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보다 견딜 만하게 해줄 수 있는 이것
업무 회의가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제이미 티반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과학자다. 그는 몇 년 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샘 알트먼 오픈AI 설립자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티반에게는 그 대화가 엄청난 충격으로 남았다. 티반이 대화를 끝내고 차에 앉아서 AI의 가능성에 감격해 비명을 질렀을 정도다.
티반은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대화가 너무나 감격스러웠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들이 나눈 대화는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픈AI의 AI 챗봇 챗GPT의 잠재력에 대한 것이었다. 티반은 이 회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고, 업무 회의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티반은 "컴퓨터를 사용한 자동화는 역사적으로 힘든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유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 많은 아이디어를 던져준 뒤 그 아이디어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우리가 갖는다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것 같아요. 엄청난 기회처럼 느껴집니다."
티반은 그 특별했던 업무 회의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 동료나 업무 파트너들과 하는 회의를 지루해 한다.
일론 머스크 역시 "과도한 회의는 대기업의 병폐고, 그 병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회의의 72%가 비효율적이라는 글로벌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미국 예일대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줌으로 회의를 할 때는 참가자들의 두뇌 활동이 감소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2020년에는 많은 기업 및 조직이 회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당시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웹캠 앞에 앉아 회의를 해야 했다.
이제 팬데믹은 끝났다. 하지만 좋든 싫든 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구글 미트 등을 활용한 화상 회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티반은 이러한 전환이 "AI가 회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 회의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 3곳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는 듯, 사용자들에게 AI 기반 비서를 제공하고 있다. 줌에 있는 'AI 컴패니언', 팀즈의 '코파일럿', 미트의 '듀엣 AI'가 그것이다.
회의에 활용되는 AI 기능은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를 대신해 회의를 필사하고, 질문할 만한 질문을 제안하며, 회의의 요점을 요약하고 다른 참석자는 누구인지 알려준다. 심지어 미트의 경우엔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온라인 회의에 참석할 수도 있다.
후세인 카싸이는 AI 기반 교육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런던 소재 스타트업 '퀜시 AI'의 창업자다. 그는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일종의 AI 코치를 대동하고 회의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카사이는 "(그렇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회의에 임하고 유용하고 가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생산적인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AI가 업무 회의 참석자들이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준비되지 않아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지금과 달리, 회의가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카사이는 AI가 회의의 사회자 역할을 하는 미래도 그리고 있다. 회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의 참여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심지어 회의실에 있는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한다는 것이다.
"회의실에 혼자 말을 독점하는 멍청이가 있고,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AI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스피커 3, 당신은 2%만 발언했어요. 다음에는 당신이 20%를 발언해야 합니다.'"
티반은 팀즈의 코파일럿이 이미 화상 회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회의를 4배 더 빠르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나온 수많은 보고서들이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AI는 실수 또는 자칭 "환각"에 빠질 수도 있다.
티반은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믿음으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의 AI 프롬프트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프롬프트란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가능한 선에서 최상의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AI가 사용자는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답변을 가장 원하는지 최대한 빨리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티반은 "내가 AI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는 회의에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답을 AI로부터 얻으려면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과학자이자 임원이라는 것을 AI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비즈니스 심리학자 제시 바커는 많은 사람들이 업무 회의를 싫어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보면,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회의가 시간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 수 있죠."
바커는 AI로 인해 "(업무 회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좌절감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 업무 회의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생길 것 같아요. 월요일 아침 회의에 오지 않고 AI를 대신 참석시키는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죠. 또는 매번 회의에 늦게 나타나서 놓친 내용을 AI로 업데이트하는 사람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동료 간에 분노와 불신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티반은 업무 회의 개선에 AI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AI는) 사람들이 부담을 덜도록 도와주고, 회의 시작과 논의해야 할 것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방식으로 사안을 보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