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포함 11명 사망'...학교 총기 난사로 충격에 빠진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남동부 그라츠의 한 고등학교에서 10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 11명이 숨졌다. 최근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총격 사건이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해당 학교에 다닌 적 있는 21세 남성으로, 사건 직후 학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그라츠 북서부에 자리한 드라이어슈츠엔가세 중등학교(한국 고등학교에 해당)다.
앞서 게르하르트 카너 내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여성 6명, 남성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추가로 12명이 부상당했으며, 일부는 위독한 상태다.
그러다 이후 현지 언론은 병원으로 이송되었던 부상자 중 여성 1명이 결국 숨지며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학교에 다닌 적 있는 총격범
카너 장관이 사건 당일(10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직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총격범은 해당 학교에 다닌 적 있으나 졸업하지는 않았다.
카너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 수사는 경찰이 해야 할 몫이라고 했다.
같은 기자회견에서 현지 경찰은 총격범의 동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총격범이 이번 사건 전까지만 해도 경찰이 예의주시하던 인물은 아니었으며, 공격에 사용된 권총 2자루는 총기 소지 허가증이 있는 총격범이 합법적으로 소유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용의자가 권총과 산탄총을 사용해 난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그라츠 지역 출신 오스트리아인 남성으로, 단독 범행이었다.
3일간의 애도 기간 선포
현재 오스트리아에서는 3일간의 애도 기간이 선포되었으며, 현지 시각으로 11일 오전 10시에 전국적으로 1분간 묵념이 진행된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 관저이기도 한 수도 빈 소재 호프부르크 왕궁에는 조기가 게양될 예정이다.
크리스토프 비더케어 교육부 장관은 공격이 발생한 학교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슈토커 총리는 11일은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암울한 날"이라면서 이번 총격 사건은 "국가적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슈토커 총리는 "학교는 그저 배움의 장소가 아니다. 신뢰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라며 이 안전한 공간이 "침해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인간이라는 점이야말로 우리가 지닌 최대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APA 통신은 사망자 중 7명이 학생이라고 보도했다.
슈토커 총리는 사건 직후 "이번 공격은 우리 국가의 심장을 정조준했다"고 비난했다.
"(희생자들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학교 내 울려 퍼진 총성
경찰은 학교 내에서 총성이 울린 직후인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경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격 및 인질 상황을 담당하는 특수 부대인 '코브라 전술 부대'를 해당 학교에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건물에서 대피시켰다. 그 후 학교가 안전함을 확인한 후 시민들에게 더 이상의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일간지 '크로넨 자이퉁'의 팬니 가세르 기자는 "사건 현장 근처 길거리에서는 시민들이 울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학교에 있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사람들, 친구를 잃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고 했다.
가세르 기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라츠가 오스트리아에서 2번째로 큰 도시지만 "그리 크지 않은" 곳이라 재학생끼리는 "누구나 서로 아는 사이"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 또한 이러한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하게 보이는 국가죠."
현지 시장인 엘케 카르는 이 사건을 "끔찍한 비극"이라고 칭했다.
한편 카자 칼라스 유럽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X를 통해 "모든 아이들은 학교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두려움이나 폭력 없이 배움의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격자들의 증언
사건이 발생한 학교 옆 아파트 1층 주민인 아스트리드와 남편 프란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빨래를 널고 있던 충 총성을 들었다고 했다.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두발이 아니었습니다. 펑, 펑, 펑, 펑 …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남편에게 '누군가 총을 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설마 총소리가 아닐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는 약 30~40발을 들었고, 그 후 남편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프란츠는 "창문 밖으로 한 학생을 보았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듯하더니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면서 비슷한 행동을 하던 교사 1명도 보았다고 했다.
프란츠에 따르면 학생들은 "1층을 통해 학교 밖을 빠져" 나올 수 있었고, 거리에서 모여 있었다.

헌혈센터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사건 당일인 10일 오후, 그라츠의 한 헌혈센터 밖에는 길게 줄이 늘어졌다.
스테파니 쾨닝 (25)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그라츠 주민 모두에게 힘든 날이다. 필요한 이들에게 피를 나누어주고자 왔다"고 했다.
요한나(30)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다. 뉴스를 듣고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줄을 서 있던 또 다른 사람은 로이터통신에 "헌혈만이 내가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오스트리아 최근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다.
지난 2020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쿠이팀 페이줄라이가 수도 빈의 번화한 밤거리에서 총기를 난사해 총 4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당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16년에는 오스트리아 포어아를베르크 넨칭에서 열린 콘서트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당했다. 총격범은 사건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추가 보도: 가브리엘라 포메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