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지금' 관세 대화에 나선 이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에서 회담을 시작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처음으로 양측의 고위급 무역 관리들이 10일(현지시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첫날 이후 소셜 미디어 게시글을 통해 이번 회담을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변화가 "우호적이면서도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상됐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섰고, 이후로도 양국은 서로에게 관세를 부과하면서 팽팽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중국산 수입품에 미국은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대해 중국도 일부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서로를 더 절박한 상대방으로 묘사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격렬하고 때로는 불같은 수사가 몇 주 동안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체면 지키기
여러 차례의 보복성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는 교착 상태를 깨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다만 누가 먼저 양보할지는 불분명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선임 방문연구원이자 전 미국 무역 협상가인 스티븐 올슨은 "어느 쪽도 물러서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양국이 상대방에게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이번 회담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상무부는 이를 미국에 대한 호의로 표현하며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요청"에 응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관리들이 "무척이나 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그들이 우리가 (대화를) 먼저 시작했다고 했나? 글쎄, 나는 그들이 돌아가서 그들의 파일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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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협상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모두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외교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누가 전화를 걸지 않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또한 지금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있는 기간이라는 점도 중국엔 중요하다.
시 주석은 금요일 나치 독일에 대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주빈으로 참석했다.
시 주석은 '글로벌 사우스'의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이 무역에 대한 다른 선택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적인 글로벌 리더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를 통해 중국은 협상 테이블로 향하는 동안에도 힘을 보여줄 수 있다.
커지는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중국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상은 관세 부과로 인해 양국이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공장 생산량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 4월 중국의 제조업 활동은 2023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주 중국 매체 '차이신'의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 활동은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BC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가파른 관세로 인해 창고에 재고가 쌓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굴하지 않고 미국 이외의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의 버트 호프만 교수는 "[중국은] 거래가 없는 것보다는 거래가 있는 것이 낫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들은 실용적인 관점을 취하고 '좋다, 이 회담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한 겁니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가 끝난 지금이 바로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중국 당국이 판단한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미국 경제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됐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오랫동안 의존해 온 업계는 더욱 걱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장난감 회사 소유주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의 총체적 붕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소비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번 달 내각 회의에서 미국 어린이들이 "30개의 인형 대신 2개의 인형을 갖게 될 것"이라며 "아마도 두 개의 인형은 평소보다 몇 달러 더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으며, 미국인의 60%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올슨 연구원은 "양국은 점점 더 불안해하는 시장과 기업, 국내 유권자들에게 약간의 안도감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에서의 며칠간의 회의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이번 회담은 낙관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협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호프만 교수는 이번 회담은 대부분 "기초를 다지는 것"에 관한 것이 될 것이며, "입장 교환"처럼 보일 수 있고, 일이 잘 진행되면 "향후 회담을 위한 의제가 설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거의 2년에 걸친 상호 관세 부과 끝에 지난 2020년 초에 일부 관세를 유예하거나 인하하는 '1단계' 합의에 서명했다. 당시에도 주요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나 나머지 관세를 폐지하는 일정과 같은 까다로운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이들 중 상당수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기간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는 이러한 옛 관세에 추가가 된 부분이다.
올슨 연구원은 이번에 나올 수 있는 합의는 "강화된 1단계 합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이전 협상을 넘어 보다 민감한 쟁점들까지 다루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 쟁점들은 다양하다. 미국이 중국에 더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는 불법 펜타닐 거래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경고한다.
올슨 연구원은 "미·중 무역 관계를 괴롭히는 구조적 마찰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에서의 협상은 그저 '솔직한 대화'와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무난한 성명만 내놓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