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로 러 내부 타격 허용...'북한군 투입에 대한 대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 에이태큼스)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는 미국 정책의 중대한 변화로, BBC의 미국 현지 파트너인 CBS는 미국 정부 관료로부터 이를 확인받았다.
지난 몇 개월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를 사용 제한 없이 국경 밖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같은 보도에 “이런 소식은 발표되는 게 아니다. 미사일은 그 자체로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같은 움직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 동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라고 서방 국가들에 경고한 바 있다.
일부 러시아 고위 정치인들은 상황의 심각한 확대라고 비판했으나, 아직까지 푸틴 대통령 측은 이번 보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이러한 미 당국의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올해 8월 기습 침투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자국군을 지키는 데 에이태큼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가 현재 점령 중인 러시아 내 작은 영토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이를 향후 있을 협상에서의 주요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키이우 소재 ‘우크라이나 안보 협력 센터’의 세르게이 쿠잔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우크라이나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흐름 자체를 바꿔놓지는 못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군이 더 평등한 위치에서 나설 수 있게 되리라 봅니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내부에 대한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결정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쿠잔 회장 또한 이 같은 결정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몰아내기 위한 러시아와 북한군의 대규모 공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과 맞물려 적절한 시점에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북한군은 며칠 내로 공세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 1만100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한편 예상되는 또 다른 파급 결과도 있다. 미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영국과 프랑스 또한 마침내 ‘스톰 섀도우’ 장거리 미사일로의 러시아 내부 영토 타격을 허용하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 당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에이태큼스는 사거리가 최대 300km인 미사일로, 속도가 빨라 요격하기 어렵다.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미국이 공급 한 장거리 미사일로 자국 동부 지역 내 러시아 관련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개월간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보급 거점인 포크로우스크를 향해 서서히 진격해오는 러시아군을 물리치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드론 공격 횟수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드론 2000여 대가 날아왔으며, 이는 이번 전쟁에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16일 밤에는 러시아가 몇 달 만에 최대 규모의 조직적인 공세를 가해 10여 명이 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사일 120여 발과 드론 90여 대가 날아들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7일 저녁에도 공격은 이어졌는데, 러시아와 가까운 수미 지역 관료들에 따르면 미사일이 민가에 떨어지며 아동 2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만큼 동맹국들이 충분히 지원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내년 1월에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줄곧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추가적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해왔다.
그의 뒤를 이어 백악관에 입성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추가 지원을 늦추거나 중단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미국의 자원 낭비라고 묘사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끝낼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무기 지원국이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미국은 555억달러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제공했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