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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가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2024.04.22
팔레스타인 국기
Getty Images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012년부터 유엔에서 옵서버(참관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논의했다.

전체 이사국 15개국 가운데 한국, 프랑스, 일본 등 12개국이 찬성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부결 처리했다. 영국과 스위스 등 2개국은 기권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대통령은 미국의 거부 결정을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반면 이스라엘은 결정을 칭찬하며 이 결의안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묘사했다.

유엔 투표의 주제는 무엇이었나?

UNSC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 요청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알제리가 제안한 초안 결의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다.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유엔 회원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건이 안보리를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안보리를 통과한 뒤에는 유엔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오랜 동맹국인 미국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은 ‘두 국가 해법’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이번 투표는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에 대한 반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 간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서만 (국가 지위 인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팔레스타인 영토는 유엔에서 어떤 지위를 갖고 있나?

팔레스타인은 교황청과 같이 비회원 옵서버(참관인) 국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회원국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지 부족으로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격상하기로 의결해, 팔레스타인은 결의안에 투표할 수는 없지만 총회 토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012년의 결정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환영을 받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팔레스타인은 유엔의 최고 법정인 국제형사재판소 등 다른 국제기구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됐으며, 실제로 2015년에는 국제형사재판소에도 가입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칼리드 엘긴디 수석 연구원은 "유엔의 정회원이 되면 팔레스타인은 결의안을 직접 후원할 수 있는 능력, 총회에서의 투표권(현재는 '비회원' 국가로서 갖고 있지 않음), 궁극적으로 안보리에서의 의석/투표권 등 외교적 영향력을 더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
Reuters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가 유엔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야만 가능한 두 국가 해법을 가져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질베르 아슈카르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학 교수는 18일 투표가 팔레스타인의 뜻대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더 많은 것을 성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의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것과 1967년 점령지의 일부에 불과하고 이스라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무력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현실이라는 상징적인 승리에 그칠 것"이라며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누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가?

유엔 소속 아랍국, 이슬람협력기구, 비동맹운동 회원국 등 140여 개국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를 포함한 다른 많은 국가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주 호주는 "두 국가 해법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달 스페인, 아일랜드, 몰타, 슬로베니아 정상은 EU 정상회의에 앞서 "상황이 적절하다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휴 로뱃 유럽외교관계이사회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의 선임 정책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에 대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며 "유엔의 경로가 미국에 의해 막힌 상황에서 일부 회원국, 특히 유럽 회원국들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기 위해 양자적인 방식으로 움직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손을 들어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거부권을 사용해 요청을 거부했다.
Reuters
미국은 안보리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을 위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이스라엘과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든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 정경대학의 국제관계 및 중동 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위한 욕망을 실질적으로 이스라엘에 부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직접 협상을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에 시작된 평화 회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다른 국가로 공존할 수 있는 '두 국가 해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평화 과정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고, 2014년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지지부진해졌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향후 팔레스타인 국가의 국경과 성격, 예루살렘의 지위,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 선언 이후 1948-49년 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난민의 운명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에 강력히 반대한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4월 초에 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대량 학살 테러의 승리"라고 말했으며,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유엔 가입이 성사되면 테러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라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면 동맹국을 화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스라엘 지지자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이 1933년 몬테비데오 협약에서 정의한 국가에 대한 주요 기준인 영구적인 인구, 정해진 영토, 정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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