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먹구름 드리운 가자 휴전 협상
이스라엘이 적들을 향해 두 번의 치명타를 날렸다.
이스라엘 측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했다는 사실은 확인해 준 건 아니지만, 이스라엘보다 그의 죽음을 더 원했던 세력을 찾긴 어렵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 군사 사령관이었던 푸아드 슈크르 사망의 경우, 이스라엘이 나서 “첩보 기반 제거” 작전으로 베이루트에서 살해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1948년 건국 이후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날로 손꼽히는 지난해 10월 7일 기습 이후 모든 하마스 고위 인사가 모두 정당한 표적이다.
슈크르는 헤즈볼라의 고위 사령관으로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에 떨어져 어린이와 청년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로켓포 공격의 책임이 있어 제거된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 측 설명이다.
헤즈볼라에서도 슈크르가 베이루트를 노린 공습으로 살해당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골란고원에서 해당 로켓포 공격을 감행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7일 공격 이후 우려했던 중동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추측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아이러니는 바로 그 어느 쪽도 전쟁을 원치 않지만, 점점 더 모두가 전쟁의 위험성을 감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줄곧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헤즈볼라에 대한 수위 조절을 통해 대규모 보복을 유발하지 않고, 확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공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두 번의 암살은 큰 도박이다.
미국으로부터 여전히 압박받는 이스라엘은 엄청난 보복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만 헤즈볼라에 타격을 가하고 싶었다. 여전히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거점 지역인 베이루트 남부를 공격했으니, 응당히 텔아비브를 공격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이란이 팔레스타인 지도자의 암살을 문제 삼아 전쟁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계산했을 수 있다. 이란의 수도에서 이란의 보호 아래 있는 하니예가 살해당한 것은 이란 입장에선 굴욕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취임식 참석차 이란을 방문해 이란의 새 대통령을 만난 하니예를 그 직후 살해한 것은 이스라엘의 영향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수백 발을 발사하면서 자신들의 억지력을 다시 한번 확립했다고 생각했겠으나, 현재 이는 별 의미 없는 주장으로 드러났다. 또한 4월 당시의 공습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서 발생해 이란 장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이었다.
한편 앞으로 이란 그리고 헤즈볼라와 같은 그 대리 조직이 더 많은 보복에 나설 건 확실해 보인다. 우선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도 똑같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홍해에선 후티가 예멘에서 전개하는 공격 수위를 올릴 수 있다.
이스라엘이 수개월째 가자 지구를 공습하는 상황에서 하마스가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점령 중인 서안지구나 본토 공격에 대해 지금도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중동은 역내 전쟁에 돌입했으나, 여전히 상황이 훨씬 더 악화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암살과 보복이 전면전을 촉발할 불꽃이 되진 않겠지만, 지구상 가장 격동적인 이 지역의 명백하고 위험한 위협 요소와 현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계속해서 벼랑 끝에서 물러나기만 한다고 전쟁 발발 가능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희미하게 다가오는 전면전 발발의 위협에서 벗어날 외교적 방향을 구축하기 더 어려워질 뿐이다.
뜨겁게 타오르는 중동을 식힐 수 있는 가장 제대로 된 첫 단계는 바로 가자 지구의 휴전이다.
최근 몇 주간 미국 당국은 휴전 협상 타결이 가까워지고 봤다. 하지만 가자 지구의 휴전이란 양측이 받아들이는 휴전의 정의가 너무나도 다르기에 늘 상상하기 힘든 존재였다.
우선 하마스 입장에서 휴전은 이스라엘의 철수 및 적대 행위의 종식을 의미한다. 반면 이스라엘에게 휴전은 생존한 인질의 일부 또는 전원 석방 및 이후 전쟁을 재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에게 가자 지구 휴전은 여전히 외교적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가자 지구의 휴전은 그 어느 때보다 요원해 보인다.
하니예는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 측 주요 인사였다. 하마스는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이집트 비밀정보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를 통해 미국, 이스라엘과 소통했다.
하니예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알사니 총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정치인 암살과 가자 지구에서의 민간인을 향한 공격이 계속되는 이 상황에서 한쪽이 다른 쪽의 협상가를 암살하는 데 대체 어떻게 성공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지 묻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암살은 중동의 더 큰 재앙을 피하기 위해선 휴전 협상이 필수적이라는 미 당국의 생각보단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생각에 더 가깝다.
또한 이번 일로 인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뒀다는 심판론을 피하고자 그가 이번 전쟁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이스라엘 국내외 네타냐후 총리 비평가들의 믿음 또한 더 커질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또한 이스라엘-헤즈볼라가 국경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분쟁을 멈출 외교적 방법을 모색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가자 지구의 휴전이다. 그리고 현재, 가자 지구의 휴전 협상엔 또 한 번 먹구름이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