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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콘클라베의 비밀: 교황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4시간 전

치킨, 라비올리, 냅킨 등에 메시지를 숨겨 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한 규칙이 750년 넘게 콘클라베 참여 추기경들의 식사를 통제해 왔다.

지난 주, 로마를 찾은 여행자들은 추기경들이 각자 평소 좋아하던 레스토랑을 찾는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2013년 콘클라베(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단의 비밀 투표) 직전, 이탈리아 언론은 많은 추기경들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200m 떨어진 식당 '알 파세토 디 보르고'를 찾고 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이 식당은 도널드 윌리엄 우얼 추기경이 라자냐를 주문하고, 프란체스코 코코팔메리오(2013년에 이탈리아 추기경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짐) 추기경이 이곳에서 파는 구운 오징어를 좋아한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현재 교황청에 온 추기경들은 5월 7일부터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에 먹고 싶은 식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135명의 추기경들은 새 교황을 뽑을 때까지 무기한으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격리되기 때문이다.

투표는 물론, 수면과 식사 모두 엄격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콘클라베는 비밀스럽기로 정평이 나 있다.

추기경들은 교황이 선출되었는지 여부를 알리는 연기 신호를 제외하고는, 어떤 메시지도 오고 갈 수 없는 단일 공유 공간에 머문다.

흰색 연기는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신호다.

검은색 연기는 교황 선출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다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콘클라베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추기경들이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걸리는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식사가 들어오고 나가는 상황에서, 콘클라베는 어떻게 비밀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한 추기경들은 외부 의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떻게 진실한 투표를 할 수 있을까?

음식은 역사 속에서 항상 잠재적 위험 요소였다.

예를 들어 추기경이 먹는 라비올리에 주방 직원이 불법 메시지를 넣을 수 있다.

어떤 추기경이 사용한 냅킨이 외부에 투표 상황을 몰래 전달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하는 식사는 은밀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잠재적 환경 중 하나다.

최근 한 영화가 콘클라베의 식사 문화를 최대한 활용해 의심과 음모, 통제감을 높인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2024년작 영화 '콘클라베'는 거의 모든 이야기 흐름을 투표장이 아닌 카페테리아에서 진행한다. 시끌벅적한 식사 자리에는 공식적인 토론은 없다.

하지만 이 자리는 거의 완전한 침묵에 가까운 콘클라베와 대조된다.

침묵이 간혹 중단되는 영화 속 다른 장면은 추기경이 투표지를 투표 항아리에 넣으며 하는 기도와 같은 의식적인 연설의 순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적인 침묵 주변에서 많은 소통이 벌어지는데, 이러한 소통은 대부분 음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물론 이 영화가 굳게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충실히 묘사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황청의 음식 문화에서 혹은 더 넓게 문화적 차원에서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누구와 먹는지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콘클라베의 비밀 관련 규정은 1274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가 규정을 제정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규정은 오늘날에도 교황 투표 운영 방식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교황 선출과 마찬가지로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의 선출에도 논란 요소가 있었다.

게다가 새 교황을 임명하는 데 필요한 과반수 합의에 도달하는 데 거의 3년(1268~1271년)이 걸리기도 했다.

콘클라베 운영에 참여한 이탈리아 교회법학자인 헨리쿠스 데 세구시오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은 결의를 서두르기 위해 추기경들을 위한 음식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가 만든 규칙에는 격리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규칙과 추기경들의 음식 배급 규칙이 포함되어 있었다.

규칙에 따르면, 합의 없이 3일이 지난 후에는 추기경들은 하루에 한 끼만 배급받았다.

그러다 8일이 지나도록 합의가 없으면, 빵과 물만 제공받았다.

1300년대 중반, 교황 클레멘트 6세는 이 규칙을 완화했다.

수프, 생선과 고기 및 달걀로 구성된 메인 요리, 치즈나 과일로 구성된 디저트 등 세 가지 코스 요리를 허용한 것이다.

지금은 식사 배급 규칙이 달라졌지만, 콘클라베에 대한 엄격한 통제는 남아 있다.

