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디아 여객기가 이륙 30초 만에 추락한 원인은?

12일(현지시간) 인도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소재 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에어인디아 AI171편에 정확히 벌어졌는지는 앞으로 진행될 정밀한 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륙 직후는 항공기 운항 중 가장 위험하고 까다로운 순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인도 조사관들은 앞으로 며칠 내로 미국, 영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륙 직후 아메다바드 소재 사다르 발라브하이 파텔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해 불과 1.5km 떨어진 곳에서 추락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고기 기종은 보잉 787-8 드림라이너로, 해당 기종이 2011년 상업 운항을 시작한 이후 처음 발생한 치명적인 추락 사고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241명과 지상에 있던 사람들까지 목숨을 잃었다.
BBC는 인도의 항공 전문가 및 787-8 기종을 인도 내 국제공항에서 정기적으로 운항해 본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부는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으며, 이들을 통해 사고기가 이륙 직후 아메다바드 시내 중심부의 주택가로 추락한 원인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고도 확보의 어려움
우선 사고기의 기장은 수미트 사브하르왈, 부기장은 클라이브 쿤다르로, 총 9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험을 갖춘 베테랑 조종사들이었다. 특히 사브하르왈 기장은 상업 항공기 조종사로 22년 넘게 근무했다.
지난 12일 오후, 조종사와 승무원을 포함해 총 242명을 태운 항공기가 아메다바드 소재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했다. 항공기 운영사인 에어인디아 측에 따르면 정확한 이륙 시각은 오후 1시 39분이다.
인도의 아미트 샤 내무장관은 사고기가 아메다바드를 떠날 당시 연료 100톤을 싣고 있었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연료 만재 상태이다.
인도 항공 당국에 따르면 사고기 조종실은 이륙 직후부터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 교신은 끊겼다. 메이데이 신호를 보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단 1명의 유일한 생존자는 인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공기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BBC Verify 팀이 검증한 영상에는 사고기가 주택가로 추정되는 지역의 상공을 낮게 비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최종 전송된 데이터에 따르면 여객기는 고도 약 190m까지 도달했다 이후 고도가 낮아지기 시작해 결국 화면 멀리 있는 나무와 건물 뒤로 사라졌고, 잠시 뒤 지평선에서는 큰 폭발이 발생한다.
한 조종사는 "엔진 두 개를 모두 잃었다 해도 대응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BBC Verify 팀이 검증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사고기가 공중에 머문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
한편 사고기가 추락한 지역은 주택가로, 병원, 관공서 등이 밀집된 거리가 심하게 파괴된 모습을 담은 사진 자료도 공개되었다.
'매우 드문' 이중 엔진 고장 가능성
짧은 영상만으로는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앞으로 며칠 안에 비행기의 블랙박스(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 및 잔해 등을 아우르는 심도 있는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을 통해 사고기가 추력 혹은 동력 부족으로 인해 지면을 떠나 고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듯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매우 드문 현상인,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인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주 엔진이 필수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작동하는 비상용 예비 터빈인 램에어터빈(RAT)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중 엔진 고장은 매우 드문 일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09년 발생한 일명 '허드슨강의 기적' 사건이다. 미국 항공사 소속 '에어버스 A320' 기종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 직후 새와 충돌해 양쪽 엔진을 모두 잃었으나, 허드슨강에서 미끄러지듯 안전하게 비상 착수했다.
한 베테랑 조종사는 BBC에 이중 엔진 고장은 연료 오염이나 막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엔진은 정밀한 연료 공급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는데,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엔진이 꺼질 수 있다.
전직 조종사인 마르코 찬은 BBC Verify에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이중 엔진 고장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했다.
항공 전문가인 모한 랑가나탄은 이중 엔진 고장은 "매우, 매우 드문 사고"라고 강조했다.
한편 엔진 제조사인 'GE 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원인 조사를 지원하고자 인도에 팀을 파견한다고 밝혔으며, 보잉사 또한 항공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조류 충돌 가능성
인도의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공중에서 기체와 새가 충돌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새가 빨려 들어가 엔진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데, 지난해 발생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이런 경우였다.
아메다바드 공항을 잘 아는 전문가와 파일럿들은 BBC에 이 공항이 원래 "새로 악명이 높았다"며 입을 모았다.
랑가나탄은 "(그 공항) 주변엔 언제나 새가 있다"고 했는데, 해당 공항에서 항공기를 운전해본 적 있는 인도 출신 조종사 최소 3명도 똑같이 진술했다.
아메다바드 공항이 자리한 구자라트주에서는 2023년 12월 민간항공부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년간 새 충돌 사고 462건이 발생했다. 이 중 대부분이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2023년 9월 공항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아메다바드 공항에서는 2022~2023년 새 충돌 사고 38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전년도 12개월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2009년에는 이번 에어인디아 항공기의 사고 고도보다 4배 이상 높은 고도 2700피트(약 822m)에서 갈매기 떼가 엔진에 빨려 들어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과 달리 이번 사고기 조종사들에게는 대처할만한 고도도,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한 베테랑 조종사는 조류 충돌은 "양쪽 엔진 모두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치명적인 결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플랩 오작동이 원인?
BBC Verify가 인터뷰한 전문가 3명은 이륙 시 날개 플랩이 펼쳐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조종사와 전문가도 있었다.
플랩은 항공기가 이륙 시 낮은 속도에서도 최대 양력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플랩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으면 승객과 장거리 비행을 위한 연료를 잔뜩 실은 항공기는 심지어 날씨마저 더운 상황에서 이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고 당일인 12일 아메다바드의 기온은 40°C에 가까웠다. 한 조종사는 BBC에 이로 인해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플랩이 더 제대로 펼쳐져야 했고, 엔진 추력도 더 많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작은 설정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2일 오후 늦게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이륙 후 사고기가 고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점차 하강하다 추락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BBC가 인터뷰한 한 조종사는 플랩이 접힌 상태로 이륙하려 하면 787의 '이륙 구성 경고 시스템'이 조종사에게 위험하다며 경고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찬은 BBC Verify에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은 플랩 펼침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화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이러한 오류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플랩은 이륙 전 조종사들이 직접 설정한다"는 찬은 "설정을 확인하는 여러 체크리스트와 절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사고기의 플랩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다면 이는 인적 실수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추가 보도: 제이크 호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