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레바논 '10일 휴전'에 대해 알려진 것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상들이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휴전은 지난 16일 동부 시간 오후 5시(한국 시간 17일 오전 6시)에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주 동안 이스라엘과 교전을 이어온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휴전안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이 중요한 시기에 잘 행동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은 17일 "레바논 휴전에 발맞춰"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원유 수송로 가운데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될 때까지 이란에 한해 해군 봉쇄 조치가 전적으로 유효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항이 이미 협상을 거쳤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X(옛 트위터)에 "봉쇄가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폐쇄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18일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이 군이 통제하는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애초에 휴전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긴 걸까?
합의 내용은?
합의에 따르면 휴전 기간은 10일이며, 협상이 진전을 보일 경우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미국 국무부가 추가로 공개한 세부 내용에 따르면
- 이스라엘은 "계획되거나 임박했거나 진행 중인 공격에 대해 언제든 자위권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를 유지한다.
- 레바논은 헤즈볼라를 포함한 "불량 비국가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레바논의 안보는 레바논 정부군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점을 당사자들이 인정한다.
-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남은 모든 문제 해결"을 목표로 미국이 추가 직접 협상을 계속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성명은 이번 휴전이 이스라엘의 "선의의 제스처"이며, 양측 간 "영구적인 안보 및 평화 합의"를 위한 협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사자들의 반응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지도자들은 모두 휴전을 환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역사적인 평화 합의를 위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새로운 국면 앞에 서 있다. 휴전을 향한 노력에서 벗어나, 우리 국민의 권리와 국토의 통합,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영구적 합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도 휴전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레바논 전역에 대한 "공격 전면 중단"과 "이스라엘군의 자유로운 이동 제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고위 지도자 와피크 사파는 무장 해제 여부를 묻는 말에 "제대로 된 휴전, 진정한 휴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아니다. 이스라엘이 철수하기 전까지는 아니다"라고 BBC에 말했다.
이란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레바논에 깊이 뿌리내린 조직이지만, 정부의 공식 안보 체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X를 통해 "레바논 휴전에 발맞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업 선박의 통항이 휴전 기간 남은 동안 완전히 개방된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은 이후 해당 게시물을 "부적절하고 불완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될 경우 이러한 통항은 "무효"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휴전 성사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모든 당사자가 이를 "전적으로 존중"하고 "언제나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번 합의를 "안도할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이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남부에 머무르는 이스라엘
합의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로부터 약 10km 지점까지 주둔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레바논 전역에서 120만 명 이상이 피란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남부 지역 출신이다.
이스라엘은 3월 초 헤즈볼라의 공격 이후 레바논 남부에 재진입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점령 지역을 "안보 지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주 "우리는 그곳에 있으며,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앞서 점령 지역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타니강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km 떨어져 있다.
그는 또 이스라엘 국경 인근 레바논 마을의 모든 주택을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몇 주 동안 BBC 검증팀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1400채 이상의 건물을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바논 국방장관은 이 같은 발언이 "레바논 영토에 대한 새로운 점령을 강행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유엔도 이스라엘의 발표를 비판했다.
앞서 13개월간의 충돌을 끝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합의가 있었지만, 이후에도 거의 매일 국경 지역에서 공격이 이어졌다.
휴전 협상은 어떻게 이뤄졌나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협상에 나섰다. 협상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부에 대한 공습과 남부 지역 교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긴장 완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아운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와의 "훌륭한 대화" 끝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헤즈볼라가 협상에 직접 참여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추가 협상을 위해 양국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을 환영하면서도, 현장에서 양보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두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와 상호주의적 휴전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휴전 발표는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도 예상 밖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보 내각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스라엘 유력 매체는 휴전 발표 직전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 내각 회의를 소집하며 이를 단 5분 전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회의에서 유출된 내용에 따르면 각료들은 휴전에 대한 표결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과의 연관성은
이스라엘은 지난 3월 2일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해 레바논을 공습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이어진 조치였다.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을 상대로 보복에 나섰고,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란의 대리 세력들도 가세했다.
이란의 대응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포함됐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주요 수송로다. 이로 인해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했다.
이달 초 이란과의 휴전이 발표됐을 당시, 레바논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불분명했다.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과 이란 측은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이란은 17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항구를 오가는 해상 교통에 대한 미국의 봉쇄를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파키스탄이 중재한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된 후인 16일에도 기자들에게 이란과의 평화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3월 2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전투원과 민간인을 포함해 2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7000명이 다쳤다. 여기에는 최소 260명의 여성과 172명의 어린이도 포함됐다.
같은 기간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레바논에서의 전투로 이스라엘군 13명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16일 레바논 남부와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마지막 다리를 파괴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은 더욱 고립됐으며, 일부 지역의 장기 점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