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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후 뒤따르는 특검 수사…'정의'인가 '정치 보복'인가

1일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Getty Images
내란,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 등 이른바 '3대 특검법'은 이재명 정부의 1호 법안으로 낙점되며 새 정부 들어 본격 가동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3대 특검'(내란, 김건희, 채상병 특검)이 출범한 지 어느덧 두 달을 향해가는 시점. 특검 수사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여러 건의 압수 수색도 줄을 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여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는 외환 혐의와 관련, 내란 특검은 군 내 드론작전사령부를 압수수색하고 지휘관을 소환해 녹취록을 확보했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강제 수사가 이루어졌고, 양평고속도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해당 용역업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루어졌다.

이처럼 정권이 교체되면 으레 전 정권에 대한 수사나 특검이 반복된다.

일각에선 "관행이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권력 이양 과정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다만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검은 보통 대통령이 임명한 외부 인사, 즉 특별 검사가 주체가 되어 수사가 진행된다. 일반 검찰 수사와는 달리 고위 권력자 및 정권 인사 등 민감한 사안을 대상으로 하며, 검찰 및 행정부로부터 분리되어 독립 수사체로서 중립적으로 수사를 실시한다는 데 의의를 둔다.

역대 정권을 향한 특검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참석하는 모습
NEWS1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에 돌입했고,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가 특검 수사팀장으로 임명되어 이름을 날렸다

한국에 특검법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9년 김대중 정부때다.

'특정범죄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정식 명칭으로, 특검법이 공식 도입되기 이전인 김영삼 정부 때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특검이 아닌 검찰 수사로 정식 재판이 이루어졌다.

다만 특검법을 처음 도입한 김대중 정부는 정치적 안정을 우선적으로 삼고자, 전 정권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 2003년 들어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특검이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진 않았으나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 및 김대중 정부 고위층과 기업인 간 연결고리 의혹 등 김대중 전 대통령 본인이나 핵심 측근이 배제된 일부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당시 진행됐던 일부 수사도 김대중 전 정부에 대한 본격 수사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또한 이전 정부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일명 '박연차 게이트'라고 불리는 금품 및 뇌물 비리 의혹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주도했다.

당시 결백을 주장하며 검찰 조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친노 진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정치 보복 차원에서 무리한 수사를 벌이다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이전 이명박 정권과 같은 보수진영으로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소위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대표적 실패 사업으로 꼽히는 '자원외교'에 대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해당 건에 대해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를 판결하며, 일각에선 부실 수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특검 수사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후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에 돌입했다. 당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때 특검 수사팀장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검은 아니지만 다스 실소유주 논란 및 뇌물수수 수사를 진행했고,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전례와는 달리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수감됐다.

이후 등장한 윤석열 정부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대장동 연루 의혹 등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는 없었으나, 윤 전 대통령 본인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주도해 강경한 수사 기조를 유지했다.

특검 수사, 문제 없나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노원구 개혁신당 이준석 당대표 자택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으로 상자를 옮기고 있다.
NEWS1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개혁신당 이준석 당대표 자택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을 상자로 옮기고 있다

그동안 특검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여야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 검사라는 점에서 특정 성향의 인사가 선정됐을 시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 보복의 프레임에 대한 문제도 있다.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이 되며, 야당이 정권을 흔들기 위해 특검을 자주 요구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교수는 특검이 "운용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특검이란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검사 조직이 행정부 산하이기 때문에 검찰이 행정부와 깊이 연루가 되어 있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이 되면, 입법부 차원에서 특검을 조직해 실질적으로 행정부 내의 비리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정치 보복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도 없진 않아요. 그것을 부인할 순 없죠."

하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 제도가 불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서 지금의 특검이 잘하고 있는 건지, 잘못하고 있는 건지를 파악하긴 어려울 겁니다. 필수 불가결한 제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특검을) 안 할 수는 없는데, 얼마나 빈번하게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법과 절차에 맞춰 하는가의 문제인거죠. 수색당하는 입장에선 항상 억울할테고, 조사하는 입장에선 불가피한 부분은 분명 있을 거고요."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3대 특검은 어떨까.

지난 29일 윤 전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최호 전 경기도의원이 자택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전 도의원은 윤 전 대통령 후보 시절 정무특보를 지냈으며,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평택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으나 패했다.

특검팀은 "최호 전 평택시장 후보에 대해 소환 등 수사와 관련한 일체의 접촉을 한 사실이 없다"며 소환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최 전 도의원이 특검 수사 등과 관련해 정신적 압박감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는 "이번 특검이 '정치보복'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섣부르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검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절차부터 시작해 굉장히 세분화된 정상적 단계들을 밟고 있고, 윤 전 대통령 측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방어적인 면을 잘 활용하고 있다"며 "오히려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 등을 봤을 때 정치 보복이란 단어를 떠올리기엔 맞지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사망한 최호 전 평택시장 후보 또한 추후 정확히 확인해야할 부분들도 남아있지만, 아직까진 과잉 수사로 인한 상관관계가 아직 없다고 보이는 상황이고요."

"갑자기 이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해 뇌물 등을 엮어서 특검을 꾸리면 '보복성 수사다'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의 3대 특검은 작년부터 국회로부터의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잖아요.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특검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뿐이기 때문에 정치 보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 4곳이 지난 6월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한국 국민의 10명 중 6명이 3대 특검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을 내놨다.

보수강세지역인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특검법 찬성은 절반이 넘은 58%에 달했으며, 반대는 32%에 불과했다.

하상응 교수는 "여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왕이면 압도적인 다수가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특검이 조사하는 내용과 과정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면, 민주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특검 활동이 실질적으로 허락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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