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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철수에 돌아왔지만...' 폐허로 변한 칸 유니스를 마주한 가자 지구 주민들

2024.04.09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 명이 가자 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로 돌아왔다. 폐허로 변한 도시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주민들은 거리의 온갖 잔해를 뚫고 자전거, 당나귀 수레를 이용하거나 혹은 걸어서라도 자신들의 집, 혹은 집이었던 곳의 흔적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

모하메드 아부 디압은 “집이 파괴된 걸 알면서도 집으로 돌아간다. 셔츠를 꺼내기 위해 잔해를 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 남부에서 여단 1개만을 제외한 전 병력을 철수했다.

주민들은 건물 잔해 밑엔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깔려 있어 죽음의 냄새가 곳곳에 도사린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파괴의 정도에 충격받았다.

아부 사이프 아부 무스타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괴 정도가 엄청나다. 모든 걸 다시 지어야 한다. 사람이 살기에도, 심지어 동물이 살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칸 유니스가 속한 칸 유니스 지역에 사는 라샤드 카미스 알-나자르는 “마치 지진이 도시를 강타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집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 됐으며, 사원도 예배 보기 적합하지 않고, 도로와 기반 시설, 심지어 전기 시설조차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칸 유니스로 돌아온 다른 주민들 또한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공포감을 느낀다.

“마치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덮친 것처럼 모든 곳이 완전히 파괴된 모습입니다.”

“파괴되지 않은 집들은 불에 탔거나 약탈당했습니다. 우리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살아갈 집도 없는 우리는 마치 죽은 자처럼 살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 제2의 도시였던 칸 유니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지도부와 대원들이 북부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터널 네트워크, 병원 등지에 새로운 근거지를 구축했다고 판단했다.

폐허가 된 칸 유니스
Getty Images
칸 유니스 대부분 지역이 폐허로 변했다

이에 이스라엘 당국은 모든 동네를 돌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떠나라고 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주민 약 40만 명이 살던 이 도시는 이스라엘의 맹렬한 포격 아래 서서히 폐허로 변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칸 유니스에서 임무를 완수했으며, 군대를 철수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미 과밀 수용된 대피소에서 떠나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아간 주민 대부분의 집이 더 이상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며, 이에 따라 잔해더미에서 남아 있는 소지품이라도 모아 임시 대피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르 아야시라는 여성 주민은 계단이 사라져 집에 갈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간신히 아야시의 남자 형제가 기어 올라가 아야시의 자녀들을 위한 옷 몇 벌을 챙겼다고 한다.

남부로 돌아온 또 다른 주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옷가지 등 혹시 집에 남아 있는 물건은 없는지 확인하고 챙겨가고자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주민은 집이었던 곳이 흔적만 남았음에도 이곳에 남아 있겠다고 말한다.

모하메드 아부 리제크는 집보다 더 많은 걸 잃었다. 리제크의 아내는 피난길에 오른 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리제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가장 큰 요구는 이스라엘이 우리 땅에서 나가주는 것이다. 충분히 죽였고 파괴했다. 집을 잃고 피난민처럼 전전하느니 집의 잔해 위에 텐트를 치고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 군은 지난 7일(현지시간) 병력이 남부 지역에서 철수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병력”은 여전히 가자 지구에 남아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최근 발표한 철수 계획은 종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기보다는 전술적 조치로 해석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8일 칸 유니스로 돌아간 주민 다수가 머물렀던 남부 도시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계획 중이며, 날짜를 정했다고 말했다. 그 밖의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라파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긴 했으나, 가자 지구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인 100만 명 이상이 피난 온 곳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승리를 이루기 위해선 라파 지역에 들어가 그곳의 테러리스트 대대를 제거해야 합니다. 이는 일어날 것이며,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한편 미국은 믿을 만한 민간인 보호 계획 없이는 라파 내 대규모 공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휴전 협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협상을 중재 중인 카타르 외교부는 BBC에 새로운 휴전안 제안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줄곧 완전한 종전, 이스라엘 군의 가자 지구 내 완전 철수, 원조 물자 유입 등을 요구하고 있는 하마스는 현재 최근 제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이러한 요구 사항을 양보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측도 이는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대신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들을 석방하길 바란다.

그러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금이 하마스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압둘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공동 기고문을 통해 가자 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세 정상은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더 많은 죽음과 고통을 가져올 뿐”이라며 일갈했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가자 지구 주민 3만3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사망자 대다수가 민간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전쟁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국경 지역을 공격해 1200명이 숨지고 250명 이상이 인질로 납치되면서 발발했다. 이스라엘 측은 여전히 가자 지구에 남아있는 인질 130명 중 최소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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