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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김상욱 의원이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 눈물을 흘린 이유

2025.04.10
의원실에 앉아서 인터뷰 중인 김상욱 의원
최정민/BBC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를 내리자 재판정에 앉아 있던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반면 같은 시간, 같은 당의 김상욱 의원은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두 손을 기도하듯 맞잡고 전광판을 바라보다가 선고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주변에 있던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그의 손을 잡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부터 탄핵 선고에 이르기까지. 김 의원은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탄핵에 찬성했다. 당론을 따르지 않는 그의 '돌발행동'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 당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를 '배신자'라고 칭하며 탈당 또는 제명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BBC 코리아와 만난 김 의원은 자신을 당의 "미운 오리 새끼"라고 소개했다.

눈물 흘린 이유

"12월 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멈췄습니다…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 않습니까? 참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간절한 바람이 이뤄져서…"

김 의원은 선고 순간 계엄을 막고 대통령 탄핵을 위해 평화 집회에 나선 국민에게 "너무나 큰 존경감과 감사함, 자부심 같은 감정을 느꼈다"라며 "또 불안정한 상황이 멈추고 민주주의 국가가 다시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대한 안도감, 그런 것들이 함께 몰려와서 여러 가지 좀 복잡한 감회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그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이 지난 4개월 간의 탄핵 국면을 통틀어 집회 장소에 나간 것은 탄핵 선고일이 처음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집회 장소에 나가는 것에 개인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 광장에 나가서 시민들을 선동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고, 특히 그것을 갈등을 극대화시키는 데 활용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선고일에 탄핵 찬성 집회에 갔던 이유에 대해 "선고 날이기 때문에 뭘 선동하는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단에 올라가지도 않았고, 마이크를 잡지도 않았고, 그냥 가장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지켜낸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선고의 순간을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핵 찬성 집회에서 자신에게 국민의힘 당원증을 보여주며 "보수가 제대로 서야 한다"라며 "보수의 관점에서 대통령의 잘못을 규탄하러 나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났다고 했다.

두 손을 맞잡고 기뻐하는 김상욱 의원
김상욱 의원실
김상욱 의원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했다

보수의 가치

김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의 당론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당론에 맞섰다고 주장했다. 그가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는 사회의 가치를 지켜감으로써 안정적인 사회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는 그 사회가 받아들인, 그리고 내재화된 가치를 지켜가는, 그래서 안정적인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인 가치, 최고의 가치는 민주주의입니다. 그리고 실질적 법치입니다. 그러면 민주주의와 실질적 법치를 지키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결연해야 하는 것이 보수주의자이고 보수 정당이어야 하는 겁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회에서 진행한 1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했다. 당시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표결 불참'을 결정하면서 그 역시 다른 여당 의원들과 함께 표결 전 자리를 떴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그를 포함해 안철수·김예지 의원까지 총 3명의 여당 의원이 표를 행사했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은 폐기됐다.

그는 표결 후 기자들 앞에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표결에는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김 의원은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탄핵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인 시위 중인 김 의원과 만나 "비상계엄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내부적 토론 등을 거쳐 탄핵 의견을 신중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적어도 민주당한테 정권을 뺏기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김 의원은 헌재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탄핵이 기각될 경우 죽을 때까지 단식 투쟁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당론과 정반대의 김상욱 의원 발언 해명을 요구했다"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찍어 올렸다. 그는 "정당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 결사체라는 정당법 정의를 누구보다 김 의원이 잘 알리라 믿는다"라며 "개인의 소신과 정당의 공적영역은 다르다. 그만큼 당론은 엄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국민의힘 당헌은 보수 정당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 우리의 당론도 당헌에 맞는 당론이어야 정당성이 있다"라며 "민주주의를 부정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당론이라면 당헌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개정된 당헌에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역사적 성취를 이끌어온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 헌정질서의 중심인 자유·민주·공화·공정의 가치를 올곧게 실현하고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 등을 당의 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쟁하듯 정치를 한다'

김 의원은 한국 정치가 "진영 논리"에 갇혀 "가치 추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 할 것 없이 진영 논리에 갇혀서 국가 발전보다는 진영의 승패에만 매몰돼 있다"라며 "추구하는 가치를 잃어버리고 맹목적인 싸움에만 매몰돼 버린다면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득세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당 동료들과도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를 자주 나눠보는데요, 뚜렷하게 가치 지향을 가진 경우가 잘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어떻게 해야 선거에 이기고, 당에 도움이 되고, 재선을 하고 3선을 하는가에 대한 얘기죠."

그러다 보니 여야가 "마치 전쟁하는 것처럼 정치를 한다"라며 "'돌격 앞으로'라고 했을 때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돌격하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아서 재선, 3선이 되고 지도부가 되고, 그리고 그게 당연히 정치의 모습인 것으로 오인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신 있고 가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마찬가지로 개헌도 필요하지만, 조기 대선과 함께 개헌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다소 촉박할뿐더러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에 따라 개헌 의견이 달라질 수 있어 후보들로부터 임기 내 개헌 공론화 약속을 받아내는 게 최선이라고 봤다.

보수의 미래는

이번 탄핵 선고로 보수 진영은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국민의힘은 1997년 출범한 한나라당을 계승한 보수 정당이다. 2011년 재보궐 선거 때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 등을 계기로 이듬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후폭풍은 컸다. 당시 보수 정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로 쪼개져 유례없는 분당 사태를 겪었다.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의원들은 지도부 쇄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하고 개혁보수신당인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기존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이후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세력을 통합해 '미래통합당'으로 재창당했다. 총선 참패 후에는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꿨다.

이번 사태로 또 한 번의 당명 변경이나 의원 탈당을 통한 분당, 재창당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냐, 극으로 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다며 조기대선을 위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봤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당에서) 잘못된 대선 후보를 낸다면 제가 많이 고민을 해야겠죠. 틀린 길을 같이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많은 고민을 해야 될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 의원은 국민들에게 정치인으로서 "송구스럽다"면서도 "꼭 정치에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당부했다.

"진영 논리에서 정말 나쁜 건데,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흙탕물을 많이 만들어요. 못 보게 하고, 보지 말라고. 그럴수록 더 봐야 되는 겁니다. 정치가 보기 싫을 때가 국민들께서 정치를 보셔야 될 때인 겁니다….이 말 저 말에, 그냥 진영 논리에 같이 휩쓸려버리고 선동돼 버리면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더 쉽게 붕괴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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