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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슈퍼 엘니뇨'가 오고 있는 걸까?

1일 전
물을 어깨에 지고 걸어가는 여성
Reuters

최근 올해 말쯤 '슈퍼', 심지어 '고질라'급 엘니뇨가 우리를 덮칠 수 있다는 뉴스 보도를 접했을 수도 있다.

보통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열대성 폭풍이 잦아지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평소보다 날씨가 건조해진다.

그렇기에 유난히 강력한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거론될 경우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BBC가 만난 기후 과학자들은 이번 엘니뇨의 강도는 물론, 전 세계 기후와 및 기상 패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러한 예측에 대해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대기과학 전문가인 킴벌리 리드 박사는 '고질라급 엘니뇨'라는 용어 자체가 "터무니없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리드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호주의 농민들이 기후 예보관들에게 연락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가뭄이 찾아와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이러한 표현에 대해 매우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극적인 용어들은 엘니뇨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는 집단에게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엘니뇨'란?

엘니뇨와 그 반대 현상인 '라니냐'는 '엘니뇨 남방진동(ENSO)'이라고 불리는 자연 기후 현상의 2가지 상반된 상태다.

다만, 엘니뇨와 라니냐가 반드시 번갈아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주로 열대 동부 및 중앙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고, 반대로 라니냐 때는 수온이 낮아진다.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수 조건
BBC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은 대개 2~7년 주기로 발생하며, 보통 9~12개월 동안 지속되지만 더 오래 이어지기도 한다.

2024년 중반부터 이어지던 라니냐는 현재는 종료된 상태다. 즉 현재 태평양은 '중립', 즉 엘니뇨도 라니냐도 아닌 상태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은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과학자들에 따르면 몇 가지 공통 영향이 있다.

인도의 한 여성이 물을 마시는 모습
Sonu Mehta/Hindustan Times via Getty Images
보통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상승한다

엘니뇨의 영향은 주로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진 태평양 해역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서태평양 국가들은 평년보다 건조해지면서 가뭄과 산불이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반면 태평양을 두고 반대편인 페루, 에콰도르 같은 남미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급증해 홍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엘니뇨의 영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도에서 몬순이 약화하거나, 미국 남서부에서 겨울철 홍수가 내릴 수 있다.

엘니뇨 발생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강수량 변화
BBC
엘니뇨 발생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기온 변화
BBC

'슈퍼 엘니뇨'란?

지난 9일, '미국 기후예측센터(CPC)'는 오는 5~7월 사이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61%이며, 발생 시 적어도 2026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은 25%라고 전망했다.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의 팀 스톡데일 박사는 "슈퍼 엘니뇨"라는 용어가 자신에게는 비교적 생소하다고 했다.

그는 BBC 월드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용어 같은데, 1997~1998년이나 2015~2016년에 나타났던 것처럼 태평양 중앙부의 해수 온도 편차가 2°C 이상인, 매우 강한 엘니뇨를 가리키는 듯하다"고 했다.

스톡데일 박사에 따르면 강력한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시사하는 일부 기후 예측 모델도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보통 수준의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면서 바람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
NurPhoto/Corbis via Getty Images
엘니뇨의 영향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리드 박사는 엘니뇨의 강도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영향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태평양 내 따뜻한 해수에 인접한 아메리카에서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태평양 해당 해역의 온도가 0.5℃, 1℃ 등 얼마나 상승했는지보다는 일단 엘니뇨 발생 여부 자체가 더 중요한 변수"이다.

리드 박사는 특정 지역의 날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엘니뇨에만 집중해서는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저는 체질량지수(BMI)에 자주 비유합니다. 보디빌더는 체지방률이 매우 낮더라도 BMI만 보면 비만으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엘니뇨로 인해 파도가 거세진 캘리포니아 몬도스 비치
MARK RALSTON/AFP via Getty Images
가장 최근의 장기간 지속된 강력한 엘니뇨 현상은 2015~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정 지을 수 없어

2017년 초, 엘니뇨로 인한 기온 상승이 전망됐으나, 이후 상황이 바뀌면서 오히려 라니냐가 발생한 바 있다.

리드 박사는 이와 같은 "예보 오류"는 매우 드물지만, "기후 예측 모델이 강한 확신을 보이더라도 … 100% 실현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보면, 3~4월에 나온 예보가 아무리 확신에 차 있어도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3월~5월 사이에는 엘니뇨와 라니냐를 예측하기 어려워 북반구에서는 '봄 예측 장벽', 남반구에서는 '가을 예측 장벽'이라는 용어가 사용될 정도다.

스톡데일 박사는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 웹사이트에 초기 예보는 "종종 시선을 끌지만"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적어두었다.

"현재의 엘니뇨 관련 언론 보도를 책임감 있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확신할 수 있고, 어디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는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드 박사는 "'고질라 엘니뇨' 같은 표현이 '엘니뇨: 이맘때는 좀 불확실한 현상'같은 문구보다 훨씬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한다는 점을 기억하라"면서 예보를 과신하기보다는 5~6월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그는 "어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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