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리 보는 일곱 가지 여행 트렌드
전 세계 주요 호텔 체인과 여행사, 트렌드 분석 기관들은 2026년 여행 흐름을 조용한 휴식형 여행, AI 기반 여행 추천, 개인의 미세한 취향까지 반영한 맞춤 일정, 느린 속도와 특별한 목적을 추구하는 여행의 재부상 등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 행동 연구자, 여행사들은 최근 수개월 동안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내년 여행 산업의 향방을 예측했다.
매년 발표되는 여행 트렌드에는 다소 어색한 합성어가 등장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몇 년 전 콜린스 사전 '올해의 단어'에 선정된 '쿨케이션(coolcation)', 고품질 경험을 추구하는 배낭여행을 뜻하는 '플래시패킹(flashpacking)' 등이 있다.
이런 용어들은 특정 시기 여행자들이 어떤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지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2026년 여행 트렌드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중 눈여겨볼 만한 흐름들을 소개한다.
1. 조용함
내년 트렌드 중 하나는 "콰이어트케이션(quietcation)"이다. "허스피털리티(hushpitality)"라고도 불리는 이 흐름은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 그리고 현대 생활의 여러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데 중점을 둔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항상 연결되어 있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받아본다. 이런 상황에서 연결을 끊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국에서 디지털 디톡스 숙소 '언플러그드(Unplugged)'를 공동 설립한 헥터 휴즈는 이러한 트렌드의 성장을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다.
"2020년 언플러그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디지털 디톡스와 아날로그식 생활은 거의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약 고객의 절반 이상이 주요 동기로 번아웃과 스크린 피로를 꼽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스카네의 고요 지도'는 스웨덴 남부 지역의 여행지를 데시벨 순으로 분류한 지도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유용하다. 오리건의 '스카이케이브 리트리트'에서는 여행자들이 밤이면 칠흑처럼 어두워지는 오두막에서 사흘간 머물 수 있다.
2. 생성형 AI
내년에는 여행에 AI가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행 테크 기업 '아마데우스' 조사에 따르면 여행 계획 및 예약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여행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 같은 주요 업체들도 챗GPT 기반 도구를 도입해 여행 계획이 훨씬 쉬워졌다. 또한 실시간 번역과 모바일 체크인 같은 기능이 더해지면서, 기존에 필수 절차로 여겨지던 과정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AI는 복잡한 문제도 안고 있다.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은 알고리즘 기반 추천이 특정 인기 여행지로 수요를 집중시키며 오버투어리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여행 사기 증가에도 AI가 활용되고 있어 이러한 도구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문화 트렌드 전문가 재스민 비나는 생성형 AI가 여행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번아웃을 극복하려고 리조트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봅시다. 예전에는 틱톡에서 리조트를 검색했다면, 이제는 챗GPT를 통해 자신이 어떤 유형의 번아웃을 겪는지, 어떤 의식이나 감각적 자극에 반응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내면 상태와 가장 잘 맞는 여행지가 어디인지 먼저 고민할 수 있습니다."
3. 선택 대신 신뢰
결정 피로와 타인에게 선택을 맡기는 경향은 여행에도 반영되고 있다. 여행자가 직접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여행 상품이 늘고 있는 것이다.
페로 제도에서는 자율주행차를 타고 AI가 안내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행자의 선택권을 제한한 방식이다. 결정하지 않고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방식은 진정한 휴식과 안정에 집중하도록 돕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수산나 발보아 와인메이커스 하우스 & 스파 스위트'는 예약 부담 없이 미리 준비된 '깜짝 여행지'를 향하는 미스터리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크루즈 업계에서도 여행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미스터리 크루즈'를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여행 홍보 기업 '레몬그래스'의 보고서는 이러한 상품이 일상적인 결정의 연속에서 오는 인지 과부하와 의사결정 피로의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결정 피로와 타인에게 선택을 맡기는 경향은 여행에도 반영되고 있다. 여행자가 직접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여행 상품이 늘고 있는 것이다.
페로 제도에서는 자율주행차를 타고 AI가 안내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행자의 선택권을 제한한 방식이다. 결정하지 않고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방식은 진정한 휴식과 안정에 집중하도록 돕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수산나 발보아 와인메이커스 하우스 & 스파 스위트'는 예약 부담 없이 미리 준비된 '깜짝 여행지'를 향하는 미스터리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크루즈 업계에서도 여행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미스터리 크루즈'를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여행 홍보 기업 '레몬그래스'의 보고서는 이러한 상품이 일상적인 결정의 연속에서 오는 인지 과부하와 의사결정 피로의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4. 다시 떠오른 로드 트립
힐튼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에는 로드트립이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RoadTrip' 해시태그는 590만 건 이상 등장한다.