콘클라베 음식 문화에 관한 가장 자세한 역사 기록은 바르톨로메오 스카피가 남긴 것이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셰프(세계 최초의 유명 셰프)였고, 교황 비오 4세와 비오 5세를 위해 식사를 만들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1570년 저서인 '오페라 델 아르테 델 쿠치나레'(Opera Dell'Arte del Cucinare, 요리의 예술)는 현직 셰프가 쓴 최초의 요리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교황 율리오 3세를 선출한 콘클라베에서 제공된 음식에 얽힌 비밀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극단적인 통제 관행을 소개했다.

스카피에 따르면, 추기경들의 일상 식사는 요리사와 소믈리에가 공동 주방에서 마련되었다.

이 두 직책은 콘클라베를 위한 여러 운영 직책에 포함된다.

스카피는 주방이 불법 메시지를 공유할 수도 있는 공간임을 인정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비원들이 특별히 배치되었다고 썼다.

당시에는 하루에 두 번 추첨으로 정한 순서에 따라, 음식 나르는 사람들이 음식을 "루오타"(바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전달했다.

추기경들은 건물 벽에 설치되어 있는 이 "바퀴" 또는 턴테이블을 통해 내부 홀에서 음식과 음료를 전달받았다.

시음 담당자들은 음식과 음료가 벽을 통과하기 전에, 불법 메시지가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그리고 모든 절차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경비원들이 면밀히 감시했다.

1605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루오타"를 통해 격리된 콘클라베에 식사를 전달하는 음식 나르는 사람들, 경비원, 시음 담당자의 행렬을 묘사하고 있다
Folger Shakespeare Library
1605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루오타"를 통해 격리된 콘클라베에 식사를 전달하는 음식 나르는 사람들, 경비원, 시음 담당자의 행렬을 묘사하고 있다

식료품은 엄격하게 관리되었고,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숨길 수 있을 만한 음식은 허용되지 않았다. 파이도 없었고, 통닭도 없었던 것이다.

와인과 물은 불투명한 용기가 아닌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야 했다.

천으로 만든 냅킨도 하나하나 펼쳐서 꼼꼼하게 검사했다.

이런 방식은 부분적으로는 추기경들의 완전한 고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고, 부분적으로는 독살 우려를 덜기 위한 것이었다.

교황은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었고,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는 더욱 그러했다.

스카피는 엄격한 의전 및 음식 제한이 있었지만, 식단은 나쁘지 않았다.

샐러드, 과일, 샤퀴테리, 와인, 신선한 물 등 풍부하고 균형 잡힌 음식들이 제공되었던 것이다.

그는 추기경들을 위한 숙소도 설명했다. 추기경들이 각자 사용하는 방은 비단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방에는 침대, 테이블, 옷걸이, 두 개의 의자, 요강, 잠금 가능한 항아리 등 다양한 물품들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다.

스카피의 평가에 따르면, 지속적인 감시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르네상스 시대 교황 콘클라베에서 봉사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는 5월 7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콘클라베를 위해, 추기경들은 현대화된 성 마르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이곳에 있는 수녀들은 바티칸 주변 라치오 지방과 인근의 아브루초 지방의 소박한 음식들을 준비할 예정이다.

미네스트로네(이탈리아 전통 스프), 스파게티, 아로스티치니(양고기 꼬치), 삶은 채소 등이다.

엄격한 절차와 삼엄한 경비 하에 별도 격리된 장소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르네상스 콘클라베와는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음식을 만드는 절차는 철저히 통제되고, 어떠한 정보도 출입할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콘클라베에 등장하는 여러 주방 장면 중 초반 장면에서 수녀들이 국물을 내기 위해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끓이는 장면이 나온다.

소박한 느낌으로 그려낸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상징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을 거친 현대 가톨릭 교회는 소박하고 건전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오늘날 음식(특히 닭 한 마리)에 문자 그대로 비밀스러운 메시지가 숨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이제는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반복되는 상징, 즉 전자적 수단을 통한 불법적인 의사소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바티칸이 다가오는 콘클라베를 준비하며 숨겨진 전자 기기를 찾고 있는 동안, 추기경들은 각자 준비를 하고 로마로 가서 좋아하는 요리 한두 가지를 즐길 것이다.

어쩌면 식사를 하면서 '이 식사가 교황이 되기 전 자신의 마지막 만찬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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