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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병을 제대로 세척하고 있을까?

4시간 전
부엌에서 물병을 씻는 모습
Getty Images

물병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물병 안에는 박테리아가 쌓인다. 그렇게 하루 동안 박테리아가 수백만 마리씩 증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국 인디애나쥬 퍼듀 대학교의 식품안전 전문가인 칼 벤케는 다회용 물병이 얼마나 깨끗한지 늘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키친타월을 물병 안에 넣어 닦아보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벤케는 "키친타월은 원래 하얀색이었다"면서 "병 내부에서 느껴지는 미끄러운 감촉이 원래 소재 때문이 아닌, 쌓여 있는 박테리아 때문임을 알았다"고 했다.

이에 벤케는 연구를 설계해보기로 했다. 동료들과 함께 퍼듀대학교 복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병 청결도 연구용으로 사용하던 물병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벤케는 "이 프로젝트에서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연구 결과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세척 습관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연구 결과 이들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물병에는 박테리아가 말 그대로 득실거렸다.

전 세계적으로 다회용 물병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0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의 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의 절반이 다회용 물병을 사용했으며,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50~81%가 다회용 물병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수분 보충에는 도움이 되나, 어디 가든 물병을 가지고 다니며 자주 물을 마신다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물병을 버려야 할까. 혹은 물병 사용에 따른 위험 요소는 관리할 만한 수준일까.

다회용 물병 안에는 무엇이 살고 있나?

가정의 수돗물은 일반적으로는 마셔도 안전하지만, 그 속에 미생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국 레스터 대학교에서 임상 미생물학을 가르치는 프림로즈 프리스톤 부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며칠 동안 물병 안에 물이 고여 있다면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있다고 했다.

프리스톤 교수는 인체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는 약 37℃에서 번성하지만, 실온인 약 20℃에서도 증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병에 담긴 물을 실온에 오래 방치할수록 박테리아가 더 많이 증식한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끓여서 박테리아 대부분이 죽었을 수돗물로 실험해봤다. 그럼에도 온종일 사용한 물병 내부에서는 박테리아 개체수가 빠르게 증식했다. 성인이 사용하는 물병 내부의 박테리아는 평균적으로 한낮에는 1밀리리터당 약 7만5000마리였으며, 24시간 동안 1밀리리터당 100만~200만 마리로 증가했다.

물병과 부착된 뚜껑
Getty Images
물병이나 유리잔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미생물이 남으며 이미 액체 속에 있는 미생물과 섞일 수 있다

프리스톤 교수는 박테리아 증식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물병을 냉장 보관하면 좋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증식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물병 내부의 박테리아 중 물 자체에 서식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오염은 사실 마시는 사람이 그 원인이다.

우리가 직장이나 헬스장에 가져가든, 집에 보관하든, 물병의 외부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리고 물병 속 액체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이러한 박테리아가 입에서 나온 박테리아와 함께 물병 내부로 옮겨 갈 수 있다는 게 프리스톤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프리스톤 교수는 손을 자주 씻지 않는 사람의 물병에서는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있다고 했다. "화장실 위생 수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 대장균처럼 대변과 관련된 박테리아가 손에서 입술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타인과 물병을 공유하면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다. 노로바이러스 등이 이런 식으로 쉽게 퍼진다.

프리스톤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의 입안에는 평균적으로 500~600종의 다양한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그리고 "본인에게는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유해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인체의 면역 체계는 우리를 보호하는 데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감염균 보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순수한 물이 아닌 액체를 물병 안에 보관하는 습관도 박테리아 번식을 촉진할 수 있다. 일례로 설탕 등 우리에게 영양분이 되는 물질은 동시에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에 되므로 물병에 있는 박테리아나 곰팡이의 성장을 재촉할 수 있다.

즉 "물 이외의 모든 것, 특히 단백질 쉐이크는 박테리아, 곰팡이에게 천국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유가 든 유리컵을 몇 시간 동안 방치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우유를 버릴 때 유리잔에 얇은 막이 남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프리스톤 교수에 따르면 박테리아는 이 막을 정말 좋아한다.

이러한 박테리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우리는 토양, 공기는 물론 심지어 우리 몸에 사는 박테리아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무해하며, 심지어 도움이 되는 종류도 있다.

대장균과 같은 박테리아에 오염된 물은 설사와 구토를 유발할 수 있으나, 언제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장균은 자연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박테리아속으로, 우리 장내에도 자연스럽게 서식한다. 그러다 유해한 특정 성분을 얻어 병원성 균으로 변할 때만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킨다.

