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하버드대의 유학생 등록 권한 박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과 현 행정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X를 통해 "하버드대가 법을 준수하지 않았기에 유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박탈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전국의 모든 대학 및 학술기관에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는 성명을 통해 "불법적"인 조치라며 반발했다.

하버드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우리 대학은 물론 이 나라를 무척 풍요롭게 해주는, 14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온 유학생과 학자들을 유지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구성원들에게 가이드라인 및 지원을 제공하고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보복 조치는 하버드대 공동체와 우리 국가에 심각한 해를 끼치며, 하버드의 학문 및 연구 사명을 훼손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현재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천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학년도 기준 등록된 국제 유학생은 6700명 이상으로, 이는 전체 학생의 27%를 차지한다.
지난 22일 이 같은 소식이 캠퍼스에도 퍼지며 미래가 불투명해진 외국인 유학생 수천 명은 두려움과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호주 출신 대학원생이자 하버드 케네디 스쿨(공공정책 전문대학원) '호주 뉴질랜드 학생회' 회장인 사라 데이비스는 BBC 뉴스아워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로 인해 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졸업 예정일 5일 전에 전해진 이번 소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이후로도 계속 미국에 머물며 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습니다."
"현재 저희는 우선 대학 측에서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줄 때까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웨덴 출신 학부생 레오 게르덴(32)은 하버드 대학 입학 통지서를 받은 날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며 말을 꺼냈다. 그런데 졸업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명문 대학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설명이다.
게르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하버드 간 갈등에서 국제 유학생들은 장기 말처럼 이용당하고 있다"면서 "매우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국의 대학 수십 곳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을 포함한 주요 기관들은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난 4월, 하버드대는 행정부로부터 각종 요구 사항을 전달받은 뒤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하며 반기를 든 가장 저명한 대학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후 백악관은 요구 사항을 담은 공문은 실수로 발송된 것이라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해 하버드에 채용, 입학, 교육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한편 대학의 면세 혜택을 취소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금도 동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하버드는 올해 초 이미 반유대주의 문제에 대응하고자 여러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으며, 정부의 요구는 대학의 "지적 환경"을 규제하려는 시도라고 맞서고 있다.
하버드대와 행정부 간 갈등은 계속해서 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토안보부는 국제 유학생에 관한 행정부의 광범위한 기록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놈 장관은 서한을 통해 실제 행동에 나섰다. 놈 장관은 국토안보부가 하버드의 SEVP 인증을 철회했으며, 이에 따라 하버드는 2025~2026학년도 F- 또는 J- 비자 소지자 비이민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게 됐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자를 소지한 학생들이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학으로 전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한에는 하버드가 국제 유학생들을 유지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72시간 내에 요구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행정부가 제시한 이 같은 요구사항에는 지난 5년간 하버드에 재학 중인 비이민 학생들의 모든 징계 기록 제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놈 장관은 캠퍼스 내에서 비이민 학생들이 저지른 "불법"적이며 "위험하거나 폭력적인" 행위에 대한 전자 기록, 영상 또는 음성 자료 등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놈 장관은 X를 통해 이번 일이 "전국의 모든 대학 및 학술기관에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개개인의 비자를 제한하고자 나서면서 미국 전역의 대학가가 혼란에 휩싸이는 한편 여러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 시위에 참여했거나, 과거 교통신호 위반 같은 전과가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비자 취소 대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한편 지난 22일 별도로 진행된 소송에서 캘리포니아주의 연방 판사는 정책에 대한 법적 소송이 제기되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미국 내 법적 지위를 임의로 취소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게르덴은 자신을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우리는 미국이 수호하는 가치, 즉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 활기찬 지적 공동체 때문에 이곳에 왔다"면서 그런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모든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르덴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없는 하버드는 더 이상 하버드가 아니"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