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 나이트클럽 지붕 붕괴...증가하는 사망자 수에 커지는 절망감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의 한 나이트클럽 지붕이 지난 8일(현지시간) 새벽 붕괴한 가운데 현지 구조대원 수백 명은 생존자 수색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당국은 '제트 세트' 클럽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최소 124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사고대책본부(COE)의 후안 마누엘 멘데스 본부장은 잔해 아래에서 생존자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24~34시간"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붕괴 사고 당시 해당 클럽에는 메링게 음악 가수 루비 페레즈의 콘서트를 즐기고자 수백 명이 모여든 상태였다.
가수 페레즈를 비롯해 전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인 옥타비오 도텔과 토니 블랑코도 숨졌으며, 한 지방 주지사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BBC가 확인한 클럽 내부를 담은 휴대전화 영상에는 페레즈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과 함께 촬영 중인 남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남성은 "천장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지붕을 가리킨다. 아울러 페레즈도 이 남성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러다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큰 소리가 나고, 화면은 검게 변한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라고 소리치는 어느 여성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평소 인기 있던 이곳 클럽 안에 당시 정확히 몇 명이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500~1000명 사이로 추산된다.
한편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X를 통해 이번 사고로 최소 1명의 미국 국적자와 여러 영주권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과 아내 지네트는 "함께 기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어려운 시기 우리 도미니카 동맹국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지 구조대원들은 아직 잔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에게 접근하고자 클럽의 벽 하나를 철거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가족들이 실종된 이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는 페레즈의 딸이자 그의 메링게 밴드에서 백 보컬로 활동하던 줄린카도 있다.
줄린카는 사고 당시 아버지와 함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지붕이 무너졌고, 남편이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줄린카에게 "아들을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행히 줄린카는 잔해 속에서 기어 나올 수 있었으며, 남편도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올해 69세인 아버지는 몇 시간 동안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줄린카에 따르면 아버지는 붕괴 당시 생존해 구조대원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안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줄린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대원들은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자 노래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약 16시간 뒤인 오후 5시경, 줄린카는 현장의 구조대원들로부터 아버지가 구조되기 전에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매니저가 페레즈의 죽음을 확인했다.
한편 낼시 크루즈(41)도 잔해가 떨어지던 사건 초기 살아남았으며, 가장 먼저 사건에 대해 알린 인물 중 하나다.
몬테 크리스티주의 주지사인 크루즈는 잔해에 깔려 부상을 입은 채로 루이스 아비나데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주변에 중상을 입은 사람들을 도울 긴급 구조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크루즈의 아버지는 딸은 대통령에게 이같이 전화한 이후 오빠이자 메이저리그 올스타 7회 수상에 빛나는 넬슨 크루즈에게도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크루즈 주지사는 이후 유리조각이 떨어지며 입은 부상으로 병원에서 숨졌다.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인 옥타비오 도텔(51)도 잔해에서 구출되었으나 숨진 이들 중 하나다. 도텔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숨졌다.
한편 클럽의 지붕이 무너진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클럽 건물은 원래 영화관이었으나, 월요일 밤마다 정기적으로 댄스 음악 콘서트를 개최하는 음악 공연장으로 용도가 변경된다.
해당 콘서트에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붕괴 당일에도 많은 운동선수, 유명인, 정치인들이 참석한 상태였다.
아비나데르 대통령은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