자동차 여행 전문 업체 '헌터 모스'는 전통적인 로드트립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엄선된 라이프스타일 명소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많은 여행자는 다른 이유, 즉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차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 힐튼 조사에서는 영국인의 60%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자동차 여행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여행 동기를 분석하는 기업 '비헤이비어스마트'의 임원 밀레나 니콜로바는 최근 로드트립 붐이 미국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인간과 자동차의 관계는 북미와 유럽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레저 목적의 운전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5. 일률적 여행에서 초개인화로
모두가 비슷한 여행을 예약하던 시대는 지났다. 여행 산업은 초개인화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이혼 극복, 슬픔 회복, 갱년기 휴양, 결혼 생활 재충전, 라켓 스포츠 휴가, 곤충 애호가 투어 등 특정 인생 단계와 관심사를 겨냥한 전문 여행 상품이 급격히 늘었다.
비나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가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오늘날 삶의 통과의례는 줄어들었지만, 무한 스크롤처럼 새로운 과정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이혼·슬픔 극복 여행이나 갱년기 휴양은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시점에 휴지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간은 새로운 관문이 됩니다. 사람들은 그 관문을 지나 변화된 모습으로 도달하길 원합니다."
6. 전기·와이파이 없는 '단절 여행'이 새 흐름
여행사 '셀렉티브 아시아'의 설립자 닉 풀리는 "과도하게 다듬어진 소셜미디어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혼잡하기만 한 유명 관광지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그동안 덜 알려졌던 지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 톨레도, 독일 브란덴부르크, 모험가들을 위한 이라크 등이 그 예다. 레몬그래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코츠월즈·콘월 같은 인기 지역에서 벗어나, 노섬벌랜드·웨일스·서머싯 등 덜 알려진 지역으로 향하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힐튼의 조사에서도 호기심 기반 여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인들은 업무적 손실이 있더라도 개인적 성장과 탐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네팔의 진정한 홈스테이를 찾거나, 이탈리아의 덜 알려진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두드러지지 않지만 특정 의미를 지닌 장소를 찾아가는 모험을 즐기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니콜로바는 이러한 현상을 "경험이 사회적 통화의 한 형태로 진화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경험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타인에게 훨씬 더 잘 과시할 수 있고, 오랜 기간 자신의 지위를 보여주는 증거로 남을 수 있습니다. 풍부한 여행 경력이나 평범함을 넘어선 여행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행의 전형은 모험을 감수하는 여행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역시 경험이 지위를 나타내는 증거가 되게 해줍니다."
7. 쾌락보다 문화
'#북톡(#BookTok, 틱톡에서 자신이 읽은 책을 공유하는 것)'의 영향으로 책에서 영감을 받아 떠나는 여행은 2026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와 유사한 트렌드인 TV·영화 속 배경지를 찾는 "세트 제팅(set-jetting)"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나이트라이프로 유명한 여행지에 있는 호텔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비자에서 마드리드에 이르기까지, 호텔들은 희귀 도서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수영장 옆 도서관, 테마 객실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에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지가 있다. 현재 새 '해리 포터' TV 시리즈가 촬영 중인 콘월, 에메랄드 펜넬의 곧 개봉될 영화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되는 요크셔 무어,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 각색작 덕분에 주목받는 그리스다.
이 흐름 속에서 내년에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지가 있다. 새 '해리 포터' TV 시리즈 촬영지인 콘월, 에메랄드 펜넬의 신작 영화 <폭풍의 언덕>의 배경인 요크셔 무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 각색작으로 관심을 끄는 그리스 등이다.
"급격한 변화나 위기의 시기에는 우리는 두려움과 욕망을 함께 탐구하기 위해 허구 속으로 도피합니다. 1930~40년대 전쟁 시기에는 판타지 문학이 급증했고, 1960년대 우주 경쟁과 반문화 운동 시기에는 공상과학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처럼 기존 체제가 무너지고 재편되는 시기에는 신화적 허구나 추측에 근거한 허구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영감을 받는 여행은 하나의 카타르시스입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깊은 허구에 빠져들게 해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