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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 봉쇄조치를 안 했던 나라들은 어떻게 됐을까?

2025.03.09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맹렬하게 확산되었고,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물러야 했다. 그런데 당시 일부 국가에서는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정이 과연 옳았을까?

2020년 3월에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집 안에서 창문 너머로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을 바라만 봐야 했다. 한 순간에 삶이 집 안에 갇혔고, 세상이 네 개의 벽과 컴퓨터 화면으로 줄어든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텔레비전에 출연해 국민들에게 집 안에 머물며, 생필품을 사야하거나 하루에 한 번 정도 운동이 필요할 때만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서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런던에 있는 극장에서 일하는 토니 베킹엄은 당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파트너와 저녁 운동 시간을 이용해 시내 중심가까지 자전거를 타기로 했었다.

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달랐다. '피카딜리 서커스'와 '레스터 광장'처럼 늘 사람들로 붐볐던 공간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 베킹엄은 "갑자기 정말 마음이 착찹해졌다"고 말했다.

도시 내 거리와 행사장, 회사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하는 조치는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이러한 조치는 다른 국가로도 확산됐다. 인류 역사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몇몇 국가의 대응은 달랐다. 스웨덴과 대만, 우루과이, 아이슬란드 등의 국가들은 전 국민 대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외출 금지 명령 등 이동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봉쇄 조치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신 대규모 모임 제한과 광범위한 검사, 감염자 격리, 여행 제한 같은 다른 수단을 선택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현재는 과학적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과감한 형태의 공중 보건 개입 조치를 거부한 국가들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한 상세하면서 장기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의 인사 관리자이자 블로거로 활동중인 아난 맥 마누스는 스웨덴 예테보리를 두고 "반려견 애호가들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이곳은 반려견에 매우 친화적인 도시입니다. 반려견 친화적인 영화관도 있어요." 스웨덴의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와 핀란드, 덴마크를 비롯한 해외 다른 국가들은 2020년 3월에 국가 차원의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이러한 추세를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맥 마누스도 당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는 봉쇄 조치로 인해 반려동물과 산책조차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그런 나라 중 하나였다. 맥 마누스에게는 이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당시 그는 블로그에 "우리 정부가 안전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동료 스웨덴인들이 한 공간에서 모이는 인원을 제한하는 것 같은 공중 보건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당시에 대해 맥 마누스는 아름다운 명소를 자주 산책했던 것과 2020년에 근무했던 동물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계속 착용했던 것을 회상했다. 또 그와 파트너는 식당에 가는 것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최대한 피했다고 했다. 하지만 맥 마누스는 스웨덴 정부의 공식 대응 전략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사망자 수와 같은 사실에 근거해 평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쇄 조치가 있었다면,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4년 5월에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의 잉게보르그 포툰과 스웨덴 등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은 팬데믹 초기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의 초과 사망자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덴은 정부가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 대신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 변화에 주로 의존했다. 반면 다른 세 국가는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엄격한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덴마크는 학교 및 대부분의 공공장소를 폐쇄하고 재택근무를 요청했다. 다만 영국 등의 국가들이 한 것처럼 국민을 집 안에만 머물게 하지는 않았다.

연구 결과 스웨덴에서는 코로나19가 주변국보다 더 자유롭게 확산될 수 있었던 2020년 봄과 겨울, 즉 팬데믹 초기에 초과 사망자(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망자)가 눈에 띄게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세 국가에서는 2020년 초과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스웨덴에 비해 증가했다.

