권 단체들은 현재 벨라루스에 수감된 정치범이 1300명인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게 정치범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 몇 달간 석방된 소수 정치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마 무심코) ‘정치범’이라는 표현을 내뱉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석방을 루카셴코 대통령이 서방에 보내는 ‘잘 지내보자’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정치범들을 석방했다”면서 “그들 대부분이 노인이거나 병자였다. 그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것은 당신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발걸음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우리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당신들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