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하이서 차량 돌진으로 수십 명 사망
중국 남부 광둥성의 한 체육센터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으로 최소 35명이 사망했다. 이는 과거 수십 년을 통틀어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일반인 대상의 무차별 폭력 행위로 보인다.
중국 경찰은 한 남성이 11일 광둥성 주하이시 체육센터에 차를 몰고 들어가 운동장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을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심각하고 잔인한 공격”으로 4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중에는 노인과 어린이도 포함됐다.
경찰은 판모(62)씨가 이혼 후 합의 내용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판씨는 주하이 체육센터에서 도주하려다 체포됐으며 자해로 인해 의식을 잃은 상태다.
이 사건은 중국에서 전국적인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공언했고 부상자 치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
'공포가 강타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본능은 그 공포를 차단하는 것'
중국 당국은 아직 사망자 정보를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12일부터 애도객과 일반 시민들이 체육센터 밖에 꽃과 여러 추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체육 공원은 달리기 트랙이 유명하고 지역 주민에게 인기 있는 운동 장소였다. 목격자들은 중국 언론에 판씨가 고의로 사람들을 치어 숨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보했다.
목격자 첸씨는 함께 걷던 다른 사람들과 트랙을 한 바퀴 돌았을 때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돌진해 “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다”고 중국 차이신 뉴스 매거진에 전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는 차이신에 “차가 트랙을 돌면서 돌진해 사람들이 트랙 여기저기에서 다쳤다”고 말했다.
12일 지역 경찰의 초기 조사 발표 내용에 따르면, 판씨가 이혼 후 재산 분할 결과에 불만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판씨가 아직 의식이 없기 때문에 심문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최근 수십 년을 통틀어 중국에서 발생한 무차별 폭력 가운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산둥 지역에서는 대규모 칼부림 사건과 총기 난사 사건으로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해당 사건은 중국 당국에 의해 철저히 검열됐다.
12일 온라인에서는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한 보도가 제한됐다. 현장 목격자가 촬영한 여러 동영상이 중국 SNS 플랫폼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아직 온라인에 남아 있는 일부 영상에는 수십 명이 바닥에 누워 구급대원의 치료를 받고 행인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
중국에서는 심각한 범죄와 관련된 동영상을 검열 당국이 SNS에서 신속히 삭제하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12일 주하이 경기장에서 취재하던 BBC 기자들도 압력을 받았고 촬영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 달 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공격이 잇달아 발생했다. 이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 범위는 사건별로 격차가 있었다.
지난 10월에는 베이징의 고등학교에서 흉기 공격이 발생해 5명이 부상을 입었고, 9월에는 상하이의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칼부림을 벌여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9월에는 일본인 10세 아동이 중국 남부 지역의 학교 근처에서 칼에 찔리고 하루 만에 숨졌다.
11일 차량 돌진 이후 일본 대사관은 중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공공장소에서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않도록 경고했다.
주하이시는 이번 주 대규모 군사 에어쇼 개최를 앞두고 보안을 강화한 상태였다. 11일 밤 사건이 발생한 현장은 12일부터 시작된 에어쇼 장소에서 40km 떨어진 곳이었다.
중국은 이번 에어쇼에서 최신 전투기와 공격용 드론을 선보인다.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리인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도 참석이 예상된다.
12일 해당 체육센터 경영진은 에어쇼 기간 동안 체육센터의 몇몇 출입구를 폐쇄해 “통제”가 용이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