포툰은 "인구 규모가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4개국의 초과 사망자 수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봉쇄 조치가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초과 사망자가 급증하는 시점이었다. 노르웨이가 취해던 접근법에 대해 포툰은 "노르웨이의 방식은 아마 일부 고령의 취약층들을 더 오래 생존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스웨덴 정부는 2020년에 요양원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가 많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유사한 데이터를 이들 북유럽 4개국의 경제 성과 지표와 결합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스웨덴의 접근법에 들어간 경제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스웨덴의 봉쇄 수준이 낮았던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각에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웨덴에서 봉쇄 조치가 있었다면 팬데믹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를 모델링한 독일 경제학자 그룹의 또 다른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한 상당한 이동 제한 조치가 봉쇄 조치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일부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일하는 스웨덴 출신 전염병학자 넬레 브루셀러스는 자국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팬데믹 동안 벨기에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나는 의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는 여러 동료 스웨덴인들이 코로나19를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봉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당시 스웨덴에서 거주했던 브루셀러스는 소셜미디어에 코로나19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봉쇄 조치가 적절한 전략이라는 자신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고 했다. 그는 "너무 많은 증오가 쏟아졌다"며 "나는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팬데믹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스웨덴 정부
Getty Images
팬데믹 초기에 바이스를 통제하기 위한 스웨덴의 접근 방식은 이웃 나라들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봉쇄라는 주제와 관련해 당시 경험했던 적대감을 아직도 떨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기사를 위해 BBC가 연락을 취했던 한 대학연구소 소속 연구원은 2020년에 온라인에서 받았던 악의적인 공격이 너무나 커다란 상처로 남아서 다시는 코로나19 통제나 봉쇄 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봉쇄 조치가 없었던 국가에 살면서 정부의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던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그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탄자니아는 코로나19 당시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봉쇄 및 기타 공중 보건 개입 조치를 거부했던 탄자니아의 전 대통령 존 마구풀리는 2021년에 사망했다. 탄자니아 모로고로 무슬림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파딜리 음타니는 팬데믹에 대한 마구풀리 전 대통령의 접근법 "비과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약초를 옹호했고, 나중에는 백신도 거부했습니다."

음타니는 자신의 가족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목격한 장면을 회상했다. 그는 "병원에서 사람들이 질식으로 죽어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코로나'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공식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탄자니아에서는 약 84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하지만 음타니는 정부가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초기 2년 동안 전 세계 초과 사망자 수를 추정한 국제 협력 자료는 탄자니아의 코로나19 총 사망자 수를 10만2000~18만8000명 사이로 추정한다.

음타니는 탄자니아가 노동자들의 이동에 과도한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봉쇄 조치를 시행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의 탄자니아 사람들은 가난하다"며 "이들의 이동을 금지하는 것은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나오기 전인 팬데믹 초기에 생명을 구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압박을 제한하는 데 봉쇄 조치가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대학의 전염병 역학 교수인 아담 쿠차르스키는 2020년 3월까지 영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쿠차르스키는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공개 조사에 참여한 의사들의 감정섞인 증언을 바탕으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팬데믹에 압도된 상태였다"고 했다. "(NHS가) 그 시점에 실질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쿠차르스키는 또한 영국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스웨덴에 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층이 많다보니 봉쇄 조치 없이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는 건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1개국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량화하려고 했던 2021년 연구를 거론했다. 이 연구는 국가적 봉쇄 조치에서 특정한 측면이 다른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10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거나 학교와 대학을 폐쇄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전염을 평균 35% 이상 줄였을 정도로 특히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식당과 술집의 영업 중단 조치는 전염 차단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적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여기에 '반드시 집 안에만 머무르라'는 엄격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늦추는 데는 "약간의 추가적인 효과만 냈다"고 분석했다. 바이러스 전염을 평균 17.5% 미만으로 감소시켰다고 추정한 것이다.

차에 탄 시민에게 손소독을 해주고 있는 탄자니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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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 탄자니아의 대응책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는 아직 정부 통계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봉쇄 조치를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국가들은 코로나19에 대비할 시간이 더 많았거나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유발 바이러스(Sars-CoV-2)가 빠르게 확산되지 않은 사회적, 구조적 이유를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비교가 진행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를 예로 들어보자. 두 국가 모두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부유한 섬나라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2020년 3월 25일에 엄격한 봉쇄 조치를 도입한 반면, 아이슬란드는 그렇지 않았다.

