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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리즈 마무리...작품을 탄생시킨 현실로 돌아가는 팬들

2025.07.01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 인형
Getty Images
오징어 게임의 상징 중 하나인 거대한 킬러 인형 등이 마지막 시즌을 기념하는 퍼레이드에 등장했다

*경고: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팬들이 넷플릭스 TV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의 작별을 고했다. 에미상을 수상하고 넷플릭스 차트를 석권했던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한국의 부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이 드라마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참가자들이 한국의 전통 놀이를 배경으로 생존을 걸고 게임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다. 단, 매 라운드마다 패자는 죽음을 맞는 잔혹한 설정이 덧붙여져 있다.

2021년 등장한 오징어 게임은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감의 세트와 자본주의 및 인간성에 대한 암울한 메시지로 첫 공개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난 27일, 시즌3를 끝으로 시리즈가 막을 내리면서 전 세계 팬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갔다.

일부 한국 시청자들은 이 디스토피아 드라마의 배경이 된 한국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3를 다룬 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창에는 "오징어 게임 시즌3는 한국인들의 진짜 감정과 날것 같은 속마음을 드러낸 것 같다"라는 평이 달리기도 했다.

"현실에서도, 심지어 직장에서도, 사람들을 짓밟으려는 냉혹한 사람들로 가득한데, 이 드라마는 그런 현실을 정말 잘 담아낸 것 같아요."

공감되는 고난들

오징어 게임은 치열한 경쟁과 심화하는 불평등 속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삶에 치여 아이를 낳을 엄두를 못 내기도 하고, 대학 입시가 인생을 결정짓는 순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인 샐러리맨, 이주 노동자, 가상화폐 사기꾼 등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현실 속 인물들을 모티브로 한다.

해고된 후 파업에 참여한 자동차 공장 노동자인 주인공 성기훈의 배경 역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로 2009년 쌍용차 공장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이 전경과 충돌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금도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노동 분쟁 중 하나로 기억된다.

영화 애호가 정철상 씨는 오징어 게임 마지막 시즌에 대해 "드라마는 허구지만,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불안정한 노동, 청년 실업, 해체된 가족... 이건 단순한 이야기 장치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시즌 3를 기념하는 퍼레이드에서 이벤트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드라마 캐릭터들
Getty Images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서 K-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다만 드라마 속 이러한 어두운 메시지들은 지난 28일 저녁, 마지막 시즌 공개를 기념하는 대규모 퍼레이드 속에서 잠시 잊힌 듯했다.

거대한 킬러 인형, 추적복을 입은 무표정한 경비원들 등, 게임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한류 드라마의 세계적 성공을 상징하는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은 BTS, 기생충 등과 함께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K-컬처 수출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오징어 게임 열풍이 더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시즌 마지막 장면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LA 뒷골목에서 한 남성과 한국 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미국판 스핀오프 루머까지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 역할의 배우 이정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죠. 사람들이 그 질문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스스로 되돌아보며 답을 찾으려 하길 바랍니다."

엇갈린 반응들

마지막 시즌에서는, 시청자들은 부유한 VIP들을 위한 오락으로 포장된 이 게임을 무너뜨리려는 기훈의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그의 반란은 실패로 끝나고, 결국 기훈은 다른 참가자의 아기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이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일부는 기훈의 선택이 드라마가 그려온 냉혹한 현실 묘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간 드라마는 인간 본성의 잔혹함을 탁월하게 묘사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인기 커뮤니티 네이트판 사이트에는 "등장인물들의 지나친 이타심은 오히려 불편했다"며 "거의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는 댓글도 등장했다.

"아무런 이유나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가족보다 타인을 먼저 챙기는 장면은 마치 보여주기식의 가짜 친절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나 일부는 기훈의 죽음이 드라마가 추구해온 '불편한 진실'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한 유튜브 영상에는 "이건 인간성과 드라마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마무리"라는 댓글도 있었다.

"우리는 기훈이 이기고, 프론트맨과 VIP들을 무찌르고, 게임을 끝내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죠. 하지만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고, 기훈이 살던 세상도 아니었어요."

드라마 제작자인 황동혁 감독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시즌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1 때는 기대가 없기도 했고, 충격도 있었고 신선함도 있었다"며, 시즌1이 "게임과 사회적 메시지에 만족해서 반응이 좋았지만 시즌 2, 3은 기대감이 컸고 각자 원하는 게 달랐다"고 말했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길 원하는 분들도 있고, 철학적 메시지를 원하는 분들은 그런 부분을 더 원하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들은 캐릭터가 잘 됐으면 바라지 않았겠어요. 그런 기대가 충족된 분들과 아닌 분들의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죠. 다 이해됩니다."

적어도 일부에게 기훈의 마지막 선택은 현실 속 희망을 보여준 것이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친절이 결국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영화 블로거 정철상 씨는 "잔혹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 모순이야말로 결말을 감동적으로 만든 요소였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을 보며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교육과 상담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과연 친절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까?'란 의문을 항상 가져왔죠."

"그래서 이 이야기를 계속 지켜봤고, 그래서 저는 이 결말을 아름답다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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