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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평양 마라톤 개최한 북한...외국인 관광객 전면 개방 신호탄일까?

2025.04.07

북한이 국제 마라톤 대회를 재개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북한 당국은 1981년부터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기념해 평양에서 국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5년 연속 대회를 열지 못했다.

이번 마라톤 대회에는 전 세계 46개국 200여 명의 선수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를 북한이 다시금 외국인 관광 상품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외화벌이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까?

북한 선수들이 금은동 싹쓸이?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의 7일자 보도에 따르면 제31차 평양 국제 마라톤 경기 대회는 6일 개최됐다.

경기는 남녀 풀코스(42.195km), 하프(21.097km), 10km, 5km 등으로 나뉘어 열렸으며 북한과 중국, 루마니아, 모로코, 에티오피아 선수들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온 마라톤 애호가들(일반 참가자)이 참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풀코스와 하프 코스에서 모두 북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사실이다. 전통의 마라톤 강국 에티오피아 선수들을 죄다 제치고 말이다. 게다가 하프 코스에서는 북한 선수들이 금, 은, 동메달을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애호가 경기에서는 폴란드 선수와 홍콩 선수가 각각 남녀 1위를 차지했다. 북한에서 취미로 마라톤을 하는 주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5박 6일 관광에 353만원

이번 마라톤 대회 참가는 고려투어스가 판매한 5박 6일짜리 패키지 상품이다.

마라톤 대회 참가와 함께 평양 시내 곳곳을 둘러보는 관광 일정이 포함됐는데 특히 옥류관과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평양 '뉴타운' 화성거리, 강동온실농장 등을 방문한다고 여행사는 안내했다.

투어는 일단 두 종류다. 먼저 A 투어는 4월 3일부터 8일까지 그리고 B 투어는 4월 5일부터 10일까지인데 어떤 투어를 선택해도 6일 평양 마라톤 대회 참가가 핵심인 셈이다.

5박6일 투어비는 1인당 2195유로(약 353만원)부터 시작한다. 비슷한 가격대로는 한국의 모 여행사가 판매하는 서유럽 2개국 7일 패키지 상품이 있다.

단, 마라톤 참가비 (풀코스 $150, 하프 $100, 5km/10km $70)는 별도로 평양에서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고려투어스 웹사이트에는 새 미국 달러 지폐(clean USD notes only)로만 지불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외국인 관광, 전면 개방할까?

6년 만에 평양 마라톤 대회가 재개되면서 이달 초 전세계 46개국 200여 명이 북한 땅을 밟았다. 이는 상당히 의미있는 시그널로 평가된다. 외국인 관광객은 북한에게 꽤나 유용한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마라톤 대회만 하더라도 북한은 어림잡아 일주일간 최소 43만9000유로, 한화 약 7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BBC에 "북한이 지금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를 완전히 해제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전면적인 관광 개방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6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개장이 계획되어 있는 만큼, 올해 관광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북측 계획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는 것.

그는 "작년 상반기 북한 내 1달러에 8000원대였던 환율이 지금 2만원을 넘어섰고 현재 북한 내 외화 고갈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외화 확보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관광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려는 동향이 꾸준히 포착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이 나름 변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평양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박사는 "외화벌이 목적도 물론 있겠지만 마라톤과 같은 계기를 이용해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 부각시킴으로써 앞으로의 관광 재개를 대비하는, 다시 말해 기반을 구축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북한이 정말 베일에 싸인 나라인 만큼 "한쪽에선 굶어 죽는다는데 사실일까? 대형 쇼핑몰이 정말 있을까? 등등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북한이 최근 나진-선봉 관광도 진행했던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문호를 열겠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역시 "최근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재개했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다" 면서도 "그런 상황에서 평양 마라톤 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한 만큼 북한이 외국인 관광 재개 의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가 지난 2월부터 나선 경제특구에 중국, 유럽 등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지만 3주 만에 돌연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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