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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모의' 브라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징역 27년 형… 알려진 사실은?

1일 전
자택 연금 중 포착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모습
Reuters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재 가택 연금 상태이다

2019년 1월~2022년 12월 집권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11일(현지시간)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을 맡은 대법관 5명 중 4명은 보우소나루가 2022년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한 뒤 선거 결과를 뒤엎고자 음모를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대법관 1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이번 재판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았다.

어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나?

9월 2일 보우소나루 재판 중 발언하는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판사
AFP via Getty Images
유죄 판단 여부에 참여한 대법관 5명 중 하나인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판사

보우소나루가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는 다음 5가지다:

  • 무장 범죄 음모
  • 민주적 법치주의의 폐지 시도
  • 쿠데타 시도
  • 공공 재산의 폭력적 파괴
  • 국가 문화유산 훼손

모든 혐의는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했음에도 그가 계속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대법관들은 보우소나루가 룰라와 제라우두 아우키민(룰라의 러닝메이트로, 현 부통령)을 암살하고,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대법관을 체포 및 살해하려는 음모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육군 및 공군 사령부의 지지를 얻지 못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룰라 당선인은 2023년 1월 1일 별다른 일 없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월 8일,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 명은 수도 브라질리아의 정부 청사에 난입하여 기물을 파괴했다. 이에 보안군이 투입되어 진압에 나섰고, 약 1500명이 체포되었다.

대법관들은 이 폭동이 군의 개입으로 질서를 회복하여 자신이 권력을 되찾으려 했던 보우소나루의 선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보우소나루 측 주장은?

그러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자신은 2023년 1월 8일 폭동 당시 미국에 있었으며, "마녀사냥"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모든 혐의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며, 자신의 2026년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음모라고 강조했다.

이미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의 투표 제도가 부정에 취약하다는 허위 주장을 펼친 탓에 2030년까지 공직 출마가 금지된 상태나, 이를 뒤집고 2026년 재출마를 시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보우소나루 측은 그와 다른 피고인들을 심리하는 대법원 재판부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해 보우소나루는 오랜 기간 정적으로 간주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독재자" 판사라고 비난해왔다.

또한 이번 재판에 참여한 다른 두 대법관 역시 룰라 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중 크리스티아노 자닌 대법관은 2013~2023년 룰라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그의 부패 혐의 유죄 판결을 뒤집는 데 기여했다. 플라비우 지누 대법관의 경우 룰라 집권기인 2023~2024년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향후 전망은?

쿠데타 음모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한 대법원은 보우소나루의 형량을 27년 3개월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의 변호인단이 가능한 모든 법적 구제 절차를 다 거치기 전까지는 교도소로 이송되지 않을 전망이다.

변호인단은 형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감형을 요구하거나, 보우소나루가 교도소 대신 가택 연금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판결 자체에 대한 항소는 대법관 5명 중 최소 2명이 무죄 의견을 냈을 때만 가능하다.

현재 보우소나루는 어디 있나?

현재 보우소나루는 브라질리아 소재 자택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올해 8월 초 그와 그의 아들 에두아르두가 이번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경찰 보고가 나오면서 가택 연금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보우소나루의 휴대전화에서 그가 아르헨티나에 망명하여 형사 절차를 회피하려 했음을 시사하는 2024년 2월 자 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에두아르도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트럼프 미 행정부에 로비 활동을 펼쳤다고 지적하며, 부자간 연락을 금지했다.

보우소나루와 트럼프 사이의 연관성은?

악수하는 보우소나루와 트럼프
Eva Marie Uzcategui/Bloomberg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자신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보우소나루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뒤 자신이 겪었던 법적 분쟁과 보우소나루 사건을 비교해 왔다.

이번 보우소나루 유죄 판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하려던 짓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내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 당국은 "이번 마녀사냥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보우소나루는 가족 간에도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의 아들들이 친구 사이다.

에두아르두는 아버지의 재판이 중단되도록 브라질 정부를 압박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해왔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정부의 보우소나루 대우를 이유로 브라질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한 바 있다.

이번 판결 이후 에두아르두는 미국 측이 브라질 관료들에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것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공동 피고인들은?

보우소나루 외에도 그의 측근 7명도 공모자임이 인정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 알렉상드르 라마겜 전 정보국장
  • 아우미르 가르니에 산토스 전 해군사령관
  • 안데르송 토레스 전 공안부 장관
  • 아우구스투 엘레누 전 제도안보부 장관
  • 마우루 시드 보우소나루의 전 보좌관
  • 발터 브라가 네투 전 국방부 장관
  • 파울루 세르지우 노게이라 드 올리베이라 전 국방 장관.

이들 모두 무장 범죄 공모, 민주적 법치주의의 폐지 시도, 쿠데타 시도 등 가장 중대한 3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라마겜 전 국장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공공 재산의 폭력적 파괴, 국가 문화유산 훼손 등 비교적 가벼운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보우소나루는 무엇으로 유명하나?

대통령으로서 보우소나루는 대립을 부추기는 스타일이었다. 지지자들은 그에 대해 "솔직하다", "진실되다"고 평가하나, 비판자들은 "언행이 상스럽다"고 비난했다.

코로나19로 브라질이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었을 당시 보우소나루의 대응 방식은 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는 "그저 가벼운 독감"이라고 일축한 그의 발언에 바이러스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분노했다.

국제적으로는 원주민과 환경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의 예산을 삭감하며 비난을 받았는데, 이에 일각에서는 그를 "아마존의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그는 보수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지지자들의 강한 충성심을 불러일으켰는데, 법정 공방 중에도 많은 지지자들이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기도회 및 대규모 시위를 열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당선 시점은?

취임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그 옆에는 퇴임하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서 있다
AFP via Getty Images
보우소나루는 2019년 1월 1일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018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는 좌파 성향의 노동자당 소속 페르난두 하다드 후보를 큰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

당시 노동당은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었으며, 다수의 브라질 국민은 지난 4년간의 정치적 혼란 이후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노동자당 출신의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예산 조작 혐의로 2016년 탄핵당한 상태였다.

호세프 대통령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미셰우 테메르가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직을 승계했으나, 지지율은 매우 낮았다.

노동자당의 가장 유명 정치인인 룰라는 당시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출마가 금지된 상태였다. 이에 노동자당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막판에 하다드를 후보로 대체했으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그는 보우소나루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룰라의 경우 유죄 판결이 몇 년 뒤 뒤집히면서 2022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를 꺾고 또 한 번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삶은?

2018년 9월 선거 유세 도중 칼에 찔린 보우소나루의 모습
AFP via Getty Images
보우소나루는 전 대통령은 2018년 대선 유세 중 흉기에 찔렸다

정계 입문 전 보우소나루는 낙하산 부대원으로 복무했으며, 국회의원 재임 초기 군의 이익을 강하게 옹호했다.

1991~2018년 7선 의원을 지냈지만, 2018년 대선 출마 전까지만 해도 고향인 리우데자네이루주를 외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그러다 높아지는 범죄율에 분노하던 브라질 국민들은 그의 강경한 치안 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가 국민적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2018년 대선 1차 투표를 불과 1달 앞두고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공격 사건이었다. 이후 정신질환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지지자들에 의해 들어 올려진 보우소나루의 복부를 흉기로 찌른 것이다.

당시 보우소나루는 체내 혈액의 40%를 잃었고, 이후로도 장 부상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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