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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인터뷰: '내 선택 후회 없다, 돌아가도 탄핵 찬성할 것'

2025.03.0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BBC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BBC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BBC와 인터뷰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며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달 만에 정계에 복귀한 한 전 대표는 5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BBC와 인터뷰를 갖고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일어났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것에 대해서도 "돌이켜보면 제가 그때 (당내 의원들을) 더 다독이거나 맞는 말이라도 안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그때와는 다르게 행동할 부분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결국 (탄핵 찬성은)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여권에서 여전히 '배신자'라는 비난이 적잖게 흘러나오는 상황에 대해 "저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를 누구보다도 더 바랐기에 현재의 상황이 참 고통스럽고 가슴 아프다"며 "당시 저의 선택은 대한민국이 계속 더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두 달만에 정계에 복귀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은 계엄의 바다를 건너야 할 때"라고 말했다
BBC
두 달만에 정계에 복귀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은 계엄의 바다를 건너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두 달 만에 책을 출간하며 복귀한 것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그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는 출간하자마자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계엄 정국 당시 한 전 대표가 겪었던 구체적인 상황과 심정,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다.

한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뭉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돼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당 내부에서는 한 전 대표가 매사에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오다가 탄핵안 가결로 당내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을 맞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집권당 대표의 소신이 지나쳐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말씀하신 취지를 깊이 새기려고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애국심과 경륜이 있으시고 워낙 정치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가지신 분이니까 그런 차원에서 저에게 제가 경청할 만한 말씀을 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또 "지난해 총선 당시 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때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고 상기한 뒤, "그때 의료 사태 해결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저에게 어떻게든 대통령을 설득해야 된다고 저에게 강하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저희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일을 같이 겪었다"며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저도 대단히 고통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알고 사태 해결을 위해 여의도 당사로 향하던 중 차 안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명망 있는 여권 인사'로부터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으니 즉시 피신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당시 저는 그 조언을 조금 지나가듯이 들었다"며 "설마 그러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든 이 계엄을 막아야 하고, 하루를 넘기면 안 된다는 목표에 굉장히 절실하게 매달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탄핵 심판 핵심 증인들의 발언이 여러 차례 바뀐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이 제보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은 사법절차를 통해서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 되는 위험한 세상 막아야'

한동훈 전 대표는 야당을 향해서는 강한 비판 발언을 내놨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택은 잘못된 것이지만, 국무위원들에 대한 줄탄핵을 이어가며 정부를 압박한 야당의 책임도 상당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 전 대표는 "지금 상황은 한쪽(대통령)에서는 계엄을 선포했고, 다른 쪽(야당)에서는 국무위원에 대한 29번의 탄핵 시도를 했다"며 "이재명 대표는 본인에 대한 여러 가지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들을 피하기 위해서 정치를 이용하고 있고, 국민을 방패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결국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직이라는 것을 국민에 봉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본인의 여러 가지 중범죄에 대한 처벌에서 피해갈 수 있는 '소도'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만약 이런 분이 권력을 잡게 됐을 때 대단히 위험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대표를 향해 "자기의 궁박한 처지를 모면하는 것이 1번 목표가 돼 있는 상황이라면 그는 계엄은 물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때는 이미 계엄을 막을 수도 없는 위험한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향후 범여권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다만 그런 위험한 세상(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런 마음이 모이는 데 일조하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는 "공수처는 민주당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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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대표는 "공수처는 민주당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최근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욕심과 공명심을 내세우면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여러 가지 이상한 상황을 만들었던 점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 문제, 헌법재판소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매끄럽지 못한 점들 이런 점들이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시고 분노할만 한다"고 진단했다.

한 전 대표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에 전직 여당 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지다.

그는 "계엄을 저지하는 데 제가 앞장섰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이나 지지자들 입장에서 마음 다치신 분들도 많이 계셨을 것"이라며 "필요한 결정이었고 그걸 제가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전혀 후회가 없지만, 그래도 또 마음이 다치신 분들 마음을 너무 이해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또 "계엄 상황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로 많은 국민들께서 방향은 각각 다르실지 모르지만 고통스럽고 괴로우셨을 것 같다"며 그 점에 대해서 당시 집권 여당의 대표였던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이 더 나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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