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에도...실제 선박 운항은 지지부진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상업 선박 운항이 재개됐다고 밝혔지만, 선박들은 지정된 안전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왔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은 오는 4월 22일 종료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평화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날을 "세계에 있어 위대하고 훌륭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해운업계는 현재 해협 통항이 실제로 안전한지 아닌지를 여전히 확인 중이며, 선박 추적 데이터에서도 운항은 최소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10일간의 휴전이 시작된 이후 첫날에 해당하는 시점에서 해당 발표를 내놨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레바논 휴전에 발맞춰, 이란 항만해사기구가 이미 공지한 조정 항로를 통해 휴전 기간 모든 상업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완전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TV는 이후 "고위 군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선박들은 "지정된 항로"를 통해서만 통과할 수 있으며, 군용 선박의 해협 통과는 여전히 "금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지난주 지정한 두 개의 항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며, 해당 내용은 이란 언론에서도 널리 보도된 바 있다.
일부 이란 매체는 아락치 장관의 발표를 비판했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은 이를 "부적절하고 불완전하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될 경우 해당 통항 허용은 "무효"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매체들도 당국의 명확한 설명을 촉구했다.
최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협상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엑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시간 동안 일곱 가지 주장을 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봉쇄가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레바논 남부에 기반을 둔 시아파 무장·정치 조직 헤즈볼라의 동맹국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2일 레바논을 공습했다. 이는 헤즈볼라 공격에 따른 대응으로, 헤즈볼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를 감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한 미·이란 협상이 주말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양측 간 큰 이견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외무부가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어떠한 경우에도 외부로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란이 이를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한 이후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BBC의 미국 파트너사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농축 우라늄 제거를 위해 지상군 투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이 "함께 이를 확보해 미국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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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상 이 해협을 통과하지만, 최근 군사적 긴장으로 운항 선박 수는 크게 감소했다. 이란은 유조선과 기타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기뢰를 설치했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에도 충격이 이어졌다. 다만 아락치 장관의 발표 이후 17일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실제 통항 재개 여부와 일시적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BBC 월드 비즈니스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선박 운항이 국제법에 부합하며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추가적인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MO는 일부 선박이 운항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식별 시스템을 끄는 경우도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상 보안 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스의 코맥 맥게리 이사는 아락치 장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해협 재개에 대해 "어제보다 특별히 더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발표가 "실질적으로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며 기뢰 위협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몇 주간 해운 업계 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덧붙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7일 자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 해협 상업 항로 보호를 위한 다국적 임무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49개국 회의 이후 발언한 스타머 총리는 해당 임무가 "엄격히 평화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라며, 지역 내 교전이 종료된 이후에만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