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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어디서 무기를 얻나?

2024.04.10
F-35
AFP
미국은 이스라엘 공군에 가장 최신형 전투기인 ‘F-35’를 지원했다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서방 세계를 향한 압박은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이 최근 역사상 가장 집중적이고 파괴적이라고 평가하는 공습 작전을 수행하고자 수입 전투기, 유도 폭탄, 미사일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서방 동맹국 내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은 이스라엘이 민간인의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호물자가 충분히 지원되도록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에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5일, 'UN 인권 이사회'는 28개국의 찬성, 6개국의 반대, 13개국의 기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스라엘이 대부분의 수입 무기를 들여오는 미국과 독일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독일은 해당 결의안이 하마스를 분명하게 비난하고 있지 않기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했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는 전쟁 이후 가자 지구 주민 3만3000여 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70%가 여성과 아동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측은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어떠한 구호물자의 전달도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아울러 하마스야말로 고의로 민간인을 사선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한다.

미국

우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기술을 지닌 군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스라엘 군대를 건설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많은 무기를 공급한 국가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기준 이스라엘이 수입한 전체 무기의 69%가 미국산이다.

아울러 미국은 이스라엘이 주변 국가들에 비해 소위 “질적인 군사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10년 계약에 따라 매년 38억달러(약 5조1100억원) 상당의 군사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체 수입 무기 중 각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
BBC

이스라엘은 이 지원금으로 역사상 가장 최신형 전투기로 평가받는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사들였다. 지금껏 75대를 주문해 30여 대를 이미 넘겨받은 상태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F-35를 들여온 최초의 국가이자 실제 전투에서 처음 사용해본 국가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아울러 지원금 중 연간 5억달러 정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개발한 미사일 방어 체계인 ‘아이언 돔’, ‘애로우’, ‘데이비드 슬링’ 시스템에 사용된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의 여러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및 이란의 지원을 받아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다른 무장 단체들의 로켓포, 미사일, 드론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자 이러한 방어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발생 며칠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미 당국이 긴급 승인 하에 이스라엘에 제공한 무기 중 공개된 건은 1억6000만달러 상당의 탱크용 탄약 1만4000발과 1억4700만달러 상당의 155mm 포탄 제조용 부품 제공 등 단 2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조용히 이스라엘에 100건 이상의 군사 판매를 진행했으며, 대부분 의회에 공식적으로 통보해야 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엔 수천 발의 정밀 유도탄, 소구경 폭탄, 벙커 버스터(적군의 벙커 등을 무력화하는 무기), 소형 무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I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렇게 지원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이스라엘의 미국산 무기 수입 총량은 2022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이번 주 미 정부가 발표한, 180억달러 규모의 F-15 전투기 50대 판매 계약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만큼 큰 규모의 거래다. 미 의회는 아직 해당 건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전투기를 처음부터 제작하는 덴 시간이 걸리며, 곧바로 인도되진 않겠으나,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보여준 행동에 대해 몇몇 미국 여당 의원들과 지지자들도 점점 더 우려하는 상황에서 이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해당 거래를 막을 준비가 됐다면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무차별적인 폭격”을 자행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독일

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기준 이스라엘 수입 무기의 30%를 차지하는, 미국 다음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해당 연도에 이스라엘이 유럽 국가로부터 사들인 무기는 3억유로(약 4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에 비해 10배 증가한 규모로, 대부분의 수출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승인됐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방공 시스템 및 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번 전쟁 내내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굳건히 지지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가자 지구 내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어조를 조금씩 바뀌고 있으며 독일 내에서도 논란이 있으나, 독일 당국의 무기 판매가 중단 될 위험은 없어 보인다.

파괴된 가자 지구
Reuters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의 민간인 보호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대신 하마스를 비난한다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이스라엘의 제 3대 무기 수출국이긴 하나, 2019~2023 기준 이스라엘의 수입 무기 중 이탈리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이탈리아는 헬리콥터, 해군용 포탄 등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1370만유로에 달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쟁 중이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듯한 국가를 상대로 한 무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에 따라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지난해 10~12월 약210만유로에 달하는 수출이 승인됐다.

지난달 의회에서 기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이탈리아는 기존 계약을 사례별로 점검하고 “민간인에게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 포함되진 않았는지” 확실히 확인한 뒤 기존 계약을 따랐다고 주장했다.

그 외 국가

우선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영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2022년 기준 4200만 파운드(약 72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비교적 규모가 작다”.

영국의 ‘무기 거래 반대 캠페인(CAAT)’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영국 당국은 이스라엘에 총 5억74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무기 수출을 승인했다고 한다.

이 중 대부분은 이스라엘에 사용하는 미국산 전투기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러한 수출마저 중단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자국엔 “매우 신중하게 마련된 수출 승인 제도”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국제 인도법에 따라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할 시 이와 관련한 위험성에 대한 평가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 고위 소식통은 BBC에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금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2022년 기준 이스라엘에 2130만캐나다달러(약 212억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한 캐나다 정부는 올해 1월, 자국이 정한 법에 맞게 무기가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신규 무기 수출 허가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허가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자체적인 방위 산업

헤르메스 450
AFP
이스라엘의 방위산업체 ‘엘비트 시스템’은 가자 지구에서 현재 이스라엘 군이 사용 중인 무인항공기 ‘헤르메스 450’을 개발했다

한편 이스라엘 또한 미국의 도움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방위 산업을 구축해 현재 전 세계 9위의 무기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이스라엘의 방위 산업은 전반적으로 대형 하드웨어 무기보단 첨단 기술 무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기준, 전 세계 무기 수출 금액의 2.3%가 이스라엘산 무기였으며, 인도(37%), 필리핀(12%), 미국(8.7%)이 3대 주요 수입국이었다.

이스라엘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무기 수출은 125억달러에 달했다. 그중에서 무인항공기가 수출의 25%를 차지했으며, 미사일, 로켓 및 방공 시스템(19%), 레이더 및 전자전 시스템(13%)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독일은 이스라엘로부터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정교한 방어 시스템인 ‘애로우 3’을 35억달러에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 거래는 공동 개발국인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이스라엘 내 미군의 비축 무기

포탄
EPA
미국은 자신들이 이스라엘에 비축해둔 포탄을 이스라엘 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스라엘 땅엔 미국에 비축해둔 무기가 무척 많다. 1984년부터 미국은 군수 물자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비상시 이스라엘 측이 신속하게 무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내에서 무기 비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 국방부는 이스라엘 내 비축해둔 탄약 중 155mm 포탄 약 30만 발을 우크라이나로 이송했다.

아울러 이번 가자 지구 전쟁 이후로도 이 비축해둔 탄약 일부가 이스라엘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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