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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감세법, 미국 의회 통과

1일 전

미국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지출삭감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미국 내 정책 과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 끝에 얻어낸 트럼프의 중요한 승리로 평가된다.

3일(현지시간) 오후 미 하원은 찬성 218표 대 반대 214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상원에서 1표 차이로 법안이 승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서명을 거쳐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화당이 다수당인 의회에 7월 4일까지 최종안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이 법안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적자가 3조3000억 달러(약 4504조원) 증가하고 수백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저녁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이 법안이 "미국을 로켓처럼 날아오르게 할 것"이라며 "미국을 위한 위대한 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4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에 열리는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 맞춰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존슨 미 공화당 하원의장은 법안 통과 후 하원을 나와 "믿음"이 당내 지지를 모으기 위한 열쇠였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존슨 의장은 "내 뒤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가졌다... 그중 일부는 설득 과정이 좀 더 유쾌했다"며 "어디까지나 큰 존중을 담고 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존슨 의장이 설득해야 했던 인물 중에는 텍사스주 공화당 하원의원 칩 로이도 있었다. 로이는 며칠 전만 해도 상원 통과안을 "참담하다"고 평가하며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으나 투표 전 입장을 바꿨다.

로이는 "핵심 쟁점에서 괜찮은 결과에 도달한 것 같다"고 밝혔지만 하원은 상원 통과안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재의결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상원 통과안에 반대했지만 3일 표결에서 실제로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토마스 매시와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단 2명뿐이었다.

존슨이 4표 차이로 법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하자, 공화당 의원 수십 명이 하원 본회의장에서 "USA! USA!"를 외치며 환호했다.

이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의회 역사상 최장 연설 기록을 경신하면서 법안 통과가 지연되기도 했다.

제프리스는 야당 대표에게 무제한 반대토론을 허용하는 관례인 '마법의 시간'(magic minute)을 이용해 8시간45분 동안 연설을 이어갔다.

제프리스는 "미국 국민을 위해 시간을 충분히 쓰겠다"며 법안이 저소득층에 미칠 영향을 비판했다.

해당 법안은 식료품 지원과 의료보조 축소,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등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주요 대선 공약 2가지가 포함된다. 지난 2017년 시행한 감세 정책을 영구화하고 팁·초과근무수당·사회보장수령액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10년간 4조5000억 달러(약 6145조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국경 장벽 및 구금시설 건설, 이민자 단속 인력에 약 1500억 달러(약 205조원)를 배정하고 미사일 방공체계 '골드 돔' 구축을 비롯한 국방비 확대에도 1500억 달러를 투입한다.

민주당은 사용 가능한 절차적 수단을 동원해 하원 표결을 지연시켰으며 최종 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이 수백만 미국인의 의료·식료품 지원을 박탈하고 부유층의 세금을 줄여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한 쌍의 막대그래프는 트럼프의 예산 법안으로 인한 미국 연방 지출의 추정 증가분과 절감 효과를 비교하고 있다. 첫 번째 막대그래프는 10년간 누적 비용 증가를 보여주며, 세금 감면 연장(4.5조 달러 규모), 국방(1,500억 달러), 국경 보안(1,290억 달러)이 주요 항목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중 세금 감면 연장을 나타내는 막대는 두 번째 그래프의 어떤 절감 항목보다 훨씬 길다. 두 번째 막대그래프는 전체 절감액을 보여주며, 메디케이드(9,300억 달러 절감), 친환경 에너지(4,880억 달러), 식품 지원(2,870억 달러) 등이 포함되어 있다.
BBC
트럼프의 예산 법안으로 인한 미국 연방 지출의 추정 증가분과 절감 효과 그래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캘리포니아)은 "오늘 어둡고 참담한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며 이번 법안이 "극단적인 공화당의 위험한 우선순위 목록"이라고 비판했다.

데보라 로스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해치는 데 투표한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야사민 안사리 의원(애리조나)은 "지금 정말 슬프다"고 밝혔고 마크 비시 의원(텍사스)은 공화당을 "겁쟁이·혼란·부패의 정당"이라 비난했다.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는 이번 법안의 운명은 지난 2일 내내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공화당에서도 국가 부채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의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에 찬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심야까지 표결이 지연되자 본인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공화당은 뭘 기다리는가??? 뭘 증명하고 싶은 건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지금 화가 났다. 당신들은 표를 잃을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한 상황이지만 법안의 주요 내용을 두고 내부에서 파벌 간 의견차가 컸다.

3일 새벽 공화당 지도부의 자신감이 커졌고 오전 3시 30분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한 '절차 표결'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최종 본회의 표결은 약 12시간 뒤인 오후 2시 30분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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