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안에 전쟁 끝내겠다'는 트럼프...러시아-우크라 전쟁 평화 협정 전망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ATACMS 미사일과 대인 지뢰 사용을 허가받으면서 전선 상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속한 평화 협정 전망은 어떻게 될까.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히면서 점점 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 러시아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ICBM 같은 무기가 이번 전쟁에서 사용된 첫 사례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당시 구체적인 종전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으며, 여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본다.
우선 우크라이나에서는 트럼프가 집권 초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쯤 “외교적 수단”을 통해 이번 전쟁을 끝낼 의사가 있음을 조심스레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나온 시기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러한 회담의 결과 어떤 상황이 펼쳐지게 될까. 아울러 향후 있을 협상에 영향을 미칠 1200km에 달하는 현재 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최전선의 역학관계: 러시아군의 전진 압박
현재 러시아가 전반적으로 최전선을 따라 전진하면서 전장에서는 러시아가 점점 더 유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진격하고 있으며,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쿠퍈스크와 남동부 지역의 드넓은 중심지인 자포리자 방향으로도 진전하고 있다.
올해 10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중 500km²를 추가로 점령했는데, 이는 2022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현재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 영토로 인정하는 면적의 27%가 러시아 점령지가 됐다. 여기에는 크림반도와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포함돼 있다.
수미, 하르키우, 오데사,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는 매일 유도탄과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 공격에 시달린다.
아울러 러시아 당국은 북한 군인들도 끌어들여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대규모 반격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8월 이 지역을 기습 공격해 일부 면적을 손에 넣었으며, 앞으로 있을지 모를 평화 회담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자 이 지역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고지에서 협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BBC가 만나본 우크라이나 출신 분석가 및 군 관계자들은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자마자 시작될 종전 협상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가 서둘러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까지 국경을 밀어내거나, 자포리자와 같은 주요 도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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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MS와 대인지뢰가 전선의 역학관계를 바꿔놓을까
내년 초 물러나는 바이든 현 행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에 대한 자국산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미사일의 사용을 허가하면서 이번 전쟁의 역학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전쟁 초반부터 미국으로부터 에이태큼스를 제공받아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 사용해왔다. 두 지역 모두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 영토로 인정하는 지역으로,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이다.
그러던 이번 주 초, 바이든 대통령은 ATACMS 미사일로 국경을 넘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상황을 악화하고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최대 사거리가 300km에 달하는 에이태큼스가 우크라이나에 한숨 돌릴 여유를 주긴 하겠으나,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상황이 크게 역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왔으며, 그동안 일부 시설을 국경에서 더 멀리 재배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허가가 내려진 뒤 러시아와의 국경 100km 넘어 자리한 무기 저장 시설을 타격하며 첫 에이태큼스 활용 공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만 사용하고,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대인 지뢰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 내내 자국산 대인 지뢰를 사용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받게 될 지뢰는 몇 주 동안만 효과가 유지되도록 설계돼 있으나, 러시아 지뢰는 오랫동안 위험할 수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거의 300명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지뢰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십자사를 비롯한 많은 국제 인도주의 단체는 대인 지뢰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죽음과 부상, 고통을 남긴다”면서 대인 지뢰 반대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인 지뢰 제공을 꺼려왔으나, 대전차 지뢰는 공급해왔다.
에이태큼스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대인용 지뢰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공세보다는 방어 진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ICBM 공격설에 대해 알려진 바는?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러시아의 ICBM 공격은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장에 나가 있는 폴 아담스 BBC 기자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21일 새벽 5시 직후부터 약 3시간 동안 일련의 폭발이 지속됐다고 한다.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ICBM을 발사한 첫 사례다.
군사 소식통은 BBC에 최대 사거리가 6000마일(약 9656km)에 달하며, 다수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이 카스피해와 가까운 러시아 도시 아스트라한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대규모 산업 단지 지역에서 4차례의 폭발음이 들리긴 했으나, 정확히 미사일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는 이번 ICBM 공격설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영국이 제공한 미사일 ‘스톰 섀도우’ 2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익명의 미국 관리는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에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며 간밤에 발사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탄도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러시아의 로켓포”의 공격을 받았다면서 해당 미사일은 ICBM의 “특징들”을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여론의 변화
전선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가운데 우크라이나 여론 또한 변하고 있다.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주기적인 폭격과 정전을 견디며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지친 상태다. 그리고 아마도 올해 겨울은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영토를 잃고, 국경 상황이 불안정해지더라도 평화 협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크라이나 국민들 마음속에서 커지기 시작했다.
싱크탱크 ‘라줌코프 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3명 중 1명이 협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5명 중 1명꼴이었던 1년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지난달 발표된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대다수가 자신들이 러시아를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승리를 확신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확신도 과거에 비해 약해진 편이다.
‘트럼프 계획’을 기다리며
트럼프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수많은 관측통들은 그의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수립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처음 내놓은 성명서도 그리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우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매우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이번 전쟁은) 멈춰야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멈춰야 합니다.”
이후 미국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푸틴 대통령을 향해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으나, 러시아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측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종전 계획이 아직 완전히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측근들이 관련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외교 정책 싱크탱크인 ‘뉴 유럽’의 알리요나 헤트만추크 책임자는 이러한 기존 아이디어 중 상당수는 어떤 식으로든 분쟁 동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전선을 동결하자는 거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도 그냥 동결하자는 것입니다. 적어도 재정 지원은 동결하자는 생각이겠지요. 그저 모든 것을 동결하자는 의견일 것입니다.”
헤트만추크 책임자는 이같은 접근 방식이 바이든 현 행정부의 접근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 민주당은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재정 지원을 약속하긴 했으나, 미국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협상을 이끌 미국인 우크라이나 특사를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일단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노련한 외교관인 커트 볼커를 우크라이나 특사로 임명한 바 있다.
헤트만추크 책임자는 “우크라이나에는 트럼프의 귀에 계속 접근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담당자 즉 ‘미스터 우크라이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현재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한 차기 미국 행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평화 협상은 아마도 복잡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젤렌스키와 푸틴 대통령 모두 이번 전쟁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걸려 있으며, 이들의 미래는 평화 회담에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지에 달려있다.
콜라주: 안젤리나 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