프리스톤 교수는 미생물 대부분이 인체에 무해하다면서도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은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내 세균에 감염되면 경우에 따라 장에 장기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프리스톤 교수는 "인간의 장은 언제나 변화하지만, 언제나 1000종이 넘는 미생물이 살고 있기에 그 구성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변수가 너무 많긴 하지만, 물병 속 박테리아로 인한 식중독 감염이 절대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않습니다."

한편 최근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생제를 복용했다면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영국의 어느 신문사 사무실에 있는 다회용 물병을 면봉으로 닦은 뒤 검사한 결과, 해당 물병이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해당 물병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클렙시엘라 그리몬티라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멸균된 표면에서도 바이오막을 형성할 수 있는 이 박테리아는 장내 정상적인 미생물군의 일부로 존재할 수도 있으나, 최근 항생제를 복용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한편 만약 물병 안에 곰팡이나 진균이 자라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주의해야 할 부분이지만, 아직까지 학계에서 다회용 물병으로 인해 심각한 질병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그렇다고 확률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며, 감염의 단일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원래도 쉽지 않다.

다회용 물병의 올바른 세척 방법은?

벤케는 물병을 좀 더 꼼꼼하게 세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경우다. 평소 필터 물병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물맛이 이상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끔 뜨거운 물로 물병을 씻어내곤 했으나, 그 외에는 별다른 세척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종이타월을 넣어 닦아보며 물병이 얼마나 더러운지 짐작하게 되었고, 동료들과 함께 사람들의 물병 사용 습관을 연구해보기로 했다.

벤케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참가자 90명 중 타인과 물병을 공유한다고 말한 이들은 절반이 넘었다. 15%는 물병을 한 번도 세척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용자의 물병 세척 혹은 헹굼 여부는 오염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벤케는 물병 세척 빈도나 방법은 오염도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솔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거나, 식기세척기에 넣는다고 말할 사람들의 물병 속 박테리아 수가 비교적 적기는 했다. 아울러 살균 기능이 있는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벤케와 동료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응답에만 의존해 연구를 진행했기에 이러한 연구 결과가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즉 사회적 이미지를 위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물병 세척 습관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연구에 따르면 차, 커피, 주스 등이 담긴 병은 물만 담긴 병보다 더 오염된 상태였다.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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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 보관하면 물병의 미생물 번식을 늦출 수 있다

정기적으로 물병을 꼼꼼히 세척하는 것만이 물과 함께 유해 박테리아를 섭취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프리스톤 교수는 물병에 멸균된 물을 넣더라도 결국 사용자의 침 등이 들어가며 박테리아가 증식한다고 했다.

아울러 찬물로만 헹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찬물로는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정말 좋은 환경인, 물병 안쪽에 쌓이는 끈적끈적한 바이오막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리스톤 교수는 액체 세제를 넣고 잘 흔든 뒤 10분간 방치한 다음 뜨거운 물(60℃ 이상이면 병원균 대부분이 죽는다)로 꼼꼼히 헹궈내라고 조언했다.

그 후에는 자연 건조가 박테리아 증식을 막을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생물은 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프리스톤 교수는 물병을 사용할 때마다 이렇게 세척하고 건조하라고 권장하면서, 매번 하기 힘들다면 일주일에 적어도 여러 번 세척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병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면, 그건 이미 버려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물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병을 만지기 전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실험 이후 벤케는 정말 꼼꼼하게 물병을 세척하기 시작했다. 매주 표백제 스프레이와 솔을 사용해 물병을 세척하고, 자연 건조한다. 세척 시 물병 입구, 노즐 등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피해야 할 물병 종류는?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물병에 비해 플라스틱 물병 내에 더 많은 박테리아가 서식한다는 연구가 있긴 하지만, 사실 세척 방법이 더 중요하다.

프리스톤 교수는 결국 가장 위생적인 물병은 결국 세척하기 가장 쉬운 물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표면, 뚜껑, 빨대 등 물병의 모든 부분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대신 금속으로 된 물병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카타르 소재 웨일코넬 의과대학에서 임상인구보건학을 가르치는 아밋 아브라함 조교수는 "플라스틱 물병은 일반적으로 유연성, 내구성, 내열성, 경량성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화학 첨가제가 들어있기 때문"이라며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러한 첨가제는 플라스틱에 물리적으로 결합한 형태이기에 물속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비스페놀(BPA)와 같은 첨가제는 호르몬 기능을 방해할 수 있으며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및 기타 만성 질환 발병률을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아브라함 교수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든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이든 상관없이 이러한 첨가제가 물병의 물에 침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플라스틱 소재 자체가 분해되어 물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유리나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물병이 더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병의 재질이 무엇이든 결국 물과 함께 유해한 박테리아를 가득 마시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위생 습관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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