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새 지진 수천 건'...산토리니 '지진 위기'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조지아 노미쿠는 "매트리스를 모두 꺼내 거실에 깔아두었다"며 말을 꺼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 주민인 노미쿠는 연이은 지진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그림 같은 경치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난 한 주간 지진 수천 건이 발생하며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산토리니섬을 포함해 이 지역의 다른 그리스령 섬들은 현재 "전례 없는" 군발지진 위기에 처해 있다. 특정 지역에서 갑자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사태이다.
산토리니섬의 경우 지난 5일 역대 최대 규모인 규모 5.2의 지진이 감지되며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1만5000명에 달하는 섬 전체 인구 중 약 4분의 3이 대피했다.
규모가 더 작기는 했으나, 다음 날인 6일에도 추가 지진이 발생했다.
이례적인 "집단" 형태의 이 같은 지진 패턴에 과학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산토리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전문가들은 산토리니에서 "극단적이고 복잡한 지질학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리스 총리의 말에 동의한다.
'아테네 국립 천문대'의 연구 책임자인 아타나시오스 가나스 박사는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그리스 (현대) 역사상 이러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산토리니섬은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섬들이 이어진 '헬레닉 화산호'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최근까지 대형 화산 폭발은 없었기에 현재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가나스 박사는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서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본진-여진 시퀸스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나스 박사에 따르면 이번 지진 사태는 지난 여름 산토리니의 화산이 깨어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올해 1월, 소규모 지진이 기록되었고, 지진 활동이 "급증"했다.
그리고 지난주를 기점으로 지진 활동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일 이후 기록된 지진만 수천 건이며, 5일에는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가나스 박사는 "우리는 지금 지진 위기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지질조사국'의 마가리타 세구 박사는 지진이 매일 "리듬처럼" 발생한다고 표현했다.
세구 박사는 이러한 "집단 지진 형태"에서는 진도 4와 같은 더 큰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활동도가 1~2시간 동안 증가하다가 다시 잦아든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오래 이어질까?
그렇다면 이번 지진 위기는 얼마나 오래 이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언하기 어렵다. 지난 5일 밤의 지진이 산토리니섬 최대 지진으로 남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그러나 지진학자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당국 또한 이러한 지진 활동이 앞으로 몇 주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이 대형 지진으로 이어지는 전진인지, 혹은 각기 다른 사건일지도 알 수 없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재난 위험 감소 연구소'에서 지진 지질학을 연구하는 조안나 포어 워커 교수는 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이전, 전조증상처럼 작은 규모의 전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나스 박사에 따르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지진은 화산 지진은 아니다. 화산 지진의 경우 저주파 파동 등 특징적인 징후가 있는데, 이번에는 이러한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

세구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동료 연구진은 향후 상황을 예측해보고자 머신러닝(ML)을 통해 2002~2004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들이 어떻게 잦아들었는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당시 지진들의 규모는 현재 느껴지는 것만큼 강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진이 어떻게 시작되고 끝났는지 "특징"을 살펴보는 연구는 어떤 지진 패턴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산토리니에는 대규모 지진 발생 위기에 대비하고자 추가 경찰 및 군 인력이 배치되었다.
산토리니 의회 위원장이기도 한 노미쿠는 가족들은 아직도 섬에 머물고 있지만 각자 가방을 꾸려 "무슨 일이 생기면 떠날 준비를 갖추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요하지 않는 주민들도 있다.
샹탈 메타키데스는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지진으로 이웃 수천 명이 떠난 상황에서도 그대로 머물기로 결정했을 정도다.
"내가 사는 이 집은 지난 500년간 지진과 화산 폭발을 겪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메타키데스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