서던 캘리포니아 보건과학대학의 공중보건 전문 연구 데이터 분석가인 레아 그라우트는 "그들(아이슬란드)은 완화 전략을 더 많이 펼쳤다"고 말했다. 그라우트는 두 국가의 대조적인 코로나19 전략 및 결과를 다룬 연구 논문의 주저자다. 아이슬란드는 검사와 사람들 간의 감염 및 접촉을 모니터링하는 추적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전체 인구가 아닌 개인이 일정 기간 동안 격리를 하도록 했다. 이는 봉쇄 조치를 취했던 많은 국가에서도 봉쇄를 해제할 때 활용했던 조치다. 아이슬란드는 사교 모임에 일부 제한을 두었고, 일부 여행자들의 입국허가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라우트는 "뉴질랜드는 정부 차원 대처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였던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도 꽤 잘 견뎌냈습니다." 그는 경제적으로 받은 영향 또한 두 국가 모두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다른 연구자들이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에 대해 발표한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2020년에는 여러 국가들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처 노력을 다룬 연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제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던 것 같다. 우루과이는 당시 엄격한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우루과이 정부는 일부 체육관을 폐쇄하는 등 일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고, 국경도 특정 여행객에게는 닫았다. 하지만 항구는 계속 개방되어 있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집에 머물며 나가지 마라는 명령은 없었다.

2024년에 발표된 연구는 2020년 우루과이의 초과 사망자 수는 적었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이 수치가 실제로 크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예컨대 2021년 초과 사망자는 과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예상치보다 19% 가까이 높았다. 이 연구 저자들은 이를 대부분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팬데믹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에도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팬데믹 초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22년 여름이 되자,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6200명에 달했다. 현재는 13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났던 것일까? 오미크론 변종이 등장했다. 오미크론은 2022년과 2023년에 전 세계로 확산된 초기 바이러스(Sars-CoV-2)의 새로운 변이 형태다.

일부 연구자들은 일본의 접근 방식이 전반적으로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주장한다. 교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히로시 니시우라는 "봉쇄 조치 없이도 대체로 성공적으로 전염병 곡선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봉쇄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사람들의 행동이 크게 바뀌었다는 증거가 있다. 휴대폰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4월 일본 정부가 국가 차원의 긴급사태를 선포했을 때 도쿄 사람들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봉쇄 조치가 내려진 미국인만큼 외출을 줄였다.

그런가 하면, 일본 무리부시 오키나와 교육 병원 센터의 임상 역학자인 야스하루 도쿠다는 더 강력한 접근 방식이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어떤 환자들은 병상이 부족해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력한 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일본에는 보다 엄격한 봉쇄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생각은 일본 대중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봉쇄 조치가 실제로 얼마나 과감한 조치인지 숙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쿠차르스키는 이를 "무딘" 도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팬데믹의 진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렇게 큰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봉쇄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다른 개입 방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스코틀랜드에서 공무원으로 일했었던 빌 앨리슨은 2020년 3월 당시 60대 중반이었다. 그는 은퇴 후 계획을 많이 세워놓았고,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앨리슨은 친구들과 자주 만나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열렬한 술집 마니아이기도 했다. 그런데 봉쇄 조치는 이러한 그의 삶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정부의 지침을 열심히 따랐지만, 이로 인해 깊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고립감이 커서) 가지고 있던 나무 조각을 모두 모아 일렉트릭 기타를 만들 수 있는지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작업했죠. 정말 다른 할 일이 없었어요." 그는 온라인에서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죠."

