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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우선 생명줄은 얻었지만…

2024.04.17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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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여러모로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는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서 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 소속 7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목숨을 잃으면서, 마침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골치 아픈 동맹국에 대해 인내심을 잃은 듯했다.

그리고 바로 같은 날(1일),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이란군 고위 장군 및 장교 최소 6명을 제거했다. 이는 외교 공관에 대한 공격을 금하는 법적 조약 위반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해당 영사관 건물을 군사적 기지로 사용했기에 외교 공관으로서의 보호를 박탈당한 것이라는 별로 설득력 없는 주장을 내놨다.

이란 측은 보복을 약속했으나, 이전에도 고위 지휘관에 대한 공격 발생 시 행동보다 말만 많은 경우도 많았다.

한편 이란 외 국제 사회에선 미국 기반 구호 단체인 ‘월드 센트럴 키친’ 직원들의 사망으로 인한 분노가 영사관 폭격 사건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우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에 찬 서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노하고 비통해 했다”고 한다.

사실 해당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계속 팔레스타인 민간인 및 구호 단체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하고 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분노에 찬 통화에서 크게 한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가자 지구에 인도주의적 구호물자가 잘 배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북부의 굶어 죽어가는 아동들로부터 차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아슈도드 항구를 포함해 더 많은 검문소를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칸 유니스로 돌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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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가자 지구에서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효과를 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젠 상황이 바뀌리라 약속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계속 시간을 끌며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사실 네타냐후 총리는 미 백악관의 분노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끄는 연정의 지지 세력인 초국가주의 극단주의자들로부터도 압박 받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가자 지구로의 인도주의적 물자 공급에 반대한다. 이들은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엔 가자 지구에 유대인을 재정착시킬 둘도 없는 기회라고 본다. 과거 가자 지구 내 이스라엘이 설치했던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 군 철수와 함께 2005년 철거됐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었다. 지난 11일, 미국의 해외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의 사만다 파워 처장은 이미 가자 지구 일부에 기근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 “믿을만하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의 적국뿐만 아니라 우방국에서도 6개월간의 포위로 인해 가자 지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급한 식량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 시 조건을 붙이리라 추측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란의 이스라엘 영토에 무인기와 미사일을 발사하기 몇 시간 전인 13일 아침, 미 ‘뉴욕 타임스’는 특히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네타냐후 총리를 크게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의 편집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는 무조건적일 수 없다’는 헤드라인 아래 네타냐후 총리와 그가 이끄는 내각의 강경파들이 미국과의 ‘신뢰의 유대 그의 정부 내 강경파들이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깨뜨렸다며 비난했다.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이 약속한 바가 있고, 이스라엘이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가 자기 이익만을 고려하며 뒤에서 딴짓하게 내버려 둬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던 중 이란이 사상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생명줄을 얻게 됐다.

멋진 군사적 협력 아래 이스라엘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의 도움을 얻어 이란이 발사한 무인기 및 미사일 300여 대 대부분을 격추시킬 수 있었다.

아랍 국가 지도자 중 그동안 가장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전쟁을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 바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지만, 이번에 요르단 공군도 이스라엘로 향하는 이란의 발사체를 격추하며 작전에 참여했다.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 시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동맹국 간 연대의 목소리로 대체됐다.

즉, 네타냐후 총리에겐 새로운 정치적 기회가 주어졌다. 가자 지구의 상황은 적어도 1~2일간은 국제 언론의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압박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저 바뀌었을 뿐이다. 이란의 공격을 막아낸 이후 이스라엘의 다음 행보로 인해 이 압박은 2배 더 강력해질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상황이 전개돼야 하는지 매우 분명하게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에 대해 승리했으니, 재보복하지 말고 “승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철통과도 같다”고 반복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태도와도 일치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효과를 내는 데 사용했던 무기들을 엄청나게 공급하면서도 중동 내 더 큰 전면전이 벌어지는 사태만은 막고자 노력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이 주는 이러한 무기와 함께 동반되는 외교적 지원은 받아들이면서도, 국제 전쟁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을 보호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절박하고 분노에 찬 요구는 무시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에 맞서 동맹국들이 전례 없는 군사적 협력을 보여준 지 며칠 만에, 이스라엘은 재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충고뿐만 아니라, 이날 도와줬던 다른 국가들의 정서도 또 한 번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조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전투기를 배치하고 이란을 비난했던 영국과 프랑스의 리시 수낙 총리 및 에마뉘엘 대통령 모두 이스라엘에 재보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Israeli Government Handout
이스라엘 정부가 공개한 사진. 지난 14일 열린 이스라엘의 전쟁 내각 회의 장면이다

이스라엘의 오랜 신념과 본능은 도전에 직면했다. 하나는 압도적인 힘으로 공격에 대응하는 것에 이스라엘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오랜 확신이다.

다른 하나는 네타냐후가 집권 중 여러 번 강조했던 것처럼, 이란은 유대 국가를 파괴하려고 혈안이 된, 이스라엘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생각이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이에 대해 공감한다.

한편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수년간 적대 관계였던 이란은 사상 최초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다. 오랫동안 벌어졌던 양국의 갈등이 이제 음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스라엘은 재보복의 여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반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의 전시 내각은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고 어떻게 재보복에 나설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결국 어떤 공격이든 이란도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는 생각 아래 이뤄지는 것이며 이란은 이에 따라 대응할 것이다.

이는 위험한 가정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이미 서로의 의도를 심하게 오판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내각은 이스라엘을 돕고자 노력해온 동맹국들의 바람을 또 한 번 무시하겠다 작정한 듯한 모양새다.

네타냐후 총리의 초국가주의적 지지 세력은 이란을 향해 엄청난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러한 초국가주의적 인사 중 하나는 심지어 이스라엘이 “길길이 미쳐 날뛰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한편 현재도 가자 지구에선 인도주의적 재앙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은 잠시 가자 지구에서 멀어졌지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여전히 가자 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민간인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 정착민 사이 유혈 충돌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레바논과의 국경 지역 근처 헤즈볼라와의 갈등 또한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해오면 더 강하게 보복하겠다 약속했다.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번 공격은 “제한적”이었다면서, 이스라엘이 재보복해올 경우엔 “훨씬 더 강한” 공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약속했다.

미국 또한 이스라엘이 재보복할 경우 이번엔 돕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내 건 바이든 대통령이기에 이란이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또 한 번 공격해올 경우 미국이 과연 계속 손 놓고 있을 것이라 믿긴 어렵다.

중동 지역은 점점 더 큰 전쟁으로 미끄러져 가고 있으며, 글로벌 위기 상황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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