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도자 사망했지만…가자 지구의 휴전이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가자 지구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죽음으로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이번 전쟁이 빠르게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산산이 조각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신와르의 죽음이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러 관측통은 평화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거의 없다고 본다. 양측 모두 이를 추진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당국이 신와르 사망 소식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뒤 몇 시간 뒤, 네타냐후 총리는 그의 사망이 “중대한 이정표”라면서도 이번 전쟁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몇 주 사이 이번 전쟁은 가자 지구 내 하마스와의 대립 및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 지구에서의 긴장 고조를 넘어 레바논 남부 침공 및 레바논 전역의 광범위한 폭격 등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레바논의 무장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을 다짐했다. 아울러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가자 지구 내 자신들의 팔레스타인 동맹은 신와르의 죽음을 통해 “저항 정신”을 더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7일 공격’의 설계자
이스라엘의 수배 명단 1위를 차지하곤 했던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잡혀간 사건을 설계한 핵심 인물로 추정된다.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의 파와즈 게르제스 국제관계학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간 계속되는 불신 및 엇갈리는 목표 등이 적대 행위가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라면서,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게르제스 교수는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최대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와르 사살을 축하한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총리 입장에서는 아직 완전한 승리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하마스가 완전히 몰락해야만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가자 지구 전쟁의 끝이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X(구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리며 “신와르는 죽었다. 이는 가자 지구 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게르제스 교수는 “즉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군사적 저항을 멈춰야만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하마스는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러 전선’
‘이스라엘전략센터(ICGS)’의 에디 코헨 연구원은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목표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단순한 인질 석방 그 이상에 대한 야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하마스가 다시는 가자 지구를 통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어떤 단체도 다시는 가자 지구를 통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코헨 연구원은 하마스, 신와르의 후계자도 가자 지구에서 그 어떠한 역할도 맡지 않는다는 확인이 있어야 이번 갈등이 끝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코헨 연구원 특히 가자 지구로의 무기 반입을 막을 수 있는 가자 지구 경계선 안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편 게르제스 교수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지구, 서안 지구, 레바논 등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는 미국, 영국도 이번 전쟁에 끌어들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신와르 사살 이후 이란 및 가자 지구,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내 이란의 동맹 세력들을 언급하며 “이 같은 악의 축을 멈추고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갈 좋은 기회가 우리 눈앞에 있다”고 연설한 바 있다.

가자 지구 내 인질들에게 신와르의 죽음은 어떤 의미?
코헨 연구원은 신와르가 협상을 가로막던 주요 장애물이었다며, 이제 인질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해 별다른 야망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석방시켜야 하는 인질이 있다”는 것이다.
코헨 연구원은 신와르 사살 이후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그의 죽음이 향후 회담이 좀 더 유연하게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코헨 연구원은 인질 석방 협상이 곧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질 가족 포럼’에 따르면 인질의 가족들은 “하마스에 의해 1년 넘게 억류된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무척 걱정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번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성과, 즉 남은 인질 101명을 다시 데려오는 협상 타결을 끌어내는 데 활용하기를 촉구한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네타냐후는 미국 ‘NBC’에 출연해 “평화를 원한다면 하마스를 파괴하라. 안보를 원한다면 하마스를 파괴하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중동의 미래를 원한다면 하마스를 파괴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남은 인질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인발 알비니 페리는 BBC 라디오 4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인발은 인질로 끌려갔다 시신으로 돌아온 차임 페리의 딸이다.
인발은 “우리는 우리 이스라엘 정부와 총리가 인질들을 되찾아오고자 계속해서 위험하게 군인들을 보내는 대신 앞으로 나서서 대화를 통해 협상을 진전시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가자 지구 휴전 회담
한편 게르제스 교수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요 목표는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 재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신와르의 사망 이후 가자 지구에서의 휴전 논의로 인해 네타냐후 총리의 더 큰 목표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르제스 교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더 큰 목표란 단순한 하마스 격퇴에서 더 나아가 서안 지구의 헤즈볼라를 정조준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란과 맞서는 일이다.
신와르는 인질 협상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국제정책센터(CIP)의 매튜 더스 부회장은 신와르가 실제 장애물이었다고 하더라도 이제 그 장애물을 제거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스 부회장은 X를 통해 신와르의 사망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더 큰 역내 분쟁으로의 확전을 막을 기회가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마스 고위 지도층 대부분이 현재 가자 지구가 아닌, 주로 카타르 수도 도하 등 외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휴전 합의 타결이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면서도 더스 부회장은 어떤 협상이든 지속 가능해지려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다시 주둔하는 방식이 아닌 진정한 종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