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증언하는 북송의 역사…탈북 청년, 일본서 콘서트
한국에 정착한 탈북 예술가들이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고, 음악과 그림,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풀어낼 예정이다.
오는 22일 일본 교토 고향의 집 '운사홀'과 23일 오사카 민단본부에서 열리는 이번 뮤직토크콘서트에는 북송 재일교포 3세로 탈북해 한국에서 화가 및 래퍼로 활동 중인 강춘혁 씨와 가수 김소연 씨, 아코디언 연주자 김엘인, 소해금 연주자 최리나 씨 등이 무대에 선다.
공연은 음악과 그림,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다.

예술로 전하는 북송의 기억
공연 총괄을 맡은 북한인권시민연합 우광호 부국장은 BBC와의 통화에서 "공연 출연자인 강춘혁, 김소연 씨 등은 북송 재일교포 3세이고, 일본에서 태어났던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북송돼 돌아가셨다"며 "그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고향에서 북한의 상황을 음악과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기획에는 일본 내 북한인권 단체인 자유왕래회(F2M)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무대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고 랩을 선보이는 강춘혁 씨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화가이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3'에 출연했던 탈북 래퍼다.
강 씨는 북한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그의 조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 오사카에서 살다가 북송선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간 재일교포였다.
강 씨는 관객 앞에서 라이브 페인팅 형식으로 실시간 그림을 그리고, 이 그림에 관객들이 직접 메시지를 덧붙이며 완성하는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다.
그는 수많은 재일교포들이 북한 당국의 선전에 속아 북송된 당시의 상황과 북한의 실상을 그림과 랩으로 표현해보겠다 말했다.
"일본에서 태어나셨던 할아버지는 가족들을 전부 이끌고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가셨습니다. 그때 가족들은 북한에 도착하고나서야 '아, 완전히 속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러한 상황을 생동감있게 그림으로 담아보고 싶습니다."
강 씨는 "이번 무대를 계기로 보다 많은 일본인들이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며 "나아가 일본에서도 탈북 청년들의 예술 활동이 더 활발히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래로 전하는 자유와 상처
이번 공연에서 노래를 맡은 김소연 씨는 지난해 TV조선 '미스트롯3'에 출연해 '아버지의 강'을 부르며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김 씨는 "할머니의 고향인 일본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탈북해 자유를 얻은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이 더 특별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임진강', '북녘의 봄', '아리랑', '붉은 노을' 등 고향과 이산을 상징하는 남북한 대중가요와 일본 가요를 부르며 무대의 분위기를 이끌 예정이다.
김 씨는 "일본 노래 '북녘의 봄', 임진강 등을 일본어로 부를 예정"이라며 "일본어 가사를 외우거나 발음이 쉽지 않았지만, 관객과의 공감을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어려서부터 음악을 전공한 출연자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소해금 연주자 최리나 씨는 북한에서 유치원 시절부터 소해금을 전공했다.
최 씨는 "고향의 봄, You Raise Me Up, 아리랑 등을 연주할 예정"이라며 "일본 공연은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 고향의 그리움과 이산의 아픔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해외 공연을 진행해왔지만 일본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며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코디언 연주자 김엘인 씨도 음악으로 북한의 현실과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낼 예정이다.
'지상낙원'의 진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북송과 관련된 재일교포 1세부터 3세, 일본 청소년과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재일교포 북송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북한과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의 주도로 재일교포들을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시킨 사업을 말한다.
이 기간 약 10만 명의 재일교포들이 고향을 떠나 낯선 북한으로 넘어갔다.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의 선전에 희망을 품고 바다를 건너 북한으로 갔지만, 그들이 맞이한 건 차별과 인권침해였다.
2014년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한 재일교포들은 '여러 가지 차별은 물론 북한에서 농장이나 광산에서 강제노동에 투입됐다'고 증언했다.
공연에 참여하는 탈북 예술가들은 이 공연이 일본 내 청년들에게 재일교포 2·3세의 뿌리와 북송의 역사, 그리고 북한 사회에 대한 인식을 알리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강춘혁 씨는 "북한은 한때 '지상낙원'이라며 수천 명의 재일교포를 북송시켰지만, 실제로는 차별과 감시 속에 살아야 했다"며 "일본 사회에 북한의 현실을 전하고, 탈북민과 북송 재일교포들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