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관세 15% 조건으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합의

한국과 미국이 전면적인 무역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대규모 관세 인하와 전략산업 중심의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과 면담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며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는 투자를 위해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은 1000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에너지 부문에서도 큰 폭의 수입 확대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투자하기 위한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밝히며, 투자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앞서 일본과 체결된 투자 합의와 동일한 수익 배분 방식으로, 미국이 투자 지분에 대해 상당한 통제권을 가지는 구조다.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 주목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무역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 DC의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구 부총리는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를 꼽았다.
한국이 조성하기로 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중 1500억달러의 규모를 차지하는 이 패키지는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산업 생태계 전반에 투입된다.
구 부총리는 이 프로젝트가 "조선업 전반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사실상 우리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능력을 가진 우리 조선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 부흥을 도우며 새로운 기회와 성장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투자액의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 전지, 바이오 등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핵심 산업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자동차 역시 한국의 대표적인 대미 수출 품목인 만큼, 이번 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였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관세가 유지되며,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해 예외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 역시 협상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구윤철 부총리는 "농축산물에 대한 미측의 비관세 장벽 축소 및 시장개방 확대 요구가 강하게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에 대해 문의하며 이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그러나 우리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 결과, 미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합의 전반에 대해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위해 지킬 것은 지켜내면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한미 경제 관계가 심화하고, 업그레이드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예고하며 압박을 가한데 이어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협상 결과는 오는 2주 내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 열릴 양자회담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기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