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구금자 귀국 …재입국 정말 문제 없을까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으로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에서 체포됐던 약 300명의 한국인들이 구금된 지 일주일만에 12일 한국에 도착했다.
10일 전세기를 타고 귀국 예정이던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잔류를 권하며 하루 미뤄졌으나, 외교부 측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돌아와) 일하는 게 좋겠다"고 미국 측에 전했다고 밝혔다.
구금자 대부분은 미 영주권 보유자로 알려진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길 희망했다.
조 장관은 현지시간 10일 "이분들이 다시 미국에 와서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것도 (미국 측으로부터) 확약받았다"며 이번 사태로 구금됐던 이들이 향후 미국 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장관의 말처럼 이들이 다시 미국 입국을 희망할 때 정말 문제없이 입국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법률사무소 강성의 박강훈 변호사는 "이런 케이스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고, 유사 사례를 상정하기 어렵지만 통상 기록상으로 해외에서 처벌받았다는 전력은 추후 고려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간의 협의를 통해 이례적으로 범죄 및 처벌 기록으로 남지 않게 할 수도 있겠죠."

재입국, 정말 문제없나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들은 추방이 아닌 자진출국의 형태다. 통상적으로 미국 국토안보부의 허가를 받거나 이민재판소로 사건이 넘어가기 전 자진출국할 시에는 당장의 불이익이 발생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포 및 구금 기록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다면 추후 재입국 시 불이익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법무법인 원비전 강민혜 변호사는 "일례로 ESTA나 B-1 등 비자 발급의 경우 불법체류로 인해 구금된 기록이 있으면 대부분 거절된다고 봐야할 정도로 '불법체류기록'은 커다란 사안"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는 특수성에 따라 국가 간 협의로 향후 (입국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면 반영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이민국적법에 의하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이민세관단속국 요원 등에 의해 신속 추방 절차로 추방될 경우 5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또한 재판을 거쳐 이민판사가 추방명령을 내려 출국하게 될 경우에는 10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2회 이상 추방될 경우에는 20년, 특정 중범죄를 사유로 추방되면 영구적으로 입국이 금지된다.
다만 이번 케이스와 같이 이민재판소 혹은 미 국토안보부 허가를 받아 스스로 출국을 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추방기록이 남지 않아 입국금지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불법체류 기간'에 따라 재입국 금지 규정이 적용되기도 한다. 180일 초과, 1년 미만 불법체류 뒤 출국을 한 경우에는 3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1년 이상 불법체류 뒤 출국한 경우, 10년 간 입국을 금지한다.
즉, 불법체류 기간이 180일을 초과한 시점부터는 자진출국, 강제추방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재입국 금지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미 김철기 변호사는 구금됐던 이들이 "'범죄자'로 규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취급은 마치 범죄자처럼 당했지만, 목적에 맞지 않은 불법체류를 한 것은 정확한 명문 규정에 의한 범죄자는 아니"라며 "다만 행정절차상 재입국 시 규제나 불이익이 있을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후 이들이 정식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실제로 정부가 언급한대로 불이익 없이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로 구금됐던 이들에게 특별히 면죄부를 주는 등의 행정명령이나 지침 등이 포함된 (미국 측) 후속 조치가 현재 상황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이들이 미국 재입국 시 "서류 작성에 있어 솔직하게 답할 것"을 강조했다.
"비자를 신청할 때 신청인이 작성해야하는 설문지가 있습니다. 비이민 비자의 경우에는 DS160이라고하는 서류인데요. 여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 '미 이민단속국이 급습을 해 단속됐고, 유사이래로 불이익을 보게 됐다. 이번에 정식 비자를 신청하는데, 이를 감안해 적절히 선처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솔직하게 적는 것도 방법이에요. 주한미국대사관에서도 이렇게 솔직히 구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선 나쁘게 보지 않을 거거든요."
강민혜 변호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만약 비자 발급 시 '비자 거절 사실'이나 '입국 거부 사실', '불법 체류 기록' 등에 대해 거짓으로 답하게 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신청자가) 허위로 답하거나 사실을 숨기면 크로스체크 시 발각될 위험이 크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철기 변호사는 이들의 추후 미국 재입국에 대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심사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구금됐던 이들의 비자 종류가 대부분 ESTA, B-1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특히 최대 체류기간이 3개월인 ESTA의 경우 일부가 1년 간 ESTA를 통해 미국을 세네 번 입국하는 방식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 대사관이나 국토안보부 등이 이러한 경우에 대한 선처가 선례로 남을 것을 우려해 '경중에 따라' 내부적인 심사 기준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남은 '비자' 숙제도

일단 구금된 이들의 귀국이 문제없이 진행되면서 한숨은 돌렸지만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민관 모두가 대책을 마련해야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까지는 미국 내 다른 한국기업에 대한 추가 단속은 없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일단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만 일시 중단된 상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하고 있는 나머지 공장인 애리조나 단독 공장, 미시간 얼티엄셀즈 3공장,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건설은 문제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조지아 주 공장 역시 80% 정도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LG엔솔 관계자는 전했다.
비자 문제가 다시금 불거진만큼 이번 사태를 기회로 비자 신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4월 미국 국무부는 "비자 소지자가 모든 미국 법과 이민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철기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미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해 한국인 전용 특별 전문직 비자 등을 허용할 수 있도록 요청해야된다"며 "만일 이러한 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추후 이번에 구금됐던 이들이 정식 비자 신청을 했을 때 기록이 남지 않고, 적법하게 심사해 입국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급하게 재입국해야 하는 사정이 아니라면, 이번에 귀국한 이들이 조금 냉각기를 갖고 추이를 지켜보다가 양국 행정부 간에 조율이 신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별도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 쿼터인 E-4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해 미국 정부 및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을 지속해 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 전문인력의 미국 입국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 간 워킹그룹을 만들어 새 비자 형태를 만드는 데 신속히 협의해 나간다는 것까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