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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한발 물러선 것일 수 있으나 …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

2025.04.11
항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BB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은 지난 7일간의 시간이 그저 엄청난 혼돈에 불과했던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자 간밤 동안 무척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해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4차원 체스 게임 전략 덕에 중국은 '체크' 상태, 즉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최대 시장인 미국 측의 징벌적 관세로 인해 엄청난 타격에 직면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여전히 미국은 193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보호주의 무역 장벽을 세우고 고수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가 수출 규모보다 컸던 국가(예를 들어 영국이나 호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가 이제 미국으로 수출 시 10%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보고 있었고 보복 조치를 준비하던 유럽연합(EU)과 대미 무역에서 적자였던 영국 간에도 이제는 더 이상 차이가 없어진 셈이다.

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할까?

이제 사람들은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지켜보고 있다.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해 관세를 강행할 것인지 여부다. 의약품은 영국의 2번째로 큰 수출 품목이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다음 주 금요일부터 미국 부두에 입항하는 모든 '중국산' 상선에는 항구세 수백만달러가 부과될 예정이다. 전 세계 상선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는 이번 조치로 인해 잠재적으로 물류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고율 관세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기업들이 국제 무역을 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는 등의 복잡한 개편을 단행하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중국 관련 파장

그러나 오늘날 가장 핵심 문제는 바로 세계 경제 1, 2위의 강대국이 뿔을 맞댄 수사슴들처럼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관세는 전 세계 무역의 약 3%를 차지하는 미-중 간 교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상 세계 경제의 주요 고속도로가 차단된 셈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벌어질 가시적이고도 실질적인 결과가 매우 빠르게 현실이 될 것이다. 중국의 공장들은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자연재해로 인해 주요 도시 하나가 황폐해질 때와 비슷한 정도의 GDP 손실을 보완하고자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통스럽겠지만 일정한 대가를 치르면 감당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다만 영원히 버틸 수는 없다.

중국 안후이성의 어느 공장 내부 모습
Getty Images
중국은 경기 침체 피해를 보완하고자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에서는 소비자 물가가 급등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들에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고 명령할 수도 있으나, 그 영향은 머지않아 나타날 것이다.

이론적으로 미국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 혹은 유럽에서는 중국발 가격 인상이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격이 인하될 수도 있다.

무역 전쟁에서 통화 전쟁으로

이 정도 규모의 무역 전쟁은 단순히 상품의 흐름에만 국한되지 않고, 종종 통화 전쟁으로 번지곤 한다.

어젯밤 전 세계는 무역 분야의 혼란이 신용대출 시장, 특히 미국채 시장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사실 이를 통해 이 게임의 매우 중요한 단서가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이 '겁을 먹었다'고 표현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이 미국채 시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핵심 압박 지점을 노출한 것이다.

아시아 시장의 야간 거래 시간 동안 계속 거래가 이어진 미국채의 실질 금리는 5%까지 상승했다.

국채와 같은 차입 수단의 금리는 이토록 불안정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현상이 마지막으로 발생했던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금융 시스템이 불안했던 이른바 '현금 확보 대란' 때였다. 전 세계가 생존이라는 절박한 문제에 매달려 있었던 2020년 3월 당시, 이 잠재적인 금융 위기는 긴급 조치를 통해서 가까스로 완화되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물러서기는 일종의 긴급한 정책 변경이었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미국채 대량 매도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약점을 부각했다.

대만 증권거래소
Getty Images
아시아 장외 거래에서 미국채 금리는 5% 상승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미국채 보유국으로, 만약 중국 정부가 나서 이를 전부 매도하고자 한다면 미국은 큰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호확증적 경제 파괴의 행위로, 중국 측의 손실도 엄청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채권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관세 정책에 매우 회의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채권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구세주로 등판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채권 시장의 이 같은 회의적인 반응은 스콧 베센트 현 재무장관의 입장과도 견해와도 일치한다. 현재 베센트 장관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동맹국들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국들과의 무역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Getty Images
채권 시장의 불신은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의 회의적인 태도와도 일치한다

앞서 미국이 이처럼 가까운 동맹국들은 사기꾼, 협잡꾼, 약탈자 등으로 불렀던 것을 감안하면 이것이 처음부터 전략이었을리가 없다.

이 문제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미국은 중국과의 문제에 있어 EU, 영국, 나머지 G7 국가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반대로 중국은 아마도 이들 국가가 계속 중립을 지키며, 자국의 수출 통로가 되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전 세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펭귄들이나 사는 섬이나 저개발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로 주식 시장을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의혹 또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된 이후 관세율이 변경되는 모습도 목격했으며, 그 계산 방식조차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응은 오히려 다른 국가들에 협상의 주도권을 다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는 동맹국도, 적국도 자신들이 이 미국 행정부와 무엇을 협상하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모두가 반기고 있는 평온함이 찾아왔으나, 그 시간이 길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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