하지만 세상이 서서히 다시 열리자, 앨리슨의 뇌리에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집 근처 술집은 코로나 이전처럼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는 상당히 내성적인 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과거만큼 들지 않습니다. 친구 몇 명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매우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곧 72세가 되는 앨리슨은 팬데믹 이전에 세웠던 여행 계획은 아직도 보류 중이라고 말했다. "지구 반대편으로 9시간 동안 비행기를 탈 엄두가 나지 않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점점 더 주저하게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텅 빈 학교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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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봉쇄 조치가 교육 중단을 겪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연구들이 팬데믹 동안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겪었으며, 이 문제는 국가적 봉쇄 조치가 시행되는 동안에 특히 현저했다고 말한다. 자녀를 키우면서 봉쇄 조치로 수입에 지장이 생긴 한부모 가정 부모들은 당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사회적 교류와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어린 아이들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연구는 아이들이 특히 언어 능력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당시 10억 명 이상의 어린이와 학생들이 평소의 학습 방식에서 멀어졌다. 72개국의 데이터를 사용해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의 학교가 폐쇄로 수학 점수가 평균 14% 하락했을 수 있다. 약 7개월 가량 학습을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한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봉쇄 조치는 가정 폭력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봉쇄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암 검진 및 치료가 취소되거나 지연된 것을 경험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관련이 없는 봉쇄 조치의 잠재적 이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시행된 제한 조치로 대기 오염과 탄소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사람들이 격리에서 벗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증가하고 대기 질은 또 다시 악화됐다.

엄격한 봉쇄와 "코로나 제로" 정책을 시행하려던 일부 국가에서는 대중의 격렬한 항의가 일어났다. 이와 관련해서는 2022년 중국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전면적인 외출 금지령은 극단적인 개입이며, 수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20년 당시 각국 정부는 이 조치를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했다.

물론 대안도 있었다. 예를 들어 대만 정부는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거의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정책, 국경 제한, 집중적인 접촉자 추적을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교통 카드 이용 정보와 휴대폰 위치 데이터 등 개인 데이터에도 접근했다. 특히 이러한 모니터링 중에는 대단히 철저하게 시행된 것도 있었다.

한 자료는 "(대만 질병통제센터는) 스마트폰 기반의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접촉자의 전화 신호를 추적하고, 지정된 위치를 이탈하거나 전화기를 꺼놓은 접촉자가 있으면 지역 당국에 알린다. 그러면 당국은 해당 접촉자를 15분 이내에 연락하거나 직접 방문한다"고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대만(그리고 이후 대만의 접근법을 어느 정도 반영한 한국)은 전체 인구에 대한 세분화된 모니터링과 통제를 통해 봉쇄 조치를 피했다. 하지만 대만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2021년 상반기 그리고 2022년에 대만의 일부 예방 조치와 사람들의 긴장이 느슨해지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그럼에도 연구에 따르면, 대만 보건 당국이 백신을 배포하면서 서서히 사망자는 줄어들었다.

다양한 국가의 사례 연구는 국가 차원의 봉쇄 조치 없이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해당 국가의 특성과 인구(사람들의 태도), 의료 시스템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궁극적으로 대다수의 국가가 2020년 또는 2021년 중 어느 시점에는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 때문에 모든 국가가 현저히 나쁜 결과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봉쇄 조치의 가혹함과 그것이 적어도 수백만 명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졌다. 봉쇄 조치가 생명을 구했다는 증거를 연구로 확인한 일부 연구자들조차 앞으로 이 조치를 성급하게 쓰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어린이와 교육, 경제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수년 동안 완전히 규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라우트는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든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사전에 계획을 대중과 소통하면, 엄격한 완화 조치에 대한 대중의 수용과 정부 지침 준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명확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봉쇄 조치가 발동되는 것인지 사전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맥 마누스는 동료 스웨덴인들과 '스웨덴이 2020년에 옳은 일을 했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당시 일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신경쓰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모습도 떠올렸다.

그는 "(사람들이) 지금은 더 이상 그 얘기를 안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사회적으로 우리가 '이 일에서 정말 배운 게 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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