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예정대로' 미 관세 위법 판결에도 한국 입장 불변 이유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리며 한국에 부과한 15% 상호관세도 법적 근거를 잃게 된 가운데, 한국 정부는 기존 합의대로 대미투자 등 협의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미국 사법부의 판결로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과 대미 수출 여건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한미간의 특별한 동맹관계를 기초로 우호적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 대미 통상현안 관계 부처 회의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상호관세는 무효', 그러나 '대미 투자 등 예정대로 진행'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회의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관계 부처 장·차관과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등 주요 참모들이 함께했다.
회의에선 미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의거한 상호관세 위법 판결의 주요 내용과 영향에 대해 점검했다.
강 대변인은 "판결문에 따라 현재 미국이 부과 중인 15%의 상호 관세는 무효가 되지만,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0% 부과를 후속 발표한 만큼, 미국의 추가 조치와 주요 국가들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한편, 판결문에 명확하게 언급되지 않은, 기납부한 상호 관세 환급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들에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경제 단체, 협회 등과 긴밀히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대미 투자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대변인은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심사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와 관련해 "입법 추진 상황을 점검했고, 공청회 등 입법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 정부가 부과한 25%의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대신 약 500조원(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기존 합의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새로운 관세를 선언하고 추가 관세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추가 관세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대체 관세' 어떻게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거의 모든 상품에 전 세계 공통으로 1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에게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의회가 개입해야 하므로, 해당 조치는 일시적인 성격을 띤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의회를 우회할 가능성도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122조는 대통령이 150일 지나면 관세를 종료했다가 새로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 다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22조를 활용해 "근본적인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1974년 만들어진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301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다른 국가의 무역 관행을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USTR은 해당 국가의 관행이 "차별적이거나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국은 이 301조를 근거로 한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USTR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가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USTR이 개시할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해 "이들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도 계속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이 조항을 적극 활용한 바 있다. 이 조항은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사전 조사가 필요해 시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학자는 BBC에, 이러한 조사 및 판정 요건은 관세 부과를 더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일단 부과된 관세를 철회하거나 법적으로 다투는 것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22조 관세와 232조 및 301조 관세를 결합하면 "2026년 관세 수입은 사실상 변함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는 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른 관세 폐지로 인한 수입 감소를